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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29 (일)

부정선거 의혹 다섯가지 검증해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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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제 18대 대통령 선거가 치러진지 10여일을 넘기고 있지만 부정선거 의혹을 제기하는 목소리가 끊이지 않고 있다. 선관위가 지난 2일 비교적 상세한 해명자료를 내놓았지만, 재검표 요구는 계속되고 있다. 2일 현재 포털사이트 다음 ‘아고라’에 수개표 청원에 서명한 누리꾼이 21만5000명을 넘었다. ‘제18대 대통령 선거의 투명성을 요구하는 해외 유권자 및 동포들의 모임’은 지난달 28일 성명을 내어 선관위에 각종 의혹에 대한 구체적 해명을 요구하기도 했다.

<한겨레>는 제기되고 있는 의혹들 중 굵직한 내용을 선별해 사실관계를 살펴봤다. 부정선거 의심사례로 제기된 의혹들은 크게 △무효표로 분류된 문재인 지지표 △투표수와 개표수의 차이 △개표 당일 수시간동안 박근혜-문재인의 득표율 고정 △로지스틱 함수로 짜맞춘 듯한 득표 곡선 등이다.

문재인 표가 버려졌다?

12월19일 오후 트위터에는 문재인을 지지한 것으로 표시된 투표지가 무효표로 분류된 것처럼 보이는 사진(사진1) 한 장이 올라왔다. 사진에는 ‘문재인 후보란에 기표된 투표용지가 무효표로 분류돼 있다’ 는 설명이 붙어 있었다. 누리꾼들은 이를 근거로 문 후보 지지표의 상당수가 무효표로 처리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선관위는 이에 대해 “무효표가 아니라 미분류표”라고 해명했다. 선관위는 “전자개표기가 투표지의 인주 부분을 읽는 과정에서 △인주가 희미하게 찍혀 있거나 △후보자별 구분선에 기표했거나 △인주에 얼룩 등이 묻어 있으면 ‘미분류표’로 분류되는데, 곧 심사·집계부 개표사무원이 육안으로 분류하여 집계에 포함시킨다”고 밝혔다.

그러나 누리꾼들은 사진 속 투표용지의 인주가 희미하지도 않고 구분선에 기표한 것도 아닌 정상적 투표지인데 왜 미분류표로 구분했는지 여전히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선관위는 이에 대해 “투표지 분류기는 매우 섬세하게 작동하도록 설정돼 있어, 작은 낙서만 있어도 미분류표로 분류된다. 사진 속 투표용지는 겉으로 보기엔 아무 이상 없어보이지만 낙서가 있었을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전자개표기에 투입한 투표용지 중 평균 2~3% 정도가 미분류표로 분리돼 나온다.

인주가 찍혀 있는 기표용지가 구겨진 채 쓰레기통에 버려져 있는 사진(사진2) 또한 트위터에서 크게 화제가 됐다. 사진을 보면, 기표용지가 ‘구좌읍 제7 투표소’라고 적힌 종이, ‘투표록’이라고 적힌 종이와 함께 상자에 담겨 버려져 있다.

이에 대해 선관위는 “지난 4·11 총선 때 제주시 선관위 개표소에서 구좌읍 투표함을 정리하던 과정에서 있었던 사고”라고 설명했다. 선관위는 “투표함 바닥에 표가 하나 끼어 있었던 것을 모르고 투표함 내용물을 쓰레기통에 쏟는 실수를 범했다”고 밝혔다.

투표수와 개표수의 차이 발생

개표가 끝난 12월20일 오전 선관위 선거통계시스템 누리집에서 ‘이상한 숫자’들이 발견됐다. ‘투표진행상황’에서 투표수 총합은 3072만3431표로 표시돼 있었지만 ‘개표진행상황’에서 개표수 총합은 3072만1459표(무효표 포함)로 표시됐다. 투표한 수보다 개표한 수가 적었던 것이다. 이를 근거로 누리꾼들은 부정선거 의혹을 제기했다.

선관위는 이에 대해 “투표마감 시 투표관리관이 투표용지 교부수의 계산을 착오해 보고하는 경우, 유권자가 기표한 투표지를 투표함에 넣지 않는 경우 등이 있어 투표수와 개표수가 불일치할 수 있다”고 해명했다. 18대 대선을 포함해 매 선거마다 전국 기준으로 투표용지 교부수가 투표소당 평균 0.1매 정도 많게 나타난다는 게 선관위의 설명이다. 경기도 선관위가 용인시 수지구 상현1동 투표소 한 곳의 집계를 누락해 총 투표수에서 2720표의 오차를 가져왔던 것도 뒤늦게 확인됐다.

선관위는 투표수와 개표수에 차이가 있었던 부분을 수정해 20일 오후부터는 선거통계시스템 누리집에 투표수와 개표수가 일치한 결과를 공개하고 있다.

박근혜-문재인 득표율 추이 변하지 않은 이유

개표 당일 수시간동안 박근혜-문재인의 시간대별 득표율이 변하지 않은 대목은 누리꾼들이 가장 많은 의혹을 품고 있는 부분이다. 당시 <에스비에스>가 공개한 실시간 득표율 현황을 보면, 19일 밤 10시30분부터 개표 완료 때까지 박근혜 후보가 얻은 득표수를 1로 보았을 때 문재인 후보가 얻은 득표수는 0.93으로 계속 고정돼 있었다.(사진3)

이렇게 긴 시간 동안 두 후보간 득표비율이 소숫점 아래 두자리까지 같은 수치로 유지할 수 있느냐는 것이 의혹의 핵심이다. ‘사전에 짜놓은 프로그램에 따라 박-문의 득표수를 조정한 것 아니냐’는 것이다.

그러나 선거방송을 총괄한 심석태 <에스비에스> 뉴미디어부 차장은 “소수점 둘째짜리까지만 살펴본 착시”라고 설명했다. 심 차장은 “실제 소수점 일곱자리까지 분석해 보면, 0.9299047(19일 밤 10시30분), 0.9336475(밤 11시), 0.9309356(밤 11시30분)… 0.9314977(개표 최종) 등으로 숫자가 계속 일치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사진4) ( 참고/ [취재파일] 대선 개표 부정 주장의 근거는? 심석태 기자http://news.sbs.co.kr/section_news/news_read.jsp?news_id=N1001551675 )

심 차장은 19일 밤 10시30분 이후 대체로 0.93의 비율이 유지된 것에 대해 “밤 10시30분의 개표율은 69%, 두시간 뒤인 새벽 0시30분에는 91.7%를 넘긴다. 개표가 거의 완료된 시점부터 후보간 득표비율이 일정하게 유지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분모의 크기가 너무 커져버린 시점부터는 분자의 작은 변화가 분수값에 미치는 영향이 극히 제한적이라는 것이다.

짜여진 함수값으로 박-문 득표수를 조작했다?

27일 다음 아고라에 누리꾼 ‘그루터기추억’이 게시한 ‘로지스틱 함수에 의해 사전에 계산된 박근혜 후보의 득표수’ 글도 의혹을 품은 누리꾼들 사이에서 큰 화제를 모으고 있다. (http://bbs1.agora.media.daum.net/gaia/do/debate/read?bbsId=D115&articleId=2239553) 로지스틱 함수란 특정 변수에 의한 증가율을 예측 계산하는 수학적 개념이다.

이 누리꾼은 해당 글에서 로지스틱 함수 공식을 제시한 뒤 시간대별 로지스틱 확률 함수를 산출해 ‘S 자’ 모양의 ‘박-문 득표추이 로지스틱 곡선’을 그렸다. 일종의 후보별 득표 예측치를 그린 것이다. (사진5) 그런데 이 곡선은 실제 방송사 개표방송에 나온 시간대별 득표현황 곡선과 매우 유사한 형태를 띈다.

이 누리꾼은 이를 근거로, “전국적 개표가 실시간 진행되고 각 지역의 후보자별 지지도가 전혀 상이한 상황에서 아주 매끄러운 로지스틱 곡선이 나타난 게 이상하다. 일부러 이런 모양이 되도록 각 지역의 개표수를 조정하는 것은 보통 힘든 일이 아니다”라며 의문을 제기했다. 또 “여러 변수들이 존재하기 때문에 그래프는 곡선보다는 계단형 모양을 띌 때가 많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득표 집계 자체가 ‘사전에 짜맞춰진’ 방식으로 이뤄진 게 아니냐는 것이다.

이에 대해 통계 전문가들은 대체로 비판적인 입장이다. 오희석 서울대 통계학과 교수는 “정상적 경우라면 매끄러운 그래프가 나오지 않겠지만 (득표 현황의) 추세를 좀 더 쉽게 보여주기 위해 매끄럽게 그래프를 그릴 수도 있다. 통계학에서는 이를 ‘데이타 피팅’이라고 부른다”고 설명했다.

이름을 밝히기를 꺼린 연세대학교 응용통계학과의 한 교수는 “별로 의미없는 논쟁이다. 와이(Y)축의 값이 워낙 큰 값(1500만표)인데도 이를 작은 도표에 담았기 때문에 부드러운 곡선이 나올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중앙대학교 응용통계학과의 한 교수도 “부정선거를 의심할 근거로 보기에는 너무 미약하다”고 평했다.

선관위는 이에 대해 “각 개표소에서 득표숫자가 바로 공개되기 때문에 방송사가 인위적으로 개표그래프를 조작할 수 없다. 또 시도별로 동시에 개표가 진행되기 때문에 그래프가 매끄럽게 나오는 것이다. 만약, 시도별로 순차적으로 개표 진행했다면 그래프 곡선이 들쑥날쑥 했을 것이다”고 밝혔다.

전자개표기 안전성 믿을 수 있나

전자개표기의 안전성 문제도 쟁점이다. 전자개표기는 투표지를 유·무효별 또는 후보자별로 구분하거나 계산하는 장치다. 전자개표기는 투표지를 이미지 스캐너로 읽어, 어떤 후보에게 투표한 표인지 판단해 분류하는 역할을 한다. 선관위는 전자개표기를 공식적으로 ‘투표지분류기’라고 부른다. 분류기를 거친 뒤에는 육안확인을 하게 된다.

2002년 6월 지방선거 때부터 도입된 전자개표기의 조작 가능성에 대한 문제제기는 끊임없이 있어 왔다. 한영수 전 선관위 노조위원장은 “전자개표기를 제어하는 컴퓨터 프로그램을 조작하면 얼마든지 득표수를 조작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100표 가운데 1~2표 정도 속이는 것이기 때문에 심사·집계부의 육안 확인에 잘 걸리지 않는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이경목 세명대학교 전자상거래학과 교수도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전자개표기는 소프트웨어 프로그램으로 작동하는 것이므로 조작가능성은 늘 있다고 봐야 한다. 선관위가 전자개표기를 사용해선 안된다”고 지적했다. 다만 이 교수는 “실제로 부정선거가 일어났다는 것이 아니라 부정선거가 일어날 가능성이 늘 상존한다는 점에서 전자개표기 사용이 부적절하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교수는 2008년 국정감사장에 출석해 전자개표기의 조작과정을 시연하기도 했다. (참고/ http://www.amn.kr/sub_read.html?uid=7661§ion=sc27§ion2=%C8%B8%C2%BF%C3%B8%C2%B0%D4%BD%C3%83%C3%86%EF%BF%87 자동 개표기 오류 지적한 중앙선관위 국정감사 속기록 )

실제로 2004년 필리핀 선관위가 한국산 전자개표기를 선거에 도입하려했으나, 필리핀의 전문가들이 이를 반대하는 소송을 제기했고, 결국 필리핀 대법원이 “(전자개표기는) 부정확한 집계를 하거나 해킹될 가능성이 있는, 결함이 있는 기계”라며 도입 결정을 막은 바 있다.

이에 대해 선관위는 “투표지분류기(전자개표기)는 외부 통신망과 연결돼 있지 않기 때문에 물리적으로 해킹이 불가능하고, 개표참관인들이 현장에서 엄연히 개표상황을 지켜보기 때문에 현장에서 프로그램 조작 또한 불가능하다”고 해명했다. 또 선관위는 “필리핀에 수출하려던 투표지분류기는 현재 우리가 쓰는 것과 기종이 다르다”고 말했다.

그러나 현장에서 엄격한 개표참관이 이뤄지지 않는다는 증언도 존재한다. 19일 대선 당일 경기도 파주시민회관에서 개표상황을 지켜본 이아무개(36)씨는 “심사·집계부가 100묶음 단위의 표 숫자를 확인하는 것은 보았지만, 이 묶음 속에 다른 후보의 표가 섞여 있는지 꼼꼼하게 보는 것 같지는 않았다. 선관위가 ‘육안 심사를 통해 표 하나하나를 확인한다’는 설명은 내가 목격한 것과 많이 다르다”고 말했다.

같은 날 서울 서초동 양재고등학교 개표소에서 개표참관을 한 김아무개(39)씨는 전자개표기가 표를 잘못 분류하는 현장도 목격했다고 주장한다. 김씨는 “한 공무원이 전자개표기에서 분류된 투표용지를 살펴보다가 ‘어, 이게 뭐야’ 하고 놀라워했다. 박근혜 표로 분류돼 있는 표 묶음에서 문재인 후보 표가 여러장 섞여 나왔다. (사진6) 내가 이것을 보고 선관위원에게 항의하니 ‘전자개표기가 낡아서 그런 것 같다. 이렇게 발견됐으니 괜찮지 않느냐’고 해명했다. 전자개표기를 믿어도 되나 싶었다”고 말했다.

이들의 설명대로라면 전자개표기의 신뢰성에 의문을 품을만 하다.

“정치적 색안경 끼고 보지 말라”

온라인 공간에서 서명을 받고 있는 재검표 소송인단은 오는 16일 이전에 재검표를 요구하는 소장을 법원에 제출할 예정이다. 소송은 한영수 전 선관위 노조위원장(58)과 김필원 전 국정원(과거 안기부) 정치과장(65)이 주도하고 있다. 선관위 내부 사정을 잘 아는 전 선관위 노조위원장과 안기부 직원 출신이 결합해 소송을 준비하고 있는 것이다.

한 전 위원장은 2001년부터 2006년 사이 4년간 선관위 노조위원장을 지냈다. 선관위 내부에서 전자개표기의 조작가능성을 폭로하다가 2007년 11월 해고당했다. 이후 줄곧 전자개표기 사용 중단 운동을 벌여왔다.

김 전 과장은 안기부에서 대공정보 관련 수집 활동을 벌였던 정보 전문가다. 1997년 정년 퇴직했다. 퇴직 이후 부정부패추방시민연합·독립신문 등 주로 보수성향 단체의 활동을 해오다 2003년부터 전자개표기 조작 가능성을 접하고 관련 연구를 해왔다. 김 전 과장은 “19일 오후 3시까지 방송3사 출구조사에서 문재인 후보가 앞서고 있었던 것으로 안다. 그런데 어떻게 3시간만에 뒤집힐 수 있나. 전자개표기 조작을 의심할 수 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소송을 돕고 있는 이준길 미국 변호사는 “전자개표기와 관련해 이 정도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면 한번쯤 재검표를 통해 전자개표기의 정확도를 확인해볼 필요는 있다”고 말했다. 다만 이 변호사는 “이번 소송은 박 후보의 당선무효 소송이 아니라 선거무효 소송이다. 선관위의 선거관리 방식을 문제삼는 것이지 박 후보의 당선을 문제삼는 것이 아니다”며 소송의 정치적 해석을 경계했다.

전국 단위 선거에서 종이투표지를 전자개표기로 분류해 득표수를 집계하는 나라는 한국이 유일하다. 다만 투표·개표 과정 전체를 디지털화하여 ‘전자투표제도’를 전면 도입하는 경우는 있다. 미국 등 일부 지방자치단체 및 브라질이 대표적이다. 이 경우에도 투·개표 조작 가능성에 대한 논란은 계속 되고 있다. 독일과 영국은 전국단위 선거에서는 수작업 개표를 원칙으로 하고 있다.

2004년 미국 대선에선 오하이오주에서 투표기계 오류가 발생했고, 당시 미국 하원 법사위원회에 출석한 프로그래머 클린트 커티스는 “공화당 국회의원의 당선을 위해 투표 시스템에 조작 코드를 넣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당시 증언을 담은 동영상은 최근 대선 부정 의혹과 관련해 국내 누리꾼들에게도 화제가 되고 있다.

그러나 일련의 의혹에 대해 “근거가 불분명한 억측에 불과하다”는 누리꾼들도 적지 않다. (참고/ http://v.daum.net/link/38193265?CT=WIDGET 부정개표 논란 팩트 검증) 선거부정 의혹 자체가 논쟁이 되고 있는 것이다. 의혹을 제기하고 있는 누리꾼들은 민주통합당에도 재검표 소송을 지원·동참하라고 요구하고 있지만, 민주통합당의 방침은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 민주통합당 한 관계자는 “선거에 대한 불신이 커져 투표율 저하 등 역효과도 우려된다”고 말했다.

허재현 기자 cataluni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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