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빗코 "얼어붙은 암호화폐 시장에 찬 물을 더 끼얹었다"
'자전거래' 증권시장에선 처벌…암화화폐 시장은 무법
'자전거래' 전세계 암호화폐 거래소 거래량의 60% 이상
업비트, 2개월간 허수주문 250조, 자전거래 4조2670억 의혹
비트코인 시세 높이려고 주문 자동 생성 봇 프로그램 운용
비트코인 1만1550개 매도해 대금 1491억원 챙긴 혐의
【서울=뉴시스】김진아 기자 = 서울남부지검 금융조사제2부(김형록 부장검사)는 가상화폐 거래소 '업비트' 운영자들이 가짜 회원계정을 만들어 거액의 자산을 예치한 것처럼 조작하는 등 가상화폐 거짓 거래로 1500억원을 챙긴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고 21일 밝혔다. 이에 대해 업비트는 검찰이 기소한 1500억원 규모 사기혐의에 대해 "회사나 임직원이 부당이익을 취하거나 횡령한 바가 없다"고 주장했다. 사진은 이날 서울 강남구 업비트 건물 앞으로 사람들이 지나가고 있는 모습. 2018.12.21. bluesoda@newsis.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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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오동현 기자 = "업비트가 꽁꽁 얼어 붙었던 암호화화폐 시장에 찬 물을 더 끼얹었다."
250조원에 달하는 허수주문과 4조2670억원 규모의 자전거래 행위가 드러난 암호화폐 거래소 '업비트'를 향한 동종업계의 날선 비판이다.
자전거래란 동일한 투자자 또는 사전합의를 거친 투자자들이 같은 가격과 수량으로 각각 매수/매도 주문을 내 상호체결 시키는 행위를 말한다. 실질 소유권 이전 없이 거래량을 부풀리거나, 시세를 조종하기 위한 수단으로 쓰인다.
전통 금융시장에선 금지되고 있는 행위다.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자본시장법)'에 따라 자전거래와 같은 내부자 거래, 시세 조종, 부당 거래 등의 행위를 처벌하고 있다.
이는 특정 상품이 실제보다 더 높은 유동성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오해를 일으켜 무고한 투자자들을 유인해 가격왜곡의 환경을 만들고, 이로 인해 투자자들에게 많은 손실을 입히는 '펌프 앤 덤프'(Pump-and-Dump)와 같은 시나리오를 가능케 하기 때문이다.
반면 암호화폐 시장은 무법지대다. 자전거래를 제재할 법적 기반이 아직도 마련되지 않고 있다. 이로 인해 암호화폐 시장에선 자전거래가 전 세계적으로 공공연하게 이뤄지고 있다.
블록체인 투명성 연구기관 BTI(Blockchain Transparency Institute)에 따르면 자전거래는 현재 전세계 암호화폐 거래소 거래량의 60% 이상을 차지한다.
국내 암호화폐 거래소 중 하나인 한빗코는 이러한 현상에 대해 "거래소들은 거래량 순위에 민감할 수 밖에 없다"며 "거래량 상위 거래소가 인지도 있고 좋은 거래소라는 마케팅으로 더 많은 유저를 끌어 모으게 되는게 현실"이라고 설명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빗코는 암호화폐 거래소가 직접 거래에 관여해선 안된다는 입장이다. "거래소는 선의의 중재자 역할에 충실해야 한다"는 것이다. 건전한 유동성공급자들을 유치해야지, 직접 마켓메이킹을 하는 역할을 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한빗코는 건전한 투자 환경 조성을 위한 조속한 규제 마련을 촉구했다.
한빗코는 "하루마다 새로운 암호화폐 거래소가 등장하고 치열한 경쟁이 일어나는 암호화폐 시장이지만 현재 이를 다루고 있는 규제가 없는 현실"이라면서 "현재 규제의 미흡과 시장모니터링이 부재한 상태"라고 전했다.
또 다른 암호화폐 거래소 '코인원'은 앞서 발표한 보고서를 통해 업비트와 같은 자전거래 의심 사례를 공개하며 투자자들에게 주의를 당부한 바 있다.
코인원은 "전세계 암호화폐 거래소들의 자전거래는 거래소 토큰이코노미 설계, 수수료 리베이트, 악의적 시장조작 등 여러 이유와 의도에 의해서 나타나고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더불어 누구나 쉽게 특정 거래소의 자전매매 존재 가능성을 판단할 수 있는 네 가지 검증요소를 제시했다.
첫째는 같은 가격의 동일 거래량 주문 반복 체결, 둘째는 보편적인 투자자의 활동시간과 벗어난 시간에 거래 체결 집중, 셋째는 오더북의 규모보다 더 큰 단위의 거래 지속, 넷째는 높은 유동성에도 변동성이 극히 제한적인 상품 가격이다.
코인원은 "규제공백이 길어질 수록 자전매매의 방법은 더욱 교묘해지겠지만 현 시점에는 이 접근법을 통해서라도 투자자는 최적 거래소 선택을 통해 1차적으로 스스로를 보호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지난 21일 서울남부지검 금융조사2부(부장검사 김형록)는 업비트 이사회 의장인 송모(39)씨와 다른 임직원 남모(42)씨, 김모(31)씨를 사기 등 혐의로 각각 불구속 기소했다고 밝혔다.
【서울=뉴시스】10일 서울 여의도 국회 도서관 강당에서 열린 '투명하고 안전하고 효율적인 암호화폐 거래소 디자인을 위한 정책토론회'에 참석한 이석우 두나무 대표가 질의응답을 하고 있다. 2018.12.10. (사진=두나무 제공) photo@newsis.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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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에 따르면 이들은 지난해 9월부터 11월까지 가짜 계정을 만들어 1221억원 상당의 실물자산을 예치한 것처럼 잔고를 조작했다. 이후 가짜 계정을 통해 시장 주목도가 높은 비트코인 거래 시장에 개입했다.
이들로 인해 2017년 11월5일 비트코인 총 거래량 993개 중 33%에 이르는 330개가 자전거래였다고 검찰은 설명했다. 이뿐 아니라 비트코인을 포함해 35종의 암호화폐 거래에 참여하며 시장을 교란했다.
이들은 같은 가격과 수량으로 매수·매도 주문을 동시에 제출해 거래를 성사시키는 가장매매, 다수의 주문을 제출했다가 취소하며 주문량을 부풀리는 허수주문 등의 방식을 이용했다. 이들이 2개월 동안 시도한 자전거래 규모는 4조2670억원, 허수주문은 254조5383억원 상당에 이르는 것으로 조사됐다.
또 이들은 비트코인의 시세를 경쟁사인 B업체보다 높게 유지하기 위해 주문을 자동 생성하는 봇(Bot) 프로그램도 운용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 과정에서 비트코인 1만1550개를 매도해 대금 1491억원을 빼돌린 것으로 검찰은 보고 있다.
그러나 업비트는 검찰의 기소 발표 직후 곧장 보도자료를 배포하며 혐의를 부인했다.
업비트는 통해 "이번 사건은 약 1년 전인 거래소 오픈 초기에 발생한 일부 거래에 관한 것일 뿐 현재의 업비트 거래와는 전혀 무관하다"고 입장을 밝혔다.
또 업비트는 "법인 계정으로 유동성을 공급하긴 했지만 이 과정에서 이익을 취하거나 허위 매매를 하지 않았고, 비트코인 매도 과정에서 보유하지 않은 암호화폐로 거래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이 대목에서 업비트와 카카오스탁을 운영하는 이석우 두나무 대표이사가 한 말이 떠오른다.
이석우 대표는 지난 10일 국회에서 열린 '투명하고 안전하고 효율적인 암호화폐 거래소를 디자인하다'라는 정책 토론회에 기조발표자로 참석한 바 있다.
당시 그는 거래소 설립을 전제로 투자금을 모집하고 잠적한 퓨어빗 등 최근 투자자 피해 사건을 언급하며 "최소한의 자격과 기준이 제시돼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우후죽순처럼 생겨나고 있는 암호화폐 거래소에 대한 규제를 위해 등록제가 필요하다는 입장이었다.
특히 거래소 운영 기준 요건안으로 ▲거래소 등록 요건 및 의무사항 ▲이용자 보호 시스템 구축 ▲자금세탁방지 및 강화된 고객확인제도 ▲보안시스템 구축 ▲이용자 자산 보호 ▲상장 절차 및 위원회 구축 ▲거래소 윤리 의무 등을 제시했다.
그러면서 임직원의 시세조종 금지 등을 통해 거래소 운영에 필요한 원칙을 구체적으로 제시했다. 또 이 대표는 "암호화폐 거래소도 마찬가지로 투자자 보호와 산업 육성에 대한 진지한 논의가 진행돼야 한다"는 말도 덧붙였다.
이러한 이석우 대표의 원칙은 검찰 조사로 드러난 업비트의 자전거래 및 허수주문 행위와 겉돈다. 이 대표의 원칙대로 업비트가 윤리 의무를 지켜 정상 운영됐는지는 재판부의 판단에 달렸다.
odong85@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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