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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TF르포-김정은 제주 외가 탐사①] 외할아버지 고경택 묘비는 어디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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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외조부 고경택 씨의 묘비는 지난 2014년(위 묘비) 알려진 이후 종적을 감췄다. 지난 12일 <더팩트> 취재진이 찾은 제주시 봉개동 일대에 조성된 고 씨 일가의 가족묘지에는 김 위원장의 외조부 고경택 씨의 묘라는 흔적만 남아있었다. /제주=박재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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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두혈통'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서울 답방은 언제 이뤄질까. 온다면 제주도 한라산 백록담에는 올라갈까. 한라산, 제주도는 김 위원장의 외조부 고 고경택 씨의 고향이다. 김 위원장의 한라산 방문이 주목받는 또 다른 이유다. 김 위원장의 외조부와 친모 고용희 씨에 대해서는 알려진 바가 많지 않다. 지난 2014년 고경택 씨의 묘비가 발견된 것이 전부다. 고경택 씨의 흔적은 어떤 이유에서인지 인위적으로 사라지고 있다. <더팩트>는 지난 12일부터 13일까지 김 위원장의 '한라혈통'을 취재, '고경택의 묘비' '고용희의 사촌들의 흔적' '고용희의 출생지' '고용희의 모친' '김 위원장의 한라산 방문 반응' 등을 다섯 차례에 걸쳐 보도한다.<편집자 주>

제주시 봉개동 고 씨 가족묘지에는 흔적만

[더팩트ㅣ제주=이철영·박재우 기자] 비가 주룩주룩 내린 날이었다. 취재진은 제주시 봉개동에서 비를 맞으며 김정은 북한 국방위원장의 외조부 고경택의 묘지를 찾기 위해 돌담길 옆 진흙길을 헤맸다. 김 위원장 외조부 고 씨의 허묘(虛墓)가 2014년 발견 직후 사라졌다는 소식을 들었지만, 혹여나 흔적이 남았을지도 모른다는 기대를 갖고 지난 12일 그 장소를 찾았다.

제주에서 태어난 고 씨(1913년~1999년 추정)는 김 위원장의 친모 고용희(고 김정일 위원장의 일본인 요리사 후지모토 겐지에 의해 고영희가 아닌 고용희로 확인)의 아버지로 일본에서 월북해 북한에서 사망했다. 고 씨의 묘가 제주시 봉개동에 만들어진 것은 고 씨의 형 고경찬 씨가 가족묘지(2080㎡)를 조성할 때이며 시신 없는 허묘로 존재했었다. 하지만 고 씨의 묘비는 발견된 지 하루 만에 감쪽같이 사라졌다. 도대체 무슨일 때문에 사라졌고, 누가 가져간 것일까.



취재진은 고 씨의 허묘가 '제주시 봉개동 명도암'에 있었다는 정보를 토대로 가족묘지를 찾아 나섰다. 명도암 마을회관, 근처 식당 등을 찾아 묘의 위치를 물었지만, 아는 이들이 드물었다. 특히 명도암 마을은 인적이 드문 곳이었다. 묘지는 쉽게 찾을 수는 없었다. 내비게이션(GPS)에서 '제주 고씨 공동묘지', '조천 공동묘지'등이 검색될 뿐이었다. 귤 밭 옆, 집 앞 마당 등에 위치한 제주도 특유 묘지문화 때문인지 초행인 취재진에게 고 씨 가족의 묘지를 찾는 것이 쉽지만은 않았다.

수소문 끝에 명도암 근처 한 둘레길을 따라 묘가 있다는 정보를 확보했다. 주위를 헤매던 차 어느 귤 농장에서 한 노부부와 얘기를 나눌 수 있었다. 이들은 묘지의 위치를 알려주면서 "전망이 아주 좋은 위치"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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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 부부는 고 씨 일가의 가족묘지 위치를 정확하게 기억하고 있었다. 흐린 날씨라 그런지, '전망'을 확인할 수 없었지만, 마침내 김 위원장의 외증조부인 故 고영옥 씨의 묘를 찾을 수 있었다. 봉분이 있는 묘 1기를 포함한 가족 묘지 14기가 조성돼 있었다. 그 중 고경택의 형제인 '고경찬', '고경원', '고경선'의 묘지도 찾아볼 수 있었다. 이중 허묘는 북에서 사망한 고경택과 어선의 좌초로 사망한 고 씨의 동생 고경선 씨의 묘 단 2기였던 것으로 알려진다.

하지만 이미 언론보도에 나온 것처럼 고경택의 허묘는 텅 빈 채로 사라져 있었다. 2014년 당시 고경택의 형인 고경찬의 후손이 허묘 석판을 꺼내 자택으로 옮긴 것으로 알려졌다. 13일 제주동부경찰은 당시 묘지 운반 사건은 오래됐고, 묘지를 옮긴 당사자가 가족이었기 때문에 이에 관한 정보를 확인하기 힘들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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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일 어렵게 취재진은 제주도에서 김정은의 외할아버지 고경택 씨의 허묘가 있었던 장소를 찾을 수 있었다. 사진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외증조부인 고영옥 씨의 가족의 묘. /제주도=박재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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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경찬의 후손으로 알려진 그는 언론의 관심을 피해 묘지를 옮겼던 것으로 추정된다. 당시 고경택의 묘가 발견되자 고경택이 '친일 활동을 했다', '여자관계가 복잡하다' 등 각종 추측이 난무했기 때문이다.

실제로 묘지 주위 주민들은 "그동안 일년에 한 두 번씩은 기자들이 취재하러 왔다"며 "일본에서도 오고 전문적으로 묫자리를 보는 사람도 다녀갔다"고 말했다. 이들은 왜 몰래 이장했는지에 대해서 "그 친척들이 하지 않았겠느냐"며 "김정은이 고 씨의 뿌리라는 걸 숨기고 싶어서 그런가 싶다. 자기 자식들에게 영향을끼칠까봐 그런 것 같다"고 추측했다.

언론의 관심뿐 아니라 <더팩트>가 고경택 씨의 고향 조천읍 모 리사무소와 제주 고 씨 총종친회를 찾아 취재한 결과 고 씨 친척일가 사람들은 그동안 '연좌제' 때문에 고 씨에 대한 언급을 자제한 것으로 나타났다.

리사무소에는 고용희와 대략 10촌 관계라는 마을 노인회장을 만날 수 있었다. 노인회장 고(80)씨는 기자들이 '고용희'와 관련된 취재를 한다고 밝히자 "연좌제 걸리게 하려고"라며 "빨갱이라고 잡아가려고"라고 장난스레 말했지만, 그말 속에는 뼈가 있는 듯했다. 이제는 괜찮다고 했지만, 그때 당시를 회상하면서 제주에선 잊을 수 없는 4.3 사건 등을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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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의 고경택 씨 친척들은 그동안 '연좌제' 때문에 고 씨에 대한 언급을 자제한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은 제주 고씨 종문회 총본부에서 공개한 고경택 씨의 족보 일부분. /박재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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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좌제'란 범죄인과 특정한 관계에 있는 사람(가족 및 친척)에게 연대책임을 지게 하고 처벌하는 제도로, 6.25 직후에는 좌익활동 이력과 월북 가족이 있는 이들에게 공무원 자격시험이 주어지지 않았다. 지금은 폐지된 상황이다.

고 씨는 "예전에 연좌제 걸렸을 당시에는 '고경택' 이름을 입에 담지도 못하고, 4.3사건 또한 얘기도 못하고 가슴속에만 묻어놨다"며 "요즘에는 대통령 욕도 할 수 있는데, 예전 같았으면 무턱대고 잡아갔기 때문에 말을 꺼려했다"고 말했다.

마을 어르신들은 '고경택 하르방'이라고 고 씨를 친숙하게 불렀다. 노인회장 고 씨는 "고경택 하르방은 일본으로 갔다"며 "딸 고용희가 무용 등 예술활동을 하다가 북에 가서 김정일 눈에 들었다"고 말했다. 아울러 "고용희는 제주도에 온 적이 없고, 제주가 고경택과 고용희 어머니의 고향이다"며 "고경택 하르방은 4.3전에 북촌에 다녀갔다고 들었는데 저는 못봤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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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창실(오른쪽) 고씨종문회 총본부 회장은 <더팩트>취재진에게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외할아버지이자 고용희의 아버지인 고경택 씨 이름이 올라있는 족보를 공개했다. /박재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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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고씨 종문회 총본부에서도 고경택 씨 관련 인물들에 대해 "그분들과 연결이 되면 좋은데 사실 단절됐다"며 "우선 제주에는 고 씨가 너무 많고, 종문회를 찾아오지 않으면 알기 힘들다"고 말했다. 고창실(81) 총본부 회장은 취재진들에게 족보를 보여주면서 "고경택은 족보에 있지만, 딸 용희는 족보에 없다" 며 "우리는 풍문으로 들어서 알지만, 가족들이나 본인들에게 직접 들어본 바 없다"고 말했다.

종문회도 '고경택'에 대해 잘 알지 못하는 이유에 대해 '연좌제'를 언급했다. "예전에는 북쪽으로 월북한 사람 친척들은 육군사관학교, 공무원 등은 꿈도 꾸지 못했다"며 "지금은 다 해제됐지만, 중앙정보부 시절에 친척들도 다 타격을 받았다. 이 때문에 회피한 것 같다"고 설명했다.

김 위원장의 외조부 고경택의 묘비는 사라졌지만, 고 씨의 조카 승훈(2013년 사망) 씨의 아들이 관리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고경택의 묘비 역시 그가 가져갔을 가능성이 가장 높다. 하지만 고 씨 일가의 가족묘지를 관리하는 것으로 추정된 고승훈 씨의 아들은 찾을 수 없었다. 친인척들도 연락이 끝긴 지 오래도 어디에 사는지, 무엇을 하는지 알지 못했다. 고경택의 묘비는 과연 어디에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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