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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8 (월)

엘롯기 탓인가, 찬바람 탓인가 … 빈 자리 많은 가을야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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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야구 포스트시즌 흥행 빨간불

PO 1~4차전서 곳곳에 빈자리

인기팀 탈락에 포스트시즌 늦어

KBO, 한국시리즈 영향 줄까 고민

프로야구 포스트시즌 흥행에 빨간불이 켜졌다. SK 와이번스와 넥센 히어로즈의 플레이오프(PO) 경기가 입장권 구하기 전쟁은커녕 매진도 기록하지 못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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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레이오프 3차전이 열린 고척 스카이돔에서 넥센 선수들이 더그아웃으로 들어아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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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7~28일 인천에서 열린 PO 1, 2차전은 만원 관중(2만5000명)을 기록하지 못했다. 관중 수는 1차전 2만4219명, 2차전 2만3642명이었다. 올해 포스트시즌은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휴식기로 인해 지난해보다 11일 늦게 시작됐다. 쌀쌀한 초겨울 날씨 탓에 관중이 경기장을 찾지 않았다는 분석이 나왔다.

그런데 추위와 무관한 국내 유일의 실내 돔구장인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지난달 30일~31일 열린 PO 3, 4차전도 매진을 기록하지 못했다. 3차전 관중은 1만3839명, 4차전은 1만1683명으로 만원(1만6300명) 관중이 아니었다. 인천 1, 2차전의 경우 인터넷 예매 당시 매진을 기록했다. 나중에 취소된 티켓이 경기 당일 현장에서 판매됐다. 3, 4차전은 인터넷 예매에서도 모두 팔리지 않았다. 3차전은 3200매, 4차전은 5700매의 입장권이 남아 현장에서 판매됐다. 3차전을 현장에서 관전한 넥센 팬 신용재(31)씨는 "인터넷 예매를 시도했는데 서버가 다운돼 표가 다 팔린 줄 알았다. 혹시나 해서 현장에 왔는데 표가 있어 경기를 봤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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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6일 서울 고척돔에서 열린 와일드카드 결정전 넥센 히어로즈와 KIA 타이거즈의 경기에서 빈 자리가 보인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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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시즌 포스트시즌은 정규시즌 4~5위가 맞붙는 와일드카드 결정전부터 흥행 조짐이 불안했다. 인기 구단 KIA 타이거즈가 5위로 올라와 넥센과 고척돔에서 대결하는데 예매 취소분이 1300매나 나왔다. 지난해 창원 마산구장에서 열린 NC 다이노스와 SK의 와일드카드전은 1160매가 취소돼 현장에서 판매됐다. 올해 와일드카드전 관중은 1만5915명이었다.

한화 이글스와 넥센의 준PO는 4경기 모두 팔렸다. 그러나 한화의 대전 홈구장은 관중 1만2400명을 수용하는 작은 구장이다. 관중 수용 규모가 10개 팀 중 9위다. 2015년 완공된 고척돔도 2만석이 안 된다. 매진이 돼도 포스트시즌 관중 수는 예년에 못 미칠 전망이다.

사실 포스트시즌에서 전 경기 매진은 쉬운 일은 아니다. 프로야구 37년 역사에서 포스트시즌 전 경기가 매진은 2010년뿐이다. 당시 두산 베어스와 롯데 자이언츠의 준PO가 서울 잠실구장(2만7000명)에서 3경기, 부산 사직구장(2만8500명)에서 2경기 열렸는데, 그야말로 발 디딜 틈이 없었다. 삼성 라이온즈와 두산의 PO도 대구 시민구장(1만명)에서 3경기, 잠실구장에서 2경기가 열려 모두 매진됐다. SK 와이번스와 삼성의 한국시리즈(KS) 4경기는 인천 문학구장(2만8000명)과 시민구장에서 2경기씩 열렸는데 역시 매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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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7일 서울 고척돔에서 열린 프로야구 넥센과 롯데 경기에서 시구자 뒤로 빈 자리가 보인다.[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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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정규시즌 총 관중은 593만명이었다. 올해는 그때보다 200만명 더 많은 관중 800만명이 야구장을 찾았다. 그런데도 포스트시즌 흥행에 빨간불이 켜진 건 가을야구 팀들의 약한 '티켓파워' 탓이다. 와일드카드전부터 준PO를 거쳐 PO에 올라온 넥센은 KBO리그에서 팬이 적은 대표적인 팀이다. 올 시즌 관중도 45만4574명으로 전체 9위다. 관중 수 1위 두산(111만2066명)의 40% 수준이다. SK는 올해 팀 역사상 두 번째로 100만 관중을 돌파했다. 그런데 상대가 누구냐에 따라 관중 수의 편차가 컸다. 상대가 인기 구단일 때 흥행이 좋았다. 정규시즌 5차례 매진을 기록했는데 한화전 3회, 롯데 2회 등이다.

가을야구에 대한 절실함도 영향을 미쳤다. 오랜만에 포스트시즌에 진출하면 팬들 입장에선 '경기장에 꼭 가겠다'는 심리가 발동하는데, SK와 넥센은 근래 포스트시즌 단골팀이다. SK는 비록 와일드카드 결정전이 두 차례 있었지만 최근 5년간 세 차례나 포스트시즌에 진출했다. 넥센도 2013~16년 4년 연속 포스트시즌 진출팀이다.

한국야구위원회(KBO)는 이런 분위기가 한국시리즈(KS)로 이어질까 전전긍긍하고 있다. SK와 넥센의 PO 승자가 정규시즌 우승팀 두산과 11월 4일부터 7전4승제의 KS를 치른다. 한국스포츠정책과학원 김민수 스포츠산업 선임연구원은 "넥센과 SK는 전통적으로 인기 팀이 아니라서 KS 전 경기 매진 가능성은 낮다. 두산 홈(잠실)에서 열리는 1, 2차전은 매진될 수 있지만, 상대 홈에서 열리는 3~5차전은 다를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두산 팬들은 예매 전쟁을 피할 수 있어 오히려 기뻐하는 분위기다. 두산 팬 정남지(25)씨는 "어느 팀이 올라와도 예전보다 예매가 수월할 것 같다. 홈 경기 때 응원석이 있는 1루 쪽 입장권 예매는 어렵겠지만, 3루 쪽이라도 예매하고 싶다"고 말했다.

박소영 기자 psy0914@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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