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12.05 (목)

[TF초점] '펑크 난' 국내 완성차 업계 '경고' 단계 넘었다

댓글 2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더팩트

현대기아차, 한국지엠, 쌍용차, 르노삼성 등 국내 완성차 업체들이 잇달아 부진한 경영 성적표를 내놓으면서 업계 전반에 불안감이 확산하고 있다. /더팩트 DB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현대기아차·한국지엠·쌍용차·르노삼성 실적 '빨간불' "앞으로 더 문제"

[더팩트 | 서재근 기자] 말 그대로 '총체적 난국'이다. 국내 완성차 업체들이 시장 기대치에 훨씬 못 미치는 최악의 성적표를 잇달아 공개하면서 업계 전반에 불안감이 확산하고 있다. 하지만 미·중 무역전쟁과 신흥국 위기 등 불안 요소가 곳곳에 산재하면서 이렇다 할 해법도 내놓지 못하는 분위기다.

27일 국내 완성차 업계에 따르면 올해 3분기 업체별로 지난해 또는 전 분기 대비 적자 전환을 하거나 1%대도 안 되는 영업이익률을 기록하는 등 실적 부진의 늪에서 헤어나오지 못하고 있다.

완성차 업계 '맏형' 현대기아자동차가 발표한 올해 3분기 실적은 시장에 적지 않은 충격을 안겨줬다. 현대자동차(이하 현대차)와 기아자동차(이하 기아차)는 각각 25일과 26일 양재동 본사에서 컨퍼런스콜을 열고 3분기 경영실적을 발표했다.

현대차의 경우 증권가에서 전망한 8000억~9000억 원과 비교해 3분의 1수준인 2889억 원의 영업이익률을 기록하며 지난해 동기 대비 무려 76.0%의 감소율을 보였다. 영업이익률 역시 3.8%p 내린 1.2%를 기록하는 데 그쳤다.

기아차의 상황도 다르지 않다. 기아차는 올해 3분기 1173억 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하며 지난해 같은 기간 적자(-4270억 원)에서 흑자로 전환하는 데 성공했지만, 이 역시 시장 전망치(2800억~3200억 원)와 비교해 턱없이 모자란다. 특히 기아차의 영업이익률은 1%에도 못 미치는 0.8%에 그쳤다.

같은 날 실적을 발표한 쌍용자동차(이하 쌍용차)는 부진한 수출에 발목을 잡히면서 올해 3분기 220억 원의 영업 손실을 기록하며 지난해 대비 적자 폭을 더 키웠다. 지난 2016년 4분기 영업이익을 기록한 이후 무려 7분기 연속 적자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더팩트

한국지엠은 군산공장 폐쇄 이후 5개월여 만에 R&D 법인 분할 문제를 두고 노사와 정부 간 갈등이 더해지면서 시름이 더욱 깊어지고 있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한국지엠의 상황은 더 심각하다. 지난달 내수(7434대)와 수출(2만7382대) 모두 지난해 동기 대비 두 자릿수의 감소율을 보인 한국지엠은 군산공장 폐쇄라는 극단의 조치에도 반등의 기미를 보이지 못한 데다 최근 연구개발(R&D) 법인 분할 문제를 두고 노사와 정부 간 갈등이 더해지면서 벼랑 끝에 몰렸다.

수개월 동안 지속된 잡음에 따른 기업 이미지 실추는 내수 시장에서의 판매량 급감으로 고스란히 이어졌다. 실제로 올해 들어 9월까지 한국지엠 내수 판매량은 6만6322대로 지난해 동기(9만8721대)보다 35%가량 줄었다.

르노삼성자동차(이하 르노삼성) 역시 판매량이 뒷걸음질 쳤다. 르노삼성의 올해 9월까지 누적 판매량은 같은 기간 16.1% 줄어든 17만1895에 불과하다. 상대적으로 부족한 라인업의 한계 속에서 눈에 띄는 신차를 내놓지 못한 데다 국내 완성차 5사 가운데 유일하게 노사 간 임금 및 단체협약의 종지부도 찍지 못했다.

더 큰 문제는 앞으로다. 완성차 업계에서는 이 같은 부진한 실적이 회사 내부적인 문제보다 불확실한 경영환경 등 외부적 요인이 더 크게 작용한다고 입을 모은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업체별 시장 전망도 어둡다.

현대차와 기아차는 향후 경영환경 및 시장 전망과 관련해 "미국과 중국 간 무역 갈등 고조에 따른 글로벌 교역 부진과 선진국의 긴축기조 지속 등으로 자동차시장의 저성장이 심화하고, 자동차산업을 둘러싼 불확실성이 당분간 지속할 것으로 보인다"며 우려를 감추지 못했다.

더팩트

완성차 업계에서는 미국과 중국의 무역 갈등과 신흥국의 경제 위기 등 불확실한 경영환경이 당분간 지속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김필수 대림대학교 자동차학과 교수는 "국내 완성차 업계의 심각성은 이미 '경고' 수준을 넘어섰다"며 "현대기아차가 기록한 1%대 영업이익률은 사실상 적자를 기록한 것과 다르지 않다"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또 국내 완성차 업계의 이 같은 부진한 실적과 관련해 "최저 기점이 아니다"고 강조했다. 반등의 요소가 없다는 것이다. 그는 "현대기아차의 경우 '그룹 지배구조 문제'와 강경 노조에 따른 '저수익', '저효율'이라는 '3저(低) 요소'를 모두 갖추고 있는 데다 글로벌 시장에서의 경쟁력도 이미 타이밍을 놓쳤다"며 "현대기아차의 경우 중국에서 '프리미엄 브랜드'가 아닌 '대중 브랜드'로 인식되는 데 이미 지리자동차와 같은 현지 토종 기업들과 기술력에서도 큰 차이를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 중국 소비자들이 굳이 현대기아차를 살 이유가 있는지도 생각해 봐야 할 문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현대기아차를 제외한 '마이너 3사'(한국지엠, 쌍용차, 르노삼성)의 상황은 더욱 심각하다"며 "정부 차원에서 투자를 활성화할 수 있는 경제정책에 근본적인 변화를 일으키지 않는다면, 국내 완성차 브랜드의 글로벌 경쟁력은 뒤처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고 덧붙였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