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8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에 김성태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를 비롯한 의원들이 항의 방문을 나선 가운데 심재철(가운데)의원과 김성태(오른쪽) 원내대표, 권성동(왼쪽) 의원이 심각한 표정으로 대화를 나누고 있다. /남윤호 기자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매해 정기국회 보이콧했던 한국당… 이번에도?
[더팩트ㅣ국회=이원석 기자] 추석 직후 정치권이 얼어붙었다. 심재철 자유한국당 의원의 청와대 업무추진비 공개 논란 등으로 인해 여권과 한국당 간에 아슬아슬한 대치가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갈등이 해소되지 못할 경우 한국당이 정기국회 보이콧을 벌일 가능성까지 제기된다.
다만, 매년 정기국회 때마다 여러 이유로 보이콧을 해온 한국당이 이번에도 국정감사 등의 의사일정을 거부할 경우 논란이 적지 않을 것으로 전망돼 당 내부에서도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현 사태는 심재철 의원이 기획재정부(이하 기재부) 산하 한국재정정보원에서 운영하는 디지털예산회계시스템(디브레인)에 접속해 비인가 자료인 대통령 비서실, 국무총리실, 대법원, 법무부 등 30여 개 정부기관의 행정정보 47만 건을 다운로드했고, 이 중 청와대의 업무추진비(이하 업추비) 내역 등 일부를 공개, 문제를 제기하면서 커지고 있다. 여권에선 한국당의 자료 취득·공개의 정당성에 큰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피켓을 들고 서초동 대법원에 항의 방문 중인 자유한국당 의원들. /남윤호 기자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반면 한국당도 검찰의 압수 수색 등이 이뤄지자 '민주주의를 파괴하는 야당 탄압'이라고 격하게 반발하는 모습이다. 지난 28일엔 서초동 대검찰청·대법원을 항의 방문하기도 했고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박상기 법무부 장관에 대한 해임건의안 발의를 검토하겠단 입장이다.
청와대 역시 업추비 내역 등을 하루마다 공개하고 있는 심 의원에 대해 법적 조치 등 강력 대응을 시사했고, 민주당은 심 의원을 국회 윤리위에 제소했다. 경색된 정국은 풀릴 기미가 없고 갈등만 점점 격화되고 있는 모습이다. 정치권에선 이대로 가다간 한국당이 여지없이 보이콧을 벌일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그러나 한국당 내에서도 보이콧에 대해선 약간의 '고민'이 있는 모습이다. 한국당이 최근 몇 년간 매해 정기국회 때마다 보이콧을 해왔기 때문이다. 지난해엔 방송통신위원회의 방송문화진흥회 보궐이사 선임 내용에 대한 반발로 국정감사를 나흘간 거부했다. 당명이 새누리당이었던 재작년 역시 '김재수 당시 농축수산식품부 장관 해임건의안'을 표결을 강행한 정세균 전 국회의장의 사퇴를 요구하며 국정감사를 전면 보이콧했다. 당시 이정현 대표는 단식 농성을 벌이기도 했다.
지난 2016년 정세균 국회의장의 사퇴를 요구하며 단식 투쟁을 벌인 이정현 당시 새누리당 대표. 당시 새누리당은 국정감사를 전면 보이콧했다. /더팩트DB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이러한 '역사'들로 인해 보이콧을 했다간 자칫하면 '역풍'이 될 수 있다는 판단이 당 내부에서도 나오고 있는 모양새다. 익명을 요구한 한 한국당 의원은 <더팩트>와 통화에서 "보이콧 만이 능사는 아니다. 실제로 최근 몇 년간 보이콧을 해도 별 소득이 없었던 경우가 많았다. 우리가 국민 신뢰를 워낙 잃었기 때문일 것이다"라고 우려를 표했다.
한 당 관계자도 통화에서 "가뜩이나 주도권이 저쪽(여권)에 있는데 거부한다고 상황이 바뀔 수 있을지는 모르겠다"며 "보이콧은 최대한 피하고 좀 더 지혜로운 방법을 강구하는 게 맞다는 생각"이라고 견해를 밝혔다. 김성태 원내대표 역시 지난 28일 보이콧 가능성에 대한 기자들의 질문에 "그 얘기는 오늘 하지 않겠다"고 말을 아꼈다.
그러나 문제는 심 의원 관련 공방만 남아 있는 것이 아니란 점이다.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후보자에 대한 임명 여부도 정국 분위기에 큰 영향을 끼칠 것으로 전망된다. 문재인 대통령은 야당의 반대로 청문보고서가 채택되지 않은 유 후보자에 대한 임명을 다음 달 1일 이후 강행할 것으로 보인다. 정치권에선 심 의원 논란 만으론 명분이 부족한 한국당이 유 후보자 임명을 계기로 보이콧에 돌입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