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일 미국 뉴욕 메디슨 에비뉴의 맥드날드 앞에서 패스트푸드 업체 노동자들이 ‘노조를 조직할 권리를 보장하라’, ‘시급 15달러를 지급하라’고 적힌 현수막을 들고 시위에 나서고 있다. |
미국 뉴욕 맥도날드에서 점원으로 일하는 린다 아처(59)는 3년차 베테랑 직원이다. 그는 청년 못지않게 열심히 일하지만 시급을 8달러 밖에 받지 못한다. 아처가 주당 24시간씩 일년을 일해도 벌 수 있는 돈은 1만달러(약 1083만원)에 불과하다.
살인적인 물가로 유명한 뉴욕에서 이 돈으로는 간신히 빈곤선을 면한 생활을 할 수밖에 없다. 견디다 못한 그는 15달러로 시급을 인상해줄 것을 요구하며 뉴욕의 패스트푸드점 직원들과 길거리로 나섰지만 시위대를 지켜보는 뉴욕시민의 반응을 냉담했다.
경기부진으로 노조가 없는 비정규직까지 시위에 나서고 있지만 생계에 바빠 이에 무관심한 모습을 보이는 시민들이 늘어나고 있다고 외신들이 29일 보도했다. 뉴욕타임스는 이날 맥도날드와 타코벨, KFC와 버거킹의 직원이 한데 모여 뉴욕시 5만명의 업계 직원의 처우개선을 요구했다고 전했다.
맥도날드에서 일한 지 3년이 된 헥터 헤닝햄(40)은 “시급 8달러로는 월세와 기타 생활비를 도저히 낼 수가 없다”며 변화를 요구했다. 루스 밀크맨 뉴욕시립대(CUNY) 사회학과 교수는 “이 직업은 이직률이 높기 때문에 사람을 모으는데 관심이 갈 때쯤이면 그들은 이미 자리에 없다”고 말해 이들이 거리로 나선 데는 엄청난 절박감이 작용했음을 시사했다.
낮은 임금과 복지혜택으로 악명 높은 월마트에서도 ‘아워 월마트’라는 단체가 노조 설립을 부르짖으며 미국 100개 도시에서 파업을 했지만 효과는 미미했다. 이 단체에서는 쇼핑객이 몰리는 블랙프라이데이에 맞춰 시위가 벌였지만 사람들의 반응은 차갑기만 했다.
언론은 쇼핑 시즌에 벌어진 이번 시위가 월마트에게 타격을 입힐 것으로 전망했지만 쇼핑객들은 시위하는 사람들을 쳐다만 볼뿐 월마트로 들어가 할인상품을 구매했다. 월마트는 이날 점포에 들른 손님이 2200만 명으로 지난해 같은 날보다 많았다고 밝혔다.
증권분석업체인 247월스트리트는 “사람들은 (현재와 같은 경기부진 상황에) 저렴한 음식과 서비스를 원한다”며 “경영진과 대중이 모두 관심이 없기 때문에 월마트와 패스트푸드 직원의 시위는 성공하지 못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아시아에서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집회가 없기로 유명한 싱가포르에서는 30여 년 만에 처음으로 집단 파업이 발생했으나 사회 모두가 이에 무관심했다. 중국인 시내버스 기사들은 자신들이 한달에 1075싱가포르달러(약 95만원)를 받는 반면, 같은 일을 하는 말레이시아인이 1400싱가포르달러(약 124만원)를 수령한다며 ‘동일노동 동일임금’ 지급을 요구, 26일 파업에 돌입했다. 그러나 정부는 이들의 파업을 불법으로 규정, ‘무관용’ 원칙에 따라 경찰을 동원해 시위대를 탄압했다.
싱가포르 국민들은 버스 기사들의 시위가 '불법'이라고 규정한 정부의 입장을 대체로 지지했다. AP통신은 특히 이번 시위에 대한 반감이 현지인 저소득층 사이에서 컸다고 전했다. 이들은 나날이 오르는 물가에 비해 제자리걸음을 하는 임금의 원인을 외국인 노동자에게 돌렸기 때문이다. 이에 기사들은 다음날 절반이 직장으로 돌아갔으며 그다음날은 시위가 흐지부지 되고 말았다고 통신은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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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예지기자 sageofseou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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