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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8 (월)

[단독]드루킹 수사 경찰 “박사모 측도 매크로 사용 정황, 사실관계 확인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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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페서 프로그램 배포…사용방법 등 공유

-국회 입법예고 게시판ㆍ포털 등 사용한 듯



[헤럴드경제=정세희 기자]박근혜를 사랑하는 모임(이하 박사모)에서 ‘매크로’(한꺼번에 여러 댓글이나 추천 등을 자동적으로 올릴 수 있는 프로그램)를 사용한 정황이 드러났다. 경찰은 이같은 내용이 담긴 증거자료를 더불어민주당 측으로부터 접수했으며 현재 사실 관계를 파악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4일 서울지방경찰청에 따르면 경찰은 2월 초 민주당 디지털소통위원회 댓글조작ㆍ가짜뉴스법률대책단으로부터 박사모 매크로 사용 정황 등을 담은 추가 증거자료를 접수했다.

앞서 민주당은 지난 1월 31일 네이버 기사 댓글 조작을 위해 매크로(같은 행동을 반복하게 하는 프로그램)를 사용한 의심 정황을 수집해 서울지방경찰청에 고발, 수사 의뢰했다. 경찰 관계자는 “지난 1월 민주당 쪽에서 포털 등 댓글 조작 의혹을 수사해달라는 고발장을 받은 이후에 박사모 매크로 사용 의혹 건을 포함해 추가 자료을 받았다”고 말했다.

헤럴드경제 취재결과 박사모 일부 회원은 박근혜 정부 시절 국회 입법예고 게시판과 포털에 매크로 프로그램을 사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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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사모 카페에 올라온 매크로 프로그램과 사용방법 안내문. [박사모 카페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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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박사모 카페의 ‘입법 예고 대책’ 게시판에는 매크로 사용 방법을 안내하는 글을 찾을 수 있다. 지난해 2월 2일에 올라온 ‘자동으로 입법 반대 등록 하는 방법 (매크로 프로그램 사용방법)’이라는 글에는 ‘집에 없을 때에도 입법 반대 올려야 할 때 혹은 손가락이 아파서 힘들 때 매크로 프로그램을 사용해보라’는 내용과 함께 매크로가 Zip 파일로 올라와 있다. 매크로 다운로드 및 실행 방법을 담은 사진도 함께 게재돼 있다. 해당 글 게시자는 “컴퓨터 사용 안할 때 모니터만 꺼놓고 프로그램 돌려 놓는데 1~2초에 하나씩 (반대서명이)올라갑니다”라고 홍보했다. 같은 내용을 담은 글은 2월 7일에도 올라왔다.

해당 매크로를 이용하면 국회 입법예고 게시판에 특정 법안에 대한 반대(혹은 찬성) 글을 자동으로 올릴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입법예고는 위원회에 회부된 법률안을 심사하기 전에 위원장이 그 법률안의 입법취지와 주요 내용 등을 국회 공보 또는 국회 인터넷 사이트에 게재하는 방식으로 국민에게 알리는 것을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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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사모 일부 회원들은 국회 입법예고 시스템에 매크로를 사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박사모 카페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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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사모 카페에는 2016년 12월부터 ‘입법예고 대책’ 카테고리가 만들어졌다. 이들은 당시 박근혜 정부에 불리할 것으로 예상되는 법안을 추린 뒤 의안번호, 발의자, 입법예고기간 등을 명시해 리스트로 만들어 반대 서명을 받았다.

그동안 손수 입법예고 게시판에 ‘반대’글을 올리며 수작업을 해왔던 박사모 회원들은 매크로 사용방법이 올라오자 환영했다. 회원들은 사용자들은 “가족들 컴퓨터 3대로 매크로 걸어놓으니 완전 대박”, “사용해보았는데 아주 좋다”는 반응을 보였다. 한 회원은 지난해 2월 9일자에 “이 프로그램은 삭제하는 것이 좋겠습니다. 좌파들이 또 이런걸 가지고 시비걸고 음해할 수 있다고 봅니다. 관리자님 참고바랍니다”고 경계하기도 했다.

이들은 매크로를 국회 입법 예고 게시판 뿐만 아니라 포털에서도 사용한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3월 한 회원은 ‘이번 박근혜 대통령 탄핵에서 포털의 역할이 컸다는 생각이 든다. 실시간 검색 순위를 조작 혹은 인위적으로 올려놓으면 많은 네티즌이 상위기사만 보기 때문에 여론이 포털에 의해 장악된다’며 ‘우리 지부 회원들이 5ㆍ18가산점 등을 동시에 검색해보면 어떻겠느냐. 나는 매크로를 활용할 예정’이라는 글을 올렸다. 그는 ‘지부장의 지시가 떨어지면 사이버 전사가 돼 포털에 융단폭격을 하자’고 하기도 했다. 박사모에서 매크로를 사용한다는 것을 공공연하게 밝히는 분위기였다는 것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경찰은 관련 내용에 대해 정식 수사에 들어간 상태는 아니며 사실관계를 확인하고 있는 단계라고 밝혔다. 경찰 관계자는 “현재 사실 관계를 들여다 보고 있다”며 “드루킹 수사로 인해 우선순위에 밀렸다. 민주당에서 고발장을 접수할 때 네이버 댓글 건을 우선적으로 수사해달라고 요청했다”고 말했다.

say@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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