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시스】김형섭 기자 = 새누리당과 박근혜 후보는 대선을 한 달 앞두고 안정적 지지율을 공고히하는 동시에 야권후보에 대한 중도층 표심 이탈을 부채질하는 '투트랙' 전략에 주력하는 모습이다.
박 후보는 그동안 2040세대와 중도층 공략에 힘을 기울여 왔다. 하지만 과거사 논란에 예상보다 오래 발목을 잡히면서 외연확장의 한계에 부닥친 만큼 철저히 '이기는 전략'을 택한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 박 후보는 새누리당의 대선후보로 확정된 지난 8·20 전대 직후 김영삼 전 대통령, 고(故) 김대중 전 대통령의 부인 이희호 여사, 그리고 고(故) 노무현 대통령 묘소와 부인 권양숙 여사를 예방하며 대통합 행보에 나섰다.
이는 과거 정적이라 할 수 있는 전직 대통령들과 화합하는 모습을 보였다는 점에서 더욱 관심을 끌었다. 이를 두고 언론에서는 '파격', '광폭' 등의 수식어가 붙기도 했다.
비록 유족 측과 쌍용차 해고 노동자들의 반발로 무산되기는 했지만 지난달 8월28일 전태일 재단을 방문하면서 대통합 행보의 정점을 찍었다.
여기에 젊음의 거리인 홍대앞을 거닐고 영화관에서 팝콘 판매 아르바이트를 체험하는 등 젊은층과의 스킨십 강화에도 꾸준히 공을 들였다.
그러나 5·16과 인혁당 발언, 정수장학회 등 과거사 논란이 끊이지 않으면서 중도층및 젊은층과의 거리가 더 멀어졌다는 분석이 많다.
캠프 핵심 관계자는 "교과서에서부터 5·16을 쿠데타라 배우는 젊은이들을 새누리당으로 끌어 온다는 것 자체가 어려운 일"이라며 "중도층이 '중도'로 남은 것도 기존 정치권에 실망한 측면이 큰 데 기성정당 지지자로 흡수하겠다는 게 애초부터 쉽지 않은 일이었다"고 말했다.
물론 DJ 측근이었던 한광옥 전 고문을 비롯해 구 민주당 계열 및 호남 인사들을 영입하는 노력도 기울였지만 지지율에서 큰 효과를 보지는 못했다.
이런 상황탓에 최근에는 이른바 '집토끼(전통 지지층)'인 보수층을 다독이는 행보에 주력하고 있다.
보수연합이라고도 불리는 선진통일당과의 합당이 대표적이다. 새누리당은 보수정당인 선진당과의 결합을 통해 충청권 표심잡기 뿐만 아니라 보수세력 결집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보수연합을 강조하게 되면 중도나 2040 세대확장에 제약을 받을 수 밖에 없는데 이를 감수하고서라도 가겠다는 의미다.
참여정부에서 청와대 비서실장을 지냈던 문재인 민주통합당 후보를 직접 겨눈 서해 북방한계선(NLL) 포기 공세도 재개했다. 새누리당은 지난 15일 2007년 남북정상회담 'NLL 관련 회담록 등 자료 제출 요구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같은 날 박 후보는 제2연평해전·천안함 유족들과 만나 "천안함 폭침이나 제2연평해전에 대해 왜곡시키는 글들이 올라오는 것을 봤을 때 분노하게 된다"며 "NLL은 너무나 당연한 일이지만 반드시 지켜낸다"고도 약속했다.
경제민주화 공약에서 김종인 국민행복추진위원장을 사실상 배제한 것도 같은 맥락으로 풀이된다.
최근 박 후보가 경제위기를 언급하며 경제민주화와 더불어 경제성장에도 무게중심을 뒀던 행보까지 감안해 재계와 보수층을 의식한 '수위조절'이라는 해석이 나오는 이유다.
박 후보가 문재인·안철수 단일화에 맞서 어차피 중도층을 가져 올 수 없다면 보수진영 결집을 승리전략 카드로 선택한 것으로 분석된다. 외연확장에 따른 60대 40의 승리가 불가능하다면 집토끼라도 철저히 붙잡아 51대 49로라도 이기는 전략을 택한 것이다.
새누리당은 야권 단일화에는 총공세를 퍼붓고 있다. 단일화 과정에서의 내분에 실망한 문재인·안철수 지지성향 중도층의 표심 이탈을 노린다는 것이다.
캠프 관계자는 "단일화가 삐걱거려서 빠져 나온 중도층이 새누리당으로 돌아서지는 않겠지만 야권의 득표력은 일정 부분 위축될 수 밖에 없기 때문에 공세 수위를 높일 적절한 시기"라고 말했다.
새누리당의 단일화 때리기는 크게 두 갈래로 나뉜다. 안 후보와 문 후보간 '틈벌리기'와 '자작극' 공세다.
틈벌리기는 단일화가 문 후보를 정점으로 한 친노세력의 '계략'이며 이에 안 후보가 '순진하게도' 말려 들었다는 논리다.
김무성 새누리당 총괄선대본부장은 "새누리당은 그동안 안 후보가 민주당의 재집권 구도에 불쏘시개가 될 것으로 예견했고 그것이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며 "안 후보는 이제야 민주당의 덫에 걸렸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 것 같다. 협상 중단 선언은 깨달음의 결과"라고 비꼬았다.
그러면서도 문 후보의 사과를 '읍소', '구걸' 등에 비유해 민주당의 자존심을 건드리고 있다.
이상일 대변인은 "갑의 입장에서 조건을 내걸며 떼를 쓰는 모습에서 국민들은 안 후보가 정치꾼이 다 됐다는 생각을 할 것"이라며 "문 후보의 아쉬움을 잘 아는 안 후보가 이해찬 대표 등 친노 핵심세력을 제거하라고 문 후보에게 요구한 것 같은데 이는 자기 몫을 더 많이 챙기겠다는 속셈"이라고 비난했다.
ephites@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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