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G20 재무장관·중앙은행장 회의 때
독일·프랑스 "암호화폐 선제적 규제" 제안
영·미 은행, 신용카드로 암호화폐 구입 금지
규제 확실성 보장이 암호화폐 활성화에 유리
지난 1월 초 비트코인과 같은 암호화폐에 대해 국제적인 규제가 필요하다고 밝힌 독일과 프랑스가 최근 보다 구체적인 제안을 내놓았다.
3월 19일 아르헨티나의 수도 부에노스 아이레스에서 열리는 세계 주요 20개국(G2) 재무장관·중앙은행 총재회의에 암호화폐 규제를 의제로 제안하는 공동서한을 보냈다.
[중앙포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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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보다 나흘 전 중앙은행의 중앙은행이라 불리는 국제결제은행(Bank for International Settlement: BIS)의 아구스틴 카르스텐스(Agustin Carstens) 사무총장도 같은 취지의 발언을 했다. 그는 비트코인을 버블과 폰지 사기의 합작품이라고 규정했다. 이어 정책당국의 선제 대응을 주문했다.
즉 아직은 암호화폐의 규모가 작고 거래도 제한적이지만 “선제적으로 대응하지 않으면 암호화폐는 메인 금융시스템과 보다 더 상호연결돼 금융안정에 위협이 될 것"이라고 그는 내다봤다.
카르스텐스 총장은 암호화폐가 불법 거래에 주로 사용된다고 지적했다. 거의 비슷한 시기에 미국 정책당국, 유럽중앙은행(ECB)도 암호화폐가 중장기적으로 금융 시스템의 안정을 해칠 수 있다며 국제 규제가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2008년 미국발 경제위기가 유럽 등 다른 나라로 퍼지자 주요국 정책당국은 위기를 야기한 지나친 규제 완화, 그리고 위기 발발 후 뒤늦은 대응으로 질타를 받았다.
이를 경험했기에 금융시스템의 안정을 해칠 수 있는 암호화폐에 선제적 대응이 필요하다는 공감대가 형성됐다. 이 때문에 거의 비슷한 시기에 유사한 발언이 잇따라 쏟아져 나왔다.
G20 회원국은 세계 총생산의 85%, 인구의 3분의 2를 차지한다. 암호화폐 거래가 인터넷을 이용해 세계 어느 곳에서든지 24시간 이루어지기 때문에 한 나라의 규제로는 별반 효과가 없고 글로벌 규제가 필요하다는 게 이들의 인식이다.
비트코인 가격.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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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이 지난해 11월 초 자국 및 외국 플랫폼을 활용한 비트코인 거래를 전면 금지하자 가격이 나흘 만에 5857달러(종가 기준)로, 무려 1600여 달러 폭락했다(11월 8일 7458달러에서 12일 5857 달러).
암호화폐 광풍이 한국으로 옮겨 와서 12월 중순 거의 2만 달러에 근접했다가 정부에서 투자 거래소 폐쇄 등을 검토한다는 보도가 나오자 가격이 폭락했다.
상반기와 하반기에 각각 두 차례의 G20 재무장관·중앙은행 총재회의가 예정되어 있다. 정상회담은 11월 30일부터 이틀간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개최된다. 늦어도 이 자리에서 G20 차원의 암호화폐 규제가 합의될 것으로 보인다.
중요한 것은 규제의 방향과 큰 틀이다. 글 첫머리에 인용한 독일과 프랑스 재무장관의 의제화 요구 공동서한은 비트코인 기반기술인 블록체인(분산장부기술)의 긍정적인 가능성을 인정했다.
하지만 비트코인이 돈세탁과 테러의 자금조달에 사용되는 것을 경계했다.
따라서 암호화폐가 범죄 활동에 이용되는 것을 금지하는 규제가 분명히 포함될 것이다. G20 회원국들은 이미 수차례의 정상회담에서 돈세탁 방지와 테러리즘 자금조달 방지책에 대해 공조를 강화해 왔다.
이런 규제 방향과 내용에 관해서는 회원국이 공감한다. 암호화폐 거래의 투명성 제고 등 보다 합의 가능한 다른 규제 내용은 앞으로 G20에서 깊게 논의될 것으로 보인다.
한국은 2010년 11월 11일부터 이틀간 서울에서 G20 정상회의를 개최했다. 개발협력과 금융안전망 등 우리가 관심을 갖는 이슈를 의제화해 G20 차원에서 지속적인 이행 의제로 만들었다.
각 회원국은 분야별 실무그룹을 이끌고 있는데 한국은 금융안정성(Financial Stability Working Group) 실무그룹을 주도하고 있다.
비트코인.tif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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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트코인 규제는 이 그룹에서 주도적으로 논의한다. G20이 합의할 암호화폐 규제는 일종의 신사협정으로 20개 회원국이 이를 준수한다. 또 회원국의 상황에 맞는 자체 규제는 허용된다. 회원국 정책당국자의 입장에서 보면 국제 규제는 유용한 틀이다.
국경을 넘어 이루어지는 공동대응이 필요한 주요 문제를 공동으로 규제하면 규제차익(arbitrage)을 방지할 수 있다. 한 나라의 규제를 피해 규제가 느슨한 다른 나라에서 거래하는 것이다.
비트코인은 인터넷을 기반으로 한 거래소에서 주로 이루어지기에 이게 가능하다. 아울러 글로벌 규제를 이유로 국내 규제를 정당화할 수도 있다.
미국과 영국 등 주요국들도 암호화폐를 규제해오고 있다. 영국 시중은행은 암호화폐 판매자들에게 모기지(주택담보대출) 제공을 거부한다.
영국의 로이드뱅크, 뱅크오브스코틀랜드, 할리팩스, MBNA 은행은 고객들이 신용카드로 비트코인을 구매하는 것을 지난 5일부터 금지했다. 로이드은행의 경우 신용카드 고객 800만 명이 이 규제의 적용을 받는다.
미국의 시중은행 시티그룹과 제피모건체이스도 동일한 조치를 취했다. 이달 초 미 상원의 재무위원회 청문회에서 상품선물거래위원회(CFTC)와 증권거래위원회(SEC) 위원장은 기술 혁신을 저해하지 않으면서 투자자를 보호하겠다고 발언했다.
미국은 재무부가 주도하여 연방준비제도이사회와 SEC, CFTC가 참여하는 암호화폐 전담조직 창설을 준비중이다.
서울 중구의 한 가상화폐거래소 전광판에 게시된 비트코인, 이더리움 등 가상화폐 시세.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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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호화폐 열성 지지자들은 정책 당국의 이런 규제를 파괴적 기술 혁신을 두려워하는 당국의 조치라고 강력하게 비판한다. 하지만 현재 상황은 암호화폐가 일부 매니아 사이에서 거래될 때와는 판연히 다르다.
인터넷과 다른 정보기술(IT) 인프라를 사용하며 비트코인 채굴과 운영에 사용되는 전기가 지난해의 경우 아일랜드의 일 년 전기 사용량을 초과했다.
경제사를 조금이라도 이해하는 사람이라면 17세기 중반 네덜란드에 불어 닥친 튤립 광풍을 이해할 것이다. 튤립 한 뿌리가 대저택 가격과 맞먹을 정도였다가 머지않아 투기 거품이 꺼졌다.
G20을 중심으로 하는 글로벌 규제, 각국 상황에 맞는 자체 규제가 마련돼 규제 확실성이 보장되는 것이 투자자는 물론이고 중장기적으로 암호화폐 활성화에도 유리하다.
안병억 대구대 교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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