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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7 (일)

한국당의 물타기…제천 화재에 뒤늦게 정부 책임론, 개헌 자문위에 뜬금없이 색깔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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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AE 의혹 ‘자승자박’ 판단

홍준표·김성태, 발빼기 시도

노무현 정부 협정까지 들먹



경향신문



자유한국당이 임종석 대통령비서실장의 아랍에미리트연합(UAE) 방문 논란에서 발빼기를 시도하고 있다. 한국당은 4일 갑작스럽게 충북 제천 화재 참사에 대한 정부 책임론을 제기하고 개헌에 철 지난 색깔론까지 들이댔다. 대여투쟁 전선을 넓힌다는 명분을 댔지만, 속내는 복잡하다. ‘원전게이트’라며 현 정부를 공격했지만, 이명박 전 대통령 시절 이면계약이 부각되는 등 자승자박이 될 조짐이 뚜렷해지자 물타기를 시도하고 있는 것이다.

한국당은 노무현 정부까지 끌어들여 노골적인 물타기를 시도했다. 국회 국방위원장인 한국당 김학용 의원은 노무현 정부 때인 2006년 체결한 한·UAE 군사협정에 기초해 아크부대 파병이 이뤄졌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아크부대 파병은 이명박 정부 때인 2010년 11월 발표됐다. 2009년 12월 UAE 원전 수주 후 약 1년 만이다. 그런데도 틀린 팩트로 진실을 호도한 것이다.

이에 정의당 김종대 의원은 이날 MBC 라디오에 나와 “터무니없는 주장”이라고 반박했다. 김 의원은 “(노무현 대통령 때) 청와대에서 근무해 사정을 잘 안다”며 “UAE 군사협력은 원전이 아니라 고등훈련기 T-50 수출 등 항공·방위사업에 국한됐다”고 말했다.

한국당은 제천 화재 참사도 뜬금없이 꺼내들었다. 김성태 원내대표 등 원내지도부는 이날 지난달 21일 화재로 29명이 사망한 제천을 방문해 문재인 대통령 사과와 김부겸 행정안전부 장관 사퇴를 주장했다. 홍준표 대표는 지난 2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제천 참사에 책임지는 사람이 없다”고 했다. 지난달 26일 청와대 앞 기자회견에서 책임자 처벌을 요구한 이후 관련 발언을 하지 않다가, 2일 최고위를 기점으로 다시 쟁점화를 시도하고 있는 것이다.

보수진영이 위기 상황마다 전가의 보도처럼 휘둘러 온 색깔론도 재등장했다. 한국당은 국회 헌법개정특별위원회 자문위원회가 작성한 개헌안에 양심적 병역 거부 인정, 사형제 폐지, 노동자 경영 참여 등이 들어간 것을 두고, “국가체제를 사회주의로 바꾸기 위한 것”이라고 쟁점화를 시도하고 있다. 개헌안은 이미 두 달 전에 공개됐으며, 한국당 소속 개헌특위 위원들이 있는 자리에서 논의까지 됐음에도, 아랑곳하지 않는 모양새다. 보수언론의 보도를 한국당이 쟁점화함으로써 한국당과 보수언론의 왜곡된 카르텔이 확인됐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국당은 우리은행의 올해 달력에 들어간 ‘통일나무’ 그림도 문제 삼았다. 북한 인공기가 등장하는 것을 두고는 “대한민국 안보불감증의 자화상을 보는 듯하다”고 비판하고, 당 중앙직능위원회는 우리은행 본사 앞에서 항의 기자회견을 열었다. 남북 평화통일을 바라는 초등학생이 그린 그림에도 좌편향 딱지를 붙인 것이다.

한국당은 이슈를 다변화해 UAE 방문 관련 논란을 희석하는 데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바른정당이 한국당 주장대로 국정조사 요구서 제출 의사까지 밝힌 상황에서 발을 더 깊이 들였다가는 전임 정부 ‘외교 적폐’를 드러내는 상황을 초래해 역풍을 맞을 수 있다는 우려가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허남설 기자 nshe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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