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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7 (일)

"조선 '주초위왕 사건' 사실 아닐 가능성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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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하대 민경진 교수팀…나뭇잎 뒷면 임금 '왕(王)' 써놓고 실험

연합뉴스

민경진 교수(가운데) 연구팀
[인하대 제공=연합뉴스]



(인천=연합뉴스) 정광훈 기자 = 조선 중기 기묘사화의 발단이 된 '주초위왕(走肖爲王)' 사건이 역사적 사실이 아닐 가능성이 크다는 연구 결과가 나와 관심을 끈다.

주초위왕은 조선 중종 때 개혁을 주도한 조광조를 제거하려는 세력들이 궁궐의 뽕나무 잎에 꿀로 쓴 글자로, "'조'의 성을 가진 사람이 왕이 된다"는 뜻. 꿀이 발라진 부분만 벌레가 먹게 함으로써 만들어진 네 글자를 본 중종은 조광조가 역모를 꾸민다고 믿고, 조광조와 추종자들에게 사약을 내려 죽게 하거나 귀양을 보낸다.

14일 인하대에 따르면 이 대학 민경진 생명과학과 교수 연구팀은 주초위왕 사건이 역사적 사실인지 확인하기 위해 2015년 5월∼7월까지 두 달간 2주 간격으로 관악산 일대를 찾아 나뭇잎 뒷면에 임금 '왕(王)'자를 써두고 곤충의 섭식 여부를 조사했다.

민 교수팀은 분석 결과 어떤 나무에서도 '왕'자가 새겨진 경우를 발견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민 교수는 그 이유로 "'위(爲)'는 12획으로 이뤄져 있어 그 모양이 복잡하고 '주초위왕' 네 글자를 쓸 만한 크기의 나뭇잎이 드물어 곤충의 섭식을 통해 글자를 만들기는 어렵다"고 지적했다.

또 "곤충이 유충으로 지내는 기간이 짧아 글자를 쓸 수 있는 시간이 상당히 제한적이라는 점도 글자를 인위적으로 만들어 낼 확률이 낮은 이유"라고 말했다.

실례로 박가시나방은 유충으로 있는 기간이 1년 중 20∼30일에 불과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같은 내용을 담은 민 교수의 연구 논문 'Validation of 走肖爲王: Can insects write letters on leaves?'는 '곤충학연구(Entomological Research)'지에 게재됐다.

barak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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