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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적 일본 히로시마에 살다가 원폭 피해를 당한 조옥이(80ㆍ여)씨. 하준호 기자 |
오전 8시가 조금 넘자 사이렌 소리가 잦아들었다. 조씨네 식구가 아침을 먹으려 식탁에 모여든 그때였다. “쾅”하는 소리와 함께 벽걸이 시계가 좌우로 심하게 흔들렸다. 지진이 난 것처럼 집 전체가 흔들렸고, 창밖에선 거대한 버섯 모양의 구름이 피어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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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폭 피해자 조옥이(80ㆍ여)씨가 5살 무렵 일본 히로시마에서 찍은 가족사진. 왼쪽에서 두번째가 조씨의 어머니고, 그 위가 조씨의 아버지다. 어머니에게 안겨 있는 아이가 조씨다. [조옥이씨 제공] |
바깥에서 셔츠를 풀어헤치고 더위를 식히던 5촌 당숙은 폭발열과 방사능에 그대로 노출돼 심한 화상을 입었다. 이후 피폭 후유증에 시달리다 세상을 일찍 떴다. 이후 태어난 당숙의 아이들은 모두 정신 장애를 앓았다고 한다. 조씨는 실내에 있어 큰 화를 면했지만, 후유증은 남았다.
“그날 이후로 작은 소리에도 깜짝 놀라 자다가도 벌떡벌떡 깨. 불안 장애를 달고 살다 보니 심근경색이 와서 일본에 건너가 치료도 받았어. 20여 년 전부터는 대상포진이 왔는데, 치료해도 소용이 없더라고. 지금은 신경통을 달고 살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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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로시마 폭격 당시 원폭 구름의 모습. [중앙포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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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일 오전 경남 합천군 합천원폭자료관에서 개관식이 열리고 있다. [연합뉴스] |
대한적십자사는 원폭 피해 생존자들의 건강검진을 지원하고 진료비ㆍ진료보조비ㆍ원호수당(원폭 피해 보상금) 등을 지급한다. 피해자가 숨질 경우 유족에게 장례비도 지원하고 있다. 원폭 피해자로 신고되지 않았던 이들의 추가 접수도 받고 있다. 폭발 당시 2㎞ 지역 안에 있던 사람과 태아 등이 대상이다. 지난해 통과된 ‘한국인 원자폭탄피해자 지원을 위한 특별법’이 5월 30일부터 시행돼 피해자들의 연령과 형편 등에 대한 실태조사와 의료지원의 법적 근거도 마련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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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차대전 당시 강제연행 등으로 일본에 끌려와 히로시마(廣島) 원폭 투하로 희생된 한국인들을 추모하기 위한 위령제가 5일 히로시마 평화기념공원에서 열리고 있다. 사진은 히로시마 원폭투하 72년을 하루 앞두고 평화기념공원내 한국인원폭희생자 위령비 앞에서 열린 위령제에서 서장은 총영사가 추도사를 하고 있다. [주히로시마 총영사관 제공=연합뉴스] |
하준호 기자 ha.junho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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