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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5 (월)

[박진호의시사전망대] 장하준 "법인세 낮아야 투자한다고? 파라과이 사례 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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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담 : 장하준 케임브리지대 경제학과 교수

- IMF 수준 위기? 그 정도는 아냐
- 가계부채 1,300조, 뾰족한 수 없어
- 부동산 통한 경기 활성화, 하지 말아야
- 노동개혁 법 통과? 방향 맞지 않아
- 삼성 합병 건, 국민경제 바로잡을 기회 놓친 것
- 삼성 도울 거면 노조 인정, 국민경제 기여 등 조건 걸었어야
- 반기문 캠프? 나는 공부하는 사람…관심 없다
- 무상복지는 잘못된 말, 보편적 복지라고 해야
- 법인세는 아직도 낮은 편, 올릴 여지 있어
- 법인세 논란, 세율만 가지고 판단할 순 없어

▷ 박진호/사회자:

경제 상황이 안 좋을 때 의존할 수밖에 없는 그런 분이죠. 세계적인 경제학자 장하준 케임브리지대 교수가 전화로 연결되어 있습니다. 런던으로 국제 전화 연결돼 있습니다. 장하준 교수님, 안녕하세요.

▶ 장하준 케임브리지대 경제학과 교수:

예. 안녕하십니까.

▷ 박진호/사회자:

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 장하준 케임브리지대 경제학과 교수:

새해 복 많이 받으십시오.

▷ 박진호/사회자:

급하니까 질문부터 계속 드리겠습니다. 유일호 경제부총리가 뉴욕에서 어제인가요. 한국경제설명회(IR)를 했는데. 최근 한국 사태, 정치적 불확실성이 있지만 파장이 크지 않고. 일단 가계부채 문제도 통제 가능하다고 설명을 했어요. 그런데 지금 국내 전문가들은 올 1분기 한국 경제가 최악이 될 수 있다. 이렇게 경고를 하고 있는데. 어떻게 보십니까?

▶ 장하준 케임브리지대 경제학과 교수:

기대 수준을 어디에 두느냐에 따라 다르겠죠. 옛날에 외환위기 이전에 경제 성장도 잘 하고 소득 분배도 비교적 평등하고 그런 때와 비교하면. 지금은 경제 성장이 형편없는 것이고요. 지난 2, 3년과 비교하면 그렇게 급격하게 악화되지 않을 것이다. 그런 얘기도 할 수 있겠죠.

▷ 박진호/사회자:

1분기에 IMF 수준의 위기가 올 것이라는 얘기들에 대해서는 어떻게 보세요?

▶ 장하준 케임브리지대 경제학과 교수:

글쎄. 그렇게까지는 보지 않는데요. 왜냐하면 97년 IMF 위기라는 것은 완전히 금융시장, 외환시장이 붕괴되어 경제공황이 온 상황이고. 지금 상태는 그런 것보다는 지난 10여 년, 길게는 15년 정도 계속된 저성장 분배 악화 이런 것 때문에 경제가 침체된 상황이니까. 그 때 같은 붕괴 상황이 올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 박진호/사회자:

사실 최순실 사태로 인해서 경제 사령탑 부재 상황도 사실상 굉장히 있었고. 겉으로는 무언가 행정이 이뤄지는 것 같지만 속으로는 타격이 많을 것이다. 이런 우려가 많은데요. 교수님은 어떻게 보십니까?

▶ 장하준 케임브리지대 경제학과 교수:

글쎄요. 이게 특정 경제팀의 문제가 아니라. 외환위기 이후, 특히 이명박 정부 이후에 우리나라 정부가 추구해 온 경제 노선의 문제죠. 그래서 지나친 자유화, 금융시장 개방 이런 것 때문에 기업이 자꾸 장기적 투자를 안 하고, 비정규직 자꾸 만들어내고, 또 동시에 각종 노동법 개혁을 통해서 노동권 약화되면서 저임금자는 자꾸 늘어나고. 그러다 보니까 수요가 늘어나지 않으니까 성장에도 나쁜 영향을 주고. 소득 분배도 나빠지고. 그런 체제가 성립이 돼서 그런 거지. 일단 그 체제 속에서 어느 경제부총리가 조금 더 잘하고 덜 못하고 이런 것은 부차적인 문제입니다.

▷ 박진호/사회자:

알겠습니다. 미국이 긴축으로 전환하면서 우리나라는 가계부채가 1,300조 원에 이르고 있는데. 통화 정책은 한국이 굉장히 복잡한 상황인 것 같아요. 금리를 올리자니 부동산 시장 급락도 막아야 되는 상황이고. 뾰족한 수가 있을까요?

▶ 장하준 케임브리지대 경제학과 교수:

뾰족한 수가 없죠. 왜냐하면 이게 문제가 하루아침에 생긴 게 아니라. 지난 15년, 20년 동안 계속 금융시장 개방하고 그 사이에서 특히 2000년대 초반, 중반 이런 때 일자리 안 생기고 임금도 안 올라갈 때 재테크해서 빠져나가라. 이런 식으로 금융 자유화 하면서 가계부채 쌓이는 것 부추기고. 그 다음에 복지국가 같은 거 잘 안 만들어놓으니까 어려운 사람들이 카드 돌려막기 이런 식으로 해서 빚 쌓아놓고. 이렇게 해서 15년, 20년 동안 쌓인 문제이기 때문에. 뾰족한 수가 없습니다.

▷ 박진호/사회자:

정부는 그래도 부동산 경기를 통한 경기 활성화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못하는 것 같은데요. 어떻게 보세요?

▶ 장하준 케임브리지대 경제학과 교수:

그건 안 하는 게 좋죠. 단기적으로는 좋을지 모르지만. 장기적으로는 몸에 해가 되는 것이니까. 피곤하다고 우선 단 것 먹는 격이죠.

▷ 박진호/사회자:

지금 국내에서는 질이 안 좋은 일자리들, 비정규직 문제가 심각합니다. 그런데 황교완 대통령 권한대행은 최근 경제 활성화를 위해서 노동4법의 통과를 국회에 강하게 요청하고 있어요. 이것도 근로시간 단축, 비정규직 근로 기간 연장. 이런 것들이 포함된 건데. 이런 식으로 고용 정책 계속 가도 괜찮을까요?

▶ 장하준 케임브리지대 경제학과 교수:

지금 기본적으로 비정규직 늘어나고 임금 격차 늘어나고 이런 게 기본적으로 노동권이 너무 약해서 그런 것이거든요. 워낙 한국이 노동권이 약한 나라인데 97년 이후에 지속적으로 노동권 약화시키는 정책을 썼으니까. 사실 지금 문제가 지금 하려는 소위 노동개혁 4법이 나가려는 방법으로 해왔기 때문에 생긴 문제들인데. 그 방향을 더 강화해서 간다는 게 저는 맞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 박진호/사회자:

그러면 다소 비용을 감수하더라도 대기업들이 정규직 자리를 늘려야 한다. 여기에 공감하십니까?

▶ 장하준 케임브리지대 경제학과 교수:

그렇죠. 대기업들도 나름대로 애로는 있을 거예요. 왜냐하면 이게 금융 시장이 개방 및 자유화되면서 단기 주주들 힘이 늘어나서 기업들이 자꾸 단기 이윤을 극대화하라. 이런 압력에 노출이 되거든요. 그러니까 기업들도 그러다 보니까 우선 쉬운 게 비정규직 늘려서 임금 비용 낮추고. 그렇게들 하는데. 이렇게 하면 단기적으로는 빠져나갈 수 있을지 모르지만 결국은 장기적으로는 기술력 키우고 나가는 수밖에 없거든요. 임금을 낮추면 얼마나 낮추겠어요. 우리가 지금 국민소득 2만 5천 불 이런 나라에서 중국 수준으로 임금을 낮출 수도 없는 거고. 그러니까 결국은 생산성 높이고 기술 개발하는 수밖에 없습니다.

▷ 박진호/사회자:

네. 장 교수님 그동안 저서를 보면 재벌 정책에 대한 얘기 많이 하셨는데. 지금 사실 한국 재벌들이 또 도마에 올라있어요. 최순실 사태 때문에. 특히 삼성 경우에 국민연금을 동원한 삼성물산 합병 건에 대해서 수사도 받고 이재용 부회장 구속될 위기에 몰렸는데. 어떻게 보세요?

▶ 장하준 케임브리지대 경제학과 교수:

저는 제일모직과 삼성물산 합병이 좌절돼서 외국 금융 자본이 원하는 대로 삼성이 그 쪽 영향권에 들어가면 그것은 국민 경제에도 좋지 않았을 것이라고 봐요. 그런데 문제는 무엇이냐면 그 합병 건에서 국민연금이 무조건 삼성 측 손을 들어줬다는 게 문제거든요. 뭐냐면 삼성뿐이 아니라 우리나라 대부분의 재벌들이 옛날에 수입 규제해서 국민들이 우리나라 기업들이 만든 나쁜 물건 사서 쓰고. 세금 내서 기업들 보조금 주고. 노동자들 희생하고, 노동자들은 아직 큰 희생하고 있지만. 이렇게 해서 만든 국민의 기업이지 이게 이 씨 일가 것도 아니고 주주들 것만도 아니거든요.

그래서 국민연금이 이 씨 일가의 편을 일단 들어주려면 삼성이 국민 경제에 더 공헌할 수 있도록 조건을 걸었어야 합니다. 예를 들어 신산업 투자를 늘려서 새로운 성장 동력을 만들어내라던가. 노조를 인정하고 산재 노동자들에 대해서 제대로 보상을 해주라던가. 이런 조건들을 내걸었어야 했는데. 지금 특히 최순실 사건이 터지고 나서 보니까 기껏 조건으로 건 게 최순실 씨 딸 승마하는 것 도와줘라. 이런 것 아니에요? 사실 이게 국민연금이 이 때 다르게 개입했으면 이게 국민 경제를 어느 정도 바로 잡을 수 있는 절호의 기회였는데. 그것을 권력자 딸 하나 돈 대주는 것으로 끝내버렸단 말이죠.

▷ 박진호/사회자:

공감이 가는 말씀입니다. 혹시 장 교수님 컬럼비아대 제프리 삭스 교수하고 교류하시는 편인가요?

▶ 장하준 케임브리지대 경제학과 교수:

예. 몇 번 만난 적은 있습니다.

▷ 박진호/사회자:

사실 이번 조기 대선 정국에서 양극화 해소가 화두가 되면서. 대선 주자 진영에서 적극적으로 장하준 교수님 같은 분을 영입하려고 한다. 이런 얘기가 들리는데요.

▶ 장하준 케임브리지대 경제학과 교수:

저는 공부하는 사람이지 그런 곳에는 관심이 없습니다.

▷ 박진호/사회자:

제안이나 연락 받으신 적 없으세요?

▶ 장하준 케임브리지대 경제학과 교수:

아뇨. 없습니다.

▷ 박진호/사회자:

알겠습니다. 그렇게 알고 있겠습니다. 지금 사드 배치 결정 이후에 중국의 통상 보복이 은근하게 계속되고 있는데. 지금 화장품 수입 불허하는 조치까지 했어요. 어떻게 봐야 될까요?

▶ 장하준 케임브리지대 경제학과 교수:

글쎄 지금 한국이 굉장히 어려운 상황이죠. 미국이 자꾸 중국이 강대해지니까 그것을 주적으로 삼아서 말하자면 여러 가지 중국을 견제하는 일을 하잖아요. 그래서 예를 들어 아시아사회간접자본은행 이런 것 만들 때 자기들은 굳이 참여 안 하고, 다른 나라에도 참여하지 말라고 압력 넣고. 또 군사적으로 압박하고 이런 것부터 시작해서 사실 지금 중국이 미국의 압력에 대해서 굉장히 민감한 상황인데. 우리나라는 지금 경제적으로, 군사적으로 미국 의존도가 아직 높고. 또 경제적으로는 중국에 대한 의존도는 자꾸 높아지고 그러니까. 사실 어느 한 쪽 편만 들기가 참 어려운 상황 아니에요. 그래서 지금 잘. 나쁜 말로 미꾸라지처럼 했어야 했는데. 그러지 못하고 한 쪽에만 확 해버리니까 중국이 화가 안 날 수가 없겠죠.

▷ 박진호/사회자:

지금 당장의 피해는 감수하고서라도 일단 사드 배치 결정은 번복하기 힘들다. 결국 외교적 해법밖에 없을 것 같은데요. 그렇게 보십니까?

▶ 장하준 케임브리지대 경제학과 교수:

글쎄. 저는 외교 문제는 전문가가 아니라 잘 모르겠지만. 결국 외교로 풀어야 되지 않겠습니까. 이건 다른 방법이 없죠.

▷ 박진호/사회자:

지금 대선 정국 되면서 주자들마다 복지 정책 경쟁이 또 예상되는데. 최근 장 교수님 강연하실 때 좌파와 우파 모두 복지 개념을 아예 바꿔야 한다고 하셨었어요. 이게 무슨 의미입니까?

▶ 장하준 케임브리지대 경제학과 교수:

글쎄 우선 좌파에서는 자꾸 무상복지 얘기를 하는데. 듣기는 좋죠. 공짜로 준다는데 싫어할 사람이 어디 있겠어요. 그런데 이게 뭐냐면 잘못된 얘기예요. 아무리 가난한 사람도 세금을 낸단 말이에요. 물건 살 때 부가가치세 내고, 교육세 내고 이러는데. 모든 사람이 어느 정도는 세금을 내기 때문에 모두 다 같이 복지비용을 부담하는 거죠. 물론 돈 많은 사람은 상대적으로 받는 것보다 더 많이 내고, 가난한 사람은 내는 것보다 더 많이 받는다. 이런 거지만. 이 무상복지 개념을 없애야 합니다. 그러니까 중요한 것은 누구나 세금을 내고 누구나 복지 혜택을 받는 보편적 복지 국가. 시민권만 있으면 복지 혜택을 받고 세금도 내는 그러한 복지 국가가 진정한 복지 국가고. 그것을 추구해야 한다는 게 제 생각인데. 여기에 대해서 우파들은 보편적 복지 국가보다는 꼭 필요한 가난한 사람들에게만 혜택을 주는 선별적 복지 국가가 더 좋다. 이렇게 말씀하시는데. 이게 단기적으로는 일리가 있는 말입니다.

왜냐하면 단기적으로는 꼭 필요한 사람들에게만 주면 돈을 아낄 수도 있고, 그 사람들에게 더 줄 수도 있잖아요. 장기적으로는 이게 문제가 많은 게. 왜냐하면 돈이 좀 상대적으로 많은 사람들은 우리는 세금만 내고 복지 혜택 하나도 받지 못한다. 이렇게 불만이 생기고. 또 복지 혜택을 받는 사람들은 딱 그 사람들만 받으니까 사회적으로 낙인이 찍힌단 말이에요. 그래서 이 정치적으로 복지 국가의 지속 가능성이 떨어집니다. 이래서 바로 그런 식의 선별적 복지를 하는 미국 같은 곳에서는 복지가 굉장히 인기가 없고. 보편적 복지를 하는 덴마크, 스웨덴, 독일 이런 나라들에 가면 세금 많이 낸 사람들도 자기들도 상당 부분 혜택을 보기 때문에 복지 국가를 지지한단 말이에요.

▷ 박진호/사회자:

그런데 지금 국내에서는 법인세 증세가 화두가 되고 있는데. 소득 분배 효과를 보면 말씀하신 부가가치세, 간접세보다는 직접세를 올려야 되는 것 아닌가요?

▶ 장하준 케임브리지대 경제학과 교수:

지금 우리나라 법인세라던가, 고소득층에 대한 소득세라던가. 이런 게 국제적 기준으로 봐서는 아직도 낮은 편이거든요. 그래서 올릴 여지가 있죠. 그리고 특히 법인세 논쟁 같은 곳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기업들이 보는 게 단순한 세율만 보는 게 아니라 그 세금을 냈을 때 얼마나 이 나라에서 좋은 서비스를 받는가. 그게 중요한 것이거든요. 그러니까 법인세율이 높다고 하더라도 사회간접자본 잘 돼있고, 노동자들 교육 잘 돼있고, 정부가 원활하게 돌아가고, 이런 나라에 투자한단 말이에요.

그래서 만약에 소득세율만 중요하다면 세계 모든 기업이 파라과이라는 나라로 가야 합니다. 그 나라는 법인세 0%인 조세도피처 빼고는 세계에서 법인세율이 제일 낮아요. 10%. 그런데 아무도 거기에 투자 안 한단 말이죠. 가봤자 노동자들도 교육도 잘 안 돼 있고, 정부도 잘 안 돌아가고, 사회간접자본도 잘 안 돼 있고 그러니까 안 간단 말이에요. 조세 논쟁을 할 때는 단순히 세율이 낮냐, 높냐. 이런 것보다는 과연 우리나라가 세금 값을 하느냐. 그 논쟁을 해야 합니다.

▷ 박진호/사회자:

알겠습니다. 청취자 우운용 씨가 문자 보내주셨는데. ‘교수님 말씀 사이다 같다’고 하시면서요. ‘지금 회사 도착해서 주차했는데 안 내리고 계속 듣고 있다’는 말씀 보내셨습니다. 오늘 좋은 말씀 감사합니다.

▶ 장하준 케임브리지대 경제학과 교수:

예. 감사합니다.

▷ 박진호/사회자:

지금까지 영국 케임브리지대의 장하준 교수와 얘기 나눠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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