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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30 (토)

[Cover Story] 에너지혁명 풍력·태양광… 만만찮은 역풍·먹구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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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환경·무한이용 가능성에 각국 "세계시장 선점" 투자 열기 정부도 해상단지조성등 팔걷어

화석연료대비 높은 생산원가 기술력 부족·불안전성이 걸림돌

HanKookI

미래의 에너지원으로 주목 받는 해상 풍력발전설비. 유럽과 미국 등 강대국들을 중심으로 기술개발이 한창이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전북 부안 위도와 전남 영광 안마도 사이에 드넓게 펼쳐진 앞바다. 육상에서 멀리 20㎞ 떨어진 바다 위 한 가운데에 철탑 형태의 대형 구조물이 우뚝 서 있다. '서남해 해상풍력단지' 조성을 위해 지난 2010년 설치된 기상탑이다. 빌딩으로 치면 30층 높이(80m)에 달하는 이 탑은 해상풍력발전사업에 있어 가장 중요한 풍향, 풍속 데이터를 24시간 실시간 수집하고 있다. 여기에서 모아진 바람에 관한 모든 정보는 곧 바로 대전에 있는 전력연구원으로 보내진다. 바람이 어느 방향에서 얼마나 불어오는지 등을 정확히 분석해야 앞으로 짓게 될 해상풍력단지의 전력생산을 극대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총 12조원 가량이 들어가는 정부의 계획이 마무리되는 2019년엔 이 바다 위에 장관이 펼쳐질 전망이다. 정부는 2020년까지 세계 3대 해상풍력 강국으로 도약한다는 목표 아래 1단계로 2014년까지 20기, 2016년까지 80기에 이어 2019년 400기 등 바람개비 형태의 대형 해상풍력 구조물을 모두 500기 세울 방침이다. 한국전력과 6개 발전회사, 민간 업체들이 참여하는데 발전용량만 250만㎾에 달한다. 이는 요즘 말도 많고, 탈도 많은 100만㎾급 원자력발전소 2기 반을 짓는 규모와 맞먹는다.

언젠가는 바닥을 드러낼 석유ㆍ석탄 등 화석연료 부족사태에 대비하기 위해 세계 각국은 풍력과 태양광 등 '신재생에너지' 개발에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공해 없는, 지속 가능한 미래 에너지원인만큼 성장 가능성이 무궁무진하기 때문이다. 특히 태양열, 태양광발전, 바이오매스, 풍력, 지열, 연료전지, 수소에너지 등 대체에너지 가운데 요즘 가장 스포트라이트가 쏟아지고 있는 분야는 풍력인데, 그 중에서도 해상풍력이 각광을 받고 있다.

해상풍력은 일단 바다라는 광활한 해상 위에 짓다 보니 대규모 단지개발이 육상에 비해 쉽다. 또 산과 언덕 등에 건립할 필요가 없어 산림훼손 우려로 인한 환경파괴도 적다.

이렇다 보니 선진국들은 이미 앞다퉈 해상풍력 건설에 팔을 걷어 부친 상태. 전통적으로 해상풍력 강국인 영국 등 유럽국가 외에도 최근 중국, 미국 등도 대규모 해상풍력 단지 개발에 뛰어들고 있다. 유엔환경계획(UNEP)에 따르면 지난해 전 세계 신재생에너지 분야 투자 규모는 2,570억 달러(약 300조원)로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가장 투자를 많이 한 나라는 중국인데, 전세계 투자액의 약 20%를 차지했다. 아시아 국가들의 총투자 규모는 520억 달러(61조원)에 달한 것으로 집계됐다. 한전 김숙철 신재생실장은 "영국의 경우 2020년까지 자국 전력수요의 30%를 해상풍력으로 대체할 정도로 해상풍력은 신재생에너지 중 가장 큰 시장"이라며 "세계 최강인 우리나라의 조선, 해양플랜트 기술을 해상풍력과 접목시킨다면 빠른 시간 내에 세계시장을 장악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태양광 역시 대표적 신재생에너지로 꼽힌다. 지난 2009년 307억 달러이던 시장규모가 10년 뒤인 2019년 989억 달러에 달할 것으로 정부는 전망하고 있다. 지식경제부 관계자는 "신재생에너지는 에너지 소비와 이산화탄소 배출 세계 10위 국가인 우리나라에 현재는 물론 미래에도 꼭 필요한 에너지"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 관계자는 "아직 현실적으로 상용화하기까지 시간이 많이 걸리기 때문에 안정적인 전력생산을 위해선 기존 발전 역시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물론 신재생에너지의 미래가 장밋빛인 건만은 아니다. 해상풍력의 경우 육상풍력에 비해 건설비용이 최대 2배 이상 많은데다 바다 위에 설치하다 보니 고장이나 사고가 났을 경우 접근성이 상대적으로 떨어질 수밖에 없다. 아직은 우리나라의 경우 선진 기술력을 확보하지 못한 것도 문제로 지적된다.

태양광도 이미 시장을 선점한 선진국들과 대규모 물량 공세를 앞세운 중국 등에 밀리고 있는데다, 세계경기의 불황도 발목을 잡고 있는 형국이다. 자원업계 관계자는 "풍력과 태양광은 천혜의 자연에너지이지만 바람과 햇빛은 사람이 통제할 수 없어 에너지생산의 불안성 및 불균형 또한 클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무엇보다 현재 가장 큰 걸림돌은 경제성이 떨어지는 생산 원가다. 신재생에너지를 생산하기 위한 발전 원가는 기존의 화석연료를 이용해 전기를 생산하는 것에 비해 상당히 비싸 다. 한전에 따르면 화석연료의 발전단가를 1㎾당 100원으로 가정했을 때, 태양광은 197원, 풍력은 189원, 바이오는 184원, 연료전지는 181원, 해양에너지는 179원 등이다.

결국 신재생에너지가 시장성을 갖추려면 이른바 '그리드 패러티(Grid Parityㆍ태양광이나 풍력 등 대체에너지로 전기를 생산하는 데 드는 발전원가가 화석연료 발전원가와 같아지는 시점)에 언제쯤 도달하느냐에 좌우될 수밖에 없다. 자원업계에서는 이르면 수년에, 늦어도 5~7년 안에는 대체에너지 시장이 본격 성장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정필 에너지기후정책연구소 상임연구원은 "풍력과 태양광 같은 신재생에너지 산업이 전 세계적으로 높은 봉?추세를 보이는 건 사실"이라면서도 "잠재량에 비해 실제 쓸 수 있는 기술 및 가용 잠재량은 낮아 이에 대한 철저한 분석과 대비를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세계는 '셰일가스' 개발 붐… 환경파괴·정치적 의도 등 논란도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올초 연두교서에서 "우리에겐 100년간 쓸 수 있는 새로운 형태의 가스가 있다"고 말했다. 세계 최대 석유기업인 엑손모빌의 렉스 틸러슨 회장은 "신에게 감사해야 할 일"이라고까지 극찬했다. 석유나 석탄 등이 지배하는 기존 화석 에너지시장의 판도를 뒤흔들 것으로 평가되는 새로운 대체 에너지원, 바로 셰일가스 이야기다. 셰일가스는 오랜 세월 모래와 진흙이 단단하게 굳어진 지하 퇴적암층 안에 갇혀 있는 천연가스의 일종이다.

전세계 에너지업계가 셰일가스에 열광하는 이유는 무엇보다도 풍부한 매장량 때문. 현재 확인된 매장량만 187조㎥로 전세계 인구가 59년간 사용할 수 있다. 이는 석유 매장량과 거의 맞먹는 수준이다. 여기에 그 동안 지지부진했던 셰일가스 탐사 및 개발이 최근 기술발전에 힘입어 활기를 띠고 있고, 액화천연가스(LNG)처럼 사용할 수 있어 활용도도 높다.

이렇다 보니 매장량 1, 2위를 다투는 중국과 미국이 셰일가스 개발에 가장 적극적이다. 미국의 셰일가스 생산은 지난 1998년 하루 2,800만㎥ 미만이었다가 최근 메이저들이 생산에 가세하면서 지난해 1억4,100만㎥로 5배 넘게 늘었다. 셰일가스 최대 매장국(매장량 36.1조㎥)인 중국은 아직까지 채굴기술 등이 미국에 뒤지지만 에너지기업 셸과 손잡고 30년 동안 자국 셰일가스를 공동 개발키로 했다. 한국 정부도 최근 셰일가스 관련 태스크포스(TF)를 구성했으며, 가스공사는 2017년부터 20년 동안 미국으로부터 연간 350만톤의 가스를 공급 받기로 계약을 맺었다.

하지만 이처럼 폭발적인 기대와 관심 만큼이나 논란도 뜨겁다는 점이 문제다. 무엇보다 셰일가스 채굴에 따른 환경파괴 우려가 크다. 셰일가스는 채굴 과정에서 화학약품을 쓰는데 이 약품이 토양과 지하수 오염을 일으키기 때문에 미국 내에서도 환경단체들을 중심으로 반대여론이 만만치 않다. 산업연구원 관계자는 "셰일가스 채굴 과정에서 화학첨가물이 수자원을 오염시킬 위험이 큰데다, 메탄가스가 누출돼 대기오염 가능성도 있다"고 우려했다.

올 들어 일기 시작한 셰일가스 개발 붐의 이면에는 정치적 의도가 깔려있다는 견해도 나온다. 오바마 대통령이 셰일가스를 직접 챙기는 것은 오는 11월 대선에서 재선하기 위한 분위기 전환용이라는 게 대체적인 시각이다. 박광순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재선에 관심을 둔 오바마 대통령이 경제적 또는 환경적인 문제보다는 정책적으로 셰일가스 개발을 통한 일자리 만들기에 관심을 두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런 점들을 볼 때 셰일가스가 매력적인 대체 에너지원인 것은 맞지만 본격 상용화까지는 아직 넘어야 할 산들이 적지 않다. 이 때문에 축포부터 터트리며 과도한 기대감을 갖는 것은 경계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많다. 뉴욕타임스(NYT)는 미국 에너지 회사들이 셰일가스의 투자ㆍ개발에 거품 우려가 있다고 판단하면서도 투자자들에게는 수익성이 있는 사업이라고 밝혔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에너지업계 관계자는 "개발과 가공과정에서 상당한 시간이 걸리는 만큼 현재의 기대감은 과한 측면이 있다"며 "미국이나 중국 등 특정국가에 너무 얽매이지 말고 다양한 국가와 셰일가스 개발 협력을 추진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김종한기자 tellm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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