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도 전담부서 신설 등 검토
한국대응 따라 추가대책 시사
“총선 앞두고 의도적 강경행보” 분석
이명박 대통령의 독도 방문을 계기로 빚어진 갈등 국면에서, 일본이 거국적으로 독도에 대한 영유권 주장을 국내외에서 전면화하고 있다. 일본 총리가 30여년 만에 독도를 한국이 불법점거하고 있다고 공식 주장하고, 국회도 같은 내용의 결의안을 채택했다. 일본은 이에 대한 우리 정부의 반응을 봐가며 추가적인 대응 조처를 암시했다. 외교관계 마비 상태로 치달은 이번 독도 공방전을 결코 일본의 패배로 마무리짓지 않겠다는 태도다.
노다 요시히코 총리는 24일 오후 기자회견에서 “최근 우리나라 주권을 해치는 일이 잇따라 일어나고 있는데, 그런 행위를 간과할 수 없다”며 영토 주권 수호 의지를 강력히 천명했다. 그는 한국, 중국, 러시아와 갈등을 빚고 있는 지역을 하나씩 언급했는데, 독도를 가장 먼저 그리고 가장 자세하게 거론했다. 그는 일본은 에도시대부터 독도를 이용했고, 17세기 중반에는 독도가 일본 영토로 확립됐다고 강조했다. 이후 1905년 영유권을 재확인하고 시마네현에 편입시켰는데, 한국이 이승만 라인을 그어 ‘불법점거’하고 있다는 주장이다.
노다 총리와 겐바 고이치로 외무상은 이에 앞서 이날 생중계된 참의원 예산위원회 회의에서도 일본 정부의 입장을 구체적으로 설명하고, ‘불법점거’임을 여러차례 강조했다. 중의원도 이날 ‘한국이 독도에 대한 불법점거를 하루빨리 중단하라’는 내용의 결의안을 채택했다. 일본은 이를 이명박 대통령의 독도 방문에 대한 대응 카드로 활용하는 한편, 앞으로 상황 변화에 따라 ‘한국의 불법점거’를 타파하기 위한 행동을 실천에 옮길 수 있는 대내적 명분을 쌓았다.
일본 정부는 지난 21일 각료회의에서 국제사법재판소 제소를 한국 정부에 제안하기로 결정하고, 다른 대응 조처는 전혀 취하지 않았다. 그 정도 선에서 대응해도 일단 충분하다는 분위기였다. 그러나 우리 정부가 노다 총리의 친서를 반송하기로 결정하면서 강경 분위기가 매우 선명해졌다. 이날 회견에서 한 일본 기자가 총리 서한을 반송하기 위해 찾아온 한국대사관 참사관을 문전박대한 데 대해 “일본 정부가 강조하는 냉정한 대처에 어긋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있다”고 질문하자 노다 총리는 “일본은 일관되게 냉정함과 예를 잃지 않아왔다”며 한국 쪽에 사태의 원인이 있음을 강조했다. 이런 노다 총리와 민주당의 강경 행보는 이르면 11월 치러질 총선을 앞두고 ‘약체외교로 영토 문제 대응에 실패했다’는 비판을 피하자는 뜻도 담긴 것으로 해석된다.
그러나 일본이 물리적 충돌을 일으키는 등의 방식으로 한국과 독도 분쟁을 당장 키울 것 같지는 않다. 이날 노다 총리의 회견 가운데 ‘정확하게 측정되지 않고 이름도 짓지 못한 섬도 있는데, 적절한 행정조처와 물리적 보전조처를 착실히 추진해 나가겠다’는 발언이 있어, 독도 측량을 암시한 것 아니냐는 해석이 일부에서 나왔다. 하지만 발언 전체를 보면, 노다 총리는 독도 문제를 국제사법재판소에 제소해서 처리하자고 한국에 거듭 주장하는 데 강조점을 두었다.
일본 언론은 정부와 국회가 하나되어 한국의 독도 지배를 ‘불법점거’로 규정한 것을 일본이 내놓은 새 공세 카드로 보고 있다. 노다 총리가 이날 기자회견에서 대국민 메시지 전달에 주력한 것도 또 한번 한국의 대응을 지켜보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일본은 한국이 어떻게 나오느냐에 따라, 독도 전담부서 설치와 국채매입 동결 등 경제 보복 카드를 쓸 것으로 보인다. 물론 양국 사이에 추가적인 강경 조처가 없더라도 한-일 간에는 고위급 대화가 전면 중단되는 등 얼음장 같은 상태가 한동안 이어질 수밖에 없는 국면이다.
도쿄/정남구 특파원 jeje@hani.co.kr
공식 SNS [통하니] [트위터] [미투데이] | 구독신청 [한겨레신문] [한겨레21]
Copyrights ⓒ 한겨레신문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한겨레는 한국온라인신문협회(www.kona.or.kr)의 디지털뉴스이용규칙에 따른 저작권을 행사합니다.>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