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의 흉터마저 아름답다…'진짜 부산' 여행
한국전쟁 때 산중턱 판자촌 가로지른 '산복도로'
일제강점기 공동묘지 위에 세운 '비석문화마을'
천마산서 부산항대교 야경 내려다보니 숨이 탁
한국전쟁 때 산중턱 판자촌 가로지른 '산복도로'
일제강점기 공동묘지 위에 세운 '비석문화마을'
천마산서 부산항대교 야경 내려다보니 숨이 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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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강경록 기자] 화려한 도시. 진짜 부산의 모습을 보기 전까지 떠올린 부산의 이미지였다. 하지만 조금만 관심을 기울이고 역사를 곱씹으면 시간이 멈춰 버린 듯한 도시의 흔적을 곳곳에서 발견할 수 있다. 대표적인 곳이 산복도로다. 일제강점기와 해방, 한국전쟁을 거치면서 생긴 산복도로는 가난한 산동네 사람들의 길이었다. 그 길이 언젠가부터 부산을 상징하는 공간으로 알려지면서 여행객에게 각광받고 있다. 삶의 터전이자 역사를 품은 그 길에 부산의 참모습이 들어 있어서다. 사람과 자연이 만들어낸 한 폭의 그림이기도 했고 여전히 그 안에서 부대끼며 사는 이들을 위로하고 배려하는 인생의 공간이기도 했다. 아픔도 있다. 물 한 동이를 길어 올리기 위해 하루에도 몇번씩 산을 오르락내리락했던 고난의 행로였다. ‘화려한 도시’ 부산에 가려진 ‘진짜 부산’의 모습이다.
◇가난한 산동네 사람들의 길 ‘산복도로’
부산에는 유난히 산복도로가 많다. 한국전쟁 당시 산 중턱에 판자촌을 가로질러 만든 길이 바로 산복도로다. 부산 동구의 수정동·초량동, 중구의 영주동 일대가 대표적이다. 이 길에는 고향을 등진 이들의 궁핍했던 삶이 눈물처럼 고여 있다. 동구는 산복도로와 사연을 묶어 초량·호랭이·부산의부산·수정·좌천 이바구길과 부산포개항가도 등 모두 7개의 여행길을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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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치환우체통을 지나면 또 하나의 이바구길이 있다. ‘수정 이바구길’이다. 수정동 일대에서 근·현대 부산의 흔적을 살펴볼 수 있는 곳이다. 수정동 일대에는 매축지기념비와 정란각 등 근대 부산의 흔적이 곳곳에 남아 있다. ‘부산 이바구길’은 부산의 지명이 유래한 곳으로 알려진 증산을 향하는 코스다. ‘가마 부(釜) 뫼 산(山)’을 쓰는 부산이 이름처럼 가마솥 같다고 해서 붙은 이름이다. 부산 이바구길의 출발지인 자성대에서 부산의 지명이 유래했다는 주장도 있다.
이 코스는 두 곳을 이으며 범일동 언저리의 역사적인 장소를 발굴해 놨다. 동구 출신 독립투사 최천택의 길, 왜성터, 부산의 최초 성당인 범일성당, 옛 교통부 자리 등을 포함한다. ‘안용복 기념 부산포 개항문화관’도 이 길에 있다. 안용복은 조선시대 일본으로부터 울릉도와 독도를 지켜낸 인물. 좌천동에서 태어나 수군 출신의 평범한 어부였던 그는 1693년(숙종 19년)·1696년(숙종 22년) 두 차례에 걸쳐 울릉도와 독도를 침략한 왜인을 몰아내고 일본 막부로부터 조선땅을 확인하는 공식 외교문서를 받아냈다. 그의 기록은 오늘날까지 독도가 우리 땅이라는 사실을 증명하는 자료로 활용하고 있다.
또 이 길은 부산개항가도와도 연결돼 있다. 지하철 좌천역 3번 출구에서 시작해 부산포 개항가도 진입 골목(벽화), 정공단·일신기독병원, 부산진교회, 부산진일신여학교, 안용복장군 기념 부산포개항문화관, 제일아파트, 문화아파트, 증산공원까지 이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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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묘지 위에 마을이 들어서다
서구 아미동 산19번지. ‘비석문화마을’이라 불리는 이곳은 ‘피란수도 부산’의 가슴 아픈 역사를 품은 상징적인 공간이다. 사연은 이렇다. 한국전쟁이 터지자 부산으로 몰려든 피란민들은 ‘장사라도 하면 먹고 살겠지’ 하는 마음으로 부산역 앞 부산일보 옆 골목으로 집결했다. 당시 부산시는 공무원을 동원해 피란민에게 주소가 적힌 종이 한 장과 천막을 나눠줬다. 그것을 들고 찾아간 곳이 청학동·당감동·대신동·천마산, 그리고 아미동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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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의 ‘비석문화마을’이 당시 피란민 일부가 찾아간 아미동이다. 그런데 몸 뉘일 곳이라도 있겠다는 생각에 찾아간 피란민들은 이내 아연실색했다. 바로 공동묘지였기 때문이다. 이 묘지는 일제강점기에 일본인들이 사용하던 것이었다. 1945년 패망과 함께 일본인은 황급히 귀국길에 올랐고 수백여기의 무덤이 그대로 남아 있었던 것. 옆에는 화장장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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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 입구에 최근 도로 확장공사를 하며 드러난 옛집 하나가 눈에 들어온다. 묘의 상석 위에 그대로 벽체를 올리고 지붕을 씌운 ‘하꼬방’이다. 무덤에 대한 두려움보다 어떻게든 살아내야 하는 억척스러움이 고스란히 전해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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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의 밤은 낮보다 아름답다
부산 밤풍경의 주역이 바뀌었다. 예전에는 광안대교였다. 부산에서 야경을 감상한다는 것은 광안대교를 어디서 볼 거냐는 말과 맥이 통했다. 황령산과 금련산이 야경 명소로 인기였던 것도 같은 이유다. 하지만 요즘은 달라졋다.
최근 여행객이 가장 많이 찾는 부산의 야경명소는 동구의 유치환우체통이다. 여기선 2014년 개통한 부산항대교를 중심으로 탁 트인 바다와 부산항의 아름다운 밤을 만끽할 수 있다. 부산항대교와 부산항의 모습을 다른 포인트에서 담고 싶다면 중구 스카이웨이전망대와 역사의 디오라마전망대도 최적의 장소다. 산 중턱에 있는 집과 거리의 노란 가로등과 키다리 아저씨처럼 길게 늘어선 아파트의 불빛, 색색의 빛을 뽐내는 부산항대교의 모습을 카메라 렌즈 안에 담아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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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마산 아래 누리바라기 전망대도 최근 뜨고 있는 야경명소다. 서구 천마산로 남부민1동 목화빌라 근처의 산복도로에 있다. 이곳에서 바라보는 부산항 일대의 야경은 보석을 뿌린 듯하고 시시각각 변하는 부산항대교의 조명은 탄성을 자아낼 정도로 아름답다. 전망대 이름은 세상을 뜻하는 ‘누리’와 바라보다라는 뜻의 ‘바라기’를 합해 만들었다. 천마산의 유래인 하늘에서 내려온 용마(龍馬)를 형상화한 출입문도 볼거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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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운대의 마천루 야경은 동백섬 입구 산책로에서 바라보는 게 가장 운치 있다. 동백섬은 부산의 야경 일번지로 꼽히는 마린시티를 마주보고 있다. 마린시티는 수영만 매립지에 조성한 초고층 주상복합 건물단지. 고층빌딩이 빽빽하게 서 있는 모습은 마치 미래도시를 보는 듯한 초현실적인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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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메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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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을곳=수정산공영주차장 위쪽 등산로 초입에 있는 ‘수정산빈대떡집‘. 이 집 단골들은 돼지고기를 듬뿍 넣은 김치찌개(4인분 1만원)나 얼큰한 닭볶음탕, 속풀이 콩나물해장국(4000원) 등의 메뉴도 많이 찾는다. 단 카드결제가 안 되니 현금을 준비해야 한다. 초량동 산복도로변 고급 저택에 자리잡은 찻집 ’‘달마갤러리’(051-917-2005)에서는 사찰식 산채비빔밥(1인분 1만원) 등을 맛볼 수 있다.
△잠잘곳=해운대에 있는 아르피나(051-731-9800)가 가격 대비 추천할 만한 숙소다. 부산관광공사가 운영한다. 유스호스텔이지만 깨끗한 시설과 호텔급 서비스를 자랑한다. 해운대 여느 호텔에 비해 가격이 파격적으로 저렴하고 무엇보다 위치·접근성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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