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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학생이 교내 취업게시판을 보고 있다. [매경DB] |
하지만 상담사는 "나이도 많은 데다 탈스펙 시대엔 학벌이 소용없다"며 "자기소개서부터 전부 손봐야 한다"고 A씨의 두려움을 자극했다. 상담사는 불안에 떠는 A씨에게 면접요령, 자기소개서 작성요령, 토익시험 대비 강좌수강 등으로 100만~300만원을 호가하는 취업 프로그램을 권고했다. 마음이 흔들린 A씨는 주변에 취업학원에 대한 수소문을 했다. 취업학원이나 취업 컨설팅 업체는 상담하러 온 서울 주요 대학 학생들에게 불안감을 조성하며 본인 생각보다 '하향지원' 해야 한다고 압박하고 있었다. 이유는 다양했다. 학교가 좋아도 나이가 많거나, 성별이 여자이거나, 학점이 낮거나, 학벌이 별로라는 점 등을 중대한 결점으로 지적했다. A씨는 "탈스펙 사회라면서 왜 나이와 성별은 여전히 스펙처럼 다루는지 모르겠다"고 꼬집었다.
사실 학생들이 취업학원에 등록하거나 취업 컨설팅을 신청한 이유는 좋은 직장을 가지고 싶다는 희망 때문이다. 하향지원을 권고받은 학생들은 "취업학원이 불안감을 조성해 등록을 권해놓고 자신들의 성공률을 높이기 위해 무조건 중견·중소기업에 지원하라고 밀어붙이는 듯하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고용노동부에서 진행하는 청년 일자리 지원을 위한 취업성공패키지도 상황은 다르지 않다. 서울 동대문구의 한 사립대에 재학 중인 B씨(24)는 취업성공패키지를 통해 상담을 신청했다가 상담사에게서 "사실 B씨가 재학 중인 대학에서 대기업에 취업한 사례는 별로 없다"는 말을 듣고 실망했다. 이 프로그램은 학생들에게 중소기업 인턴을 연계해주고 있다. 하지만 인턴 기간이 끝나면 해당 기업에 정규직으로 취업할 것을 전제로 하고 있다. B씨는 "소위 말하는 SKY 출신이 아니라고 중견기업이나 중소기업에 취업하라고 하니 힘이 빠진다"고 한탄했다. B씨는 "이 프로그램이 중소기업 취업을 유도하려는 것은 알겠지만 그 과정에서 SKY 출신과 비SKY 출신을 구분하는 느낌이 들어 우울하다"고 덧붙였다.
[정슬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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