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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03 (화)

[셰일가스]‘셰일가스’ 고유가 잠재울까 G2(美·中) 개발 붐…한국도 ‘노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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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에겐 100년간 쓸 수 있는 새로운 형태의 가스가 있다.” 올 초 연두교서에서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이 ‘셰일가스(잠깐용어 참조)’에 대해 언급한 내용이다.

셰일가스가 에너지 업계의 뉴스타로 떠올랐다. 현재 확인된 매장량만 해도 187조㎥로 세계 인구가 59년간 사용할 수 있다. 석유 매장량과 맞먹는 수준이다.

셰일가스를 두고 각축전도 벌어지고 있다. 미국 정부는 이후 대규모 투자계획을 내놓았다. 여기에 뒤질세라 중국 역시 막대한 매장량을 앞세워 개발을 서두른다. 한국의 가스공사도 미국 기업으로부터 2017년부터 셰일가스를 도입한다는 내용의 계약을 체결했다. 셰일가스가 세계 경제를 재도약시킬 수 있다는 낙관적 전망과 채굴 과정에서의 환경오염 문제를 지적하는 목소리도 있다. 셰일가스의 가능성과 논란을 점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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셰일가스가 새로운 에너지원으로 부상하고 있다. 셰일가스가 발견된 지는 오래됐지만, 그동안 채굴 기술이 발달하지 않은 1990년대까지만 해도 외면받아 왔다. 진흙층에서 이 가스를 추출해내기가 기술적으로 쉽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근 들어 사정이 변했다. 물과 모래, 화학약품을 섞은 혼합액을 고압으로 분사하는 수압파쇄법과 수평으로 가스를 시추하는 방법(잠깐용어 참조) 등이 상용화되면서부터다(그림 참조).

셰일가스의 장점은 무엇보다 풍부한 매장량이다.

셰일가스의 추정 매장량은 187조㎥로 기존 천연가스나 석유의 매장량과 유사하다. 세계 각 지역에 고르게 분포돼 있다. 특히 에너지 수요가 높은 중국과 미국이 매장량 1, 2위를 다투고 있다. 한국가스공사 관계자는 “잠재 매장량은 645조㎥로 추정된다. 현재 가스 사용량을 보면 200년간 사용이 가능한 정도다”라면서 “고루 분포돼 있다는 점에서 천연가스 가격 안정이나 에너지 자원 무기화에 대한 견제의 의미도 있다”고 설명했다.

활용도도 높다. 셰일가스가 기본적으로 천연가스의 일종인 만큼 난방연료와 발전용, 에탄 등 석유화학원료, 액화천연가스(LNG)처럼 사용할 수 있다.

사정이 이렇자 기업들의 움직임도 활발하다. 미국의 엑손모빌은 2009년 가스기업인 XTO에너지를 360억달러(42조원)에 인수했으며, 프랑스의 토탈은 올해 미국 오하이오주의 우티카셰일 지대 지분 25%를 23억달러에 사들였다. 시노펙·중국해양석유총공사 등의 중국 기업들은 뒤떨어진 채굴 기술을 확보하기 위해 해외 기업 인수와 합작투자를 적극적으로 추진 중이다.

가스 전문기업인 EQT코퍼레이션 박희준 부사장은 “기존의 셰일가스 전문업체들 외에 석유 메이저 기업들이 뛰어들어 경쟁이 치열해졌다”고 말했다.

중국 매장량 세계 1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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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깐용어 셰일가스(shale gas)
지하 퇴적암층인 셰일(혈암)층에 저장된 메탄가스. 셰일은 오랜 세월 점토가 쌓여 단단하게 굳어진 암석이다. 셰일가스를 비롯해 퇴적암층에서 추출되는 치밀가스, 석탄층 메탄가스 등은 유정에서 추출하는 일반 천연가스와 구분하기 위해 비전통적(unconventional) 가스로 분류된다.

잠깐용어수압파쇄(hydraulic fracturing)
물과 모래, 화학물질 등을 혼합해 고압으로 지하에 투입, 가스가 내재된 암석층에 균열을 일으키는 공법.

잠깐용어 수평시추(horizontal drilling)
수직방향에서 떨어진 목표지점에 도달하기 위해 미리 설계된 방향, 각도에 따른 경로로 시추하는 기술. 가스 저류층과의 접촉면을 넓혀 분출된 가스를 더욱 많이 회수하는 효과가 있다.

셰일가스 개발에 가장 적극적인 국가는 미국이다. 에너지의 50%를 수입하고 있는 상황에서 셰일가스는 구세주나 다름없다. 석유 메이저들이 생산에 가세하면서 미국의 셰일가스 생산은 지난 1998년 하루 2800만㎥ 미만이었다가 지난해 1억4100만㎥로 5배 넘게 늘었다. 셰일가스 생산이 늘면서 미국은 2009년 이후 러시아를 제치고 천연가스 세계 1위 생산국에 올라섰다.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이 올해 연두교서에서 “셰일가스를 안전하게 개발하기 위한 모든 조처를 취할 것”이라고 밝힌 배경이다.

현재 미국 천연가스 생산량 중 셰일가스 비중은 25% 수준이지만, 2035년까지 49%로 늘린다는 계획이다.

미국이 적극적으로 나서자 중국도 셰일가스 개발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중국은 2004년 셰일가스와 관련된 지질 조사를 시작했으며, 2015년까지 천연가스 공급 비율을 지금의 두 배 수준인 8%까지 늘릴 예정이다. 더욱이 중국의 경우, 셰일가스 최대 매장국이다(매장량 36.1조㎥). 아직까지 채굴 기술 등이 미국에 뒤처지지만 수년 안에 따라잡을 수 있을 전망이다. 이미 지난 2010년 중국석유공사는 에너지기업 셸과 손잡고 30년 동안 중국의 셰일가스를 공동 개발키로 했다. 최근에는 중국 에너지기업들이 미국의 소규모 셰일가스업체들을 인수합병하거나, 지분 투자를 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 이에 대해 미국 에너지업체의 한 관계자는 “셰일가스를 둘러싸고 미국과 중국의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며 “2020년쯤에는 양국이 천연가스 시장에서 최대 생산국이자 수요국으로 이 시장을 주도해 나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가스 수요의 상당수를 러시아에 의존하고 있는 유럽도 셰일가스에 눈을 돌리고 있다. 현재 유럽의 러시아에 대한 천연가스 수급 의존도는 30%에 이른다. 영국의 브리티시페트롤리엄(BP)·로열더치셸, 노르웨이의 스타토일, 프랑스의 토탈 등 유럽 메이저 에너지업체들은 오스트리아, 독일, 프랑스, 헝가리, 폴란드 등 유럽 전역에서 셰일가스 시추사업을 하고 있다.

우리 기업과 정부도 셰일가스 사업에 적극 나서고 있다.

한국가스공사는 미국 에너지 유통업체와 2017년부터 20년 동안 연간 350만톤의 가스를 공급받기로 계약했다. 당장 셰일가스가 도입되는 것은 아니지만, 국제 천연가스 가격이 안정되는 효과는 기대된다. 국내에서 수입하는 중동산 LNG 가격은 ㎥당 17달러 안팎이다. 배럴로 따지면 87달러 수준이다. 이 때문에 ㎥당 2~3달러 수준인 미국산 천연가스가 국내에 수입되면 중동산 가스 가격이 내려갈 것이란 기대가 없지 않다. 셰일가스를 액화하고 다시 기화하는 비용과 수송비용 등을 포함하면 실제 가격은 ㎥당 12달러 안팎이 될 전망이다.

SK가스 관계자는 “중동에서 도입하는 가격보다는 낮은 데다, 앞으로 셰일가스 도입이 늘면 자연스럽게 수입선이 다변화되면서 협상력도 높아질 수 있다”고 밝혔다.

정유경 삼성경제연구소 선임연구원은 “천연가스 가격이 안정화되면서 가스 발전이 전력 수요의 대응방안으로 부상할 것”이라며 “장기적으로는 가스 발전이 석탄을 대체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전후방 사업 활성화도 기대요인이다.

당장 셰일가스 산업이 활성화되면 이를 나르는 파이프, 압축·기화 플랜트, LNG 운반선 등이 필요하다. 이 분야는 한국 기업이 강점을 보인다.

중장기적으로는 셰일가스를 통해 미국 거시경제 여건이 호전될 수 있다.

다만 국내 석유화학 산업의 경우 악재가 될 가능성도 있다. 값싼 셰일가스로 발전이나 석유화학 제품을 만들 경우 미국 업체들이 원가 경쟁력을 갖추면서 국내 석유화학 제품 수출에 타격을 입힐 가능성이 커졌다. 삼성토탈 관계자는 “셰일가스를 이용해 생산될 석유화학 제품 물량이 세계 시장에 대거 풀리면 우리 업체들이 고전할 수밖에 없다”고 분석했다.

태양광 등 신재생에너지 역시 셰일가스가 눈엣가시다. 앞의 SK가스 관계자는 “풍력이나 태양광 같은 신재생에너지의 필요성이 줄어들 수밖에 없다. 국내에서도 신재생에너지 기술 개발을 지속하되 가스를 주요 에너지원으로 사용하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LNG선·플랜트 등 후방효과 기대

셰일가스가 낮은 가격의 새로운 에너지원이기는 하지만 문제점도 있다.

환경운동가들은 가스 추출을 위해 사용된 혼합물이 토양을 오염시키고 특히 지하수에 치명적이라며 시추를 반대하는 분위기다. 미국과 중국 정부에서 셰일가스 산업을 안보나 패권 측면에서 접근한다면 한국 등 에너지 수입국들에는 자칫 그림의 떡이 될 수도 있다. 이에 대해 에너지업계에선 “적극적으로 셰일가스 사업에 뛰어들되, 미국이나 중국 등 특정 국가에 얽매이지 말고 다양한 국가에서 협력을 추진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GS칼텍스 고위 간부는 “중국과 미국, 호주 등 여러 국가에 직간접적으로 투자를 하고 중장기적으로는 제3세계에서 독자 기술을 통한 사업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인터뷰 박희준 EQT코퍼레이션 부사장

한미 FTA 활용하고, 인수합병도 검토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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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QT코퍼레이션은 미국 동부 최대 가스회사다. 체사피크에너지와 함께 셰일가스 시장을 개척한 주역 중 하나다. 박희준 부사장(44)은 EQT 입사 9년 만인 지난 2009년 부사장에 올랐다. 박 부사장은 “천연가스 최대 수입국인 한국에 셰일가스는 새로운 기회이자 위험요소일 수 있다”면서 “낮은 가격에 가스를 도입한다는 수준에서 벗어나 개발은 물론 (셰일가스) 전후방 사업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Q. 셰일가스가 새롭게 주목받는 이유는 무엇인가.

A. 석유 가격은 높고, 태양광 등 신재생에너지의 경제성은 여전히 떨어지는 상태다. 셰일가스는 탐사·채굴 등 기술이 많이 좋아진 데다, 미국 내 가스 수요가 지속적으로 늘고 있다. 여기에 오바마 정부에서 셰일가스를 강조한 점도 붐을 이루는 요인이다. 셰일가스 상업화 이후 국제 천연가스 가격이 크게 떨어졌다. 셰일가스는 새로운 에너지원으로 자리를 잡았다.

Q. 셰일가스가 에너지 시장에 어떤 변화를 가져올지 궁금하다.

A. 셰일가스 산업은 가스를 생산하는 단계에서 벗어나 석유화학 산업의 원료로 사용하는 2단계로 나아갔다. 여기에 오일 메이저들의 참여로 새로운 단계에 들어섰다. 세계 최대 기업 엑손모빌이 가스전을 보유한 XTO에너지를 사들였다. 페트로차이나 등 중국 기업들도 공격적으로 나서고 있다.

Q. 셰일가스를 둘러싸고 미국과 중국이 경쟁하는 양상이다.

A. 에너지는 어떻게 보면 안보 차원의 문제다. 에너지를 뺏기면 다 뺏긴다는 인식이 강하다. 여기에 중국과 미국이 모두 셰일가스 매장량이 많다. 다만 중국은 시추 등 기술력은 뒤떨어진다. 하지만 몇 년 안에 독자적인 기술력을 갖출 것으로 보인다. 현재로선 기술력이나 산업의 활용도 면에서 미국이 한발 앞서 있는 상황이다.

Q. 셰일가스가 한국에는 어떤 의미가 있는가.

A. 셰일가스의 석유환산톤당 현물 가격은 2달러대에 불과하다. 현재 생산비가 톤당 1달러대로 이 정도 가격으로도 채산성이 있다. 한국이 카타르에서 도입하는 천연가스 가격은 17달러대다. 앞으로 셰일가스가 본격적으로 도입되면 에너지 가격 안정에 도움을 받을 것이다. 또한 가스전 개발이나 LNG선, 천연가스 관련 플랜트 등 다양한 분야에서 한국 기업들이 활발하게 사업을 벌일 수 있다. 셰일가스를 둘러싼 전후방 사업은 유달리 한국이 경쟁력을 가진 분야다.

Q. 직접 미국에서 채굴하고 생산하는 것도 가능한가.

A. 지분투자나 인수합병(M&A) 등 모두 가능하다. 셰일가스 개발에 대해 미국 정부는 외국 기업이나 투자에 개방적인 태도를 취하고 있다. 자유무역협정(FTA)을 활용하는 것도 중요하다. 특히 직접 투자를 통해 기술 등을 습득한 후 제3국에서 주도적으로 셰일가스를 개발하는 것도 좋은 모델이 될 수 있다.

Q. 문제점은 없나.

A. 해외 자원 투자는 이명박 정부가 한 것 중 가장 잘한 일이라고 본다. 다만 한두 가지 불미스러운 사건이 있어 아쉽다. 방향은 맞지만 경험이 없어 너무 비싼 가격을 지불하는 게 늘 문제다. 앞으로 2016년쯤 되면 가스 시장이 셰일가스 중심으로 재편될 가능성이 높다.

이 과정에서 한국이 셰일가스 매장량이 풍부한 중국에 종속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한국 입장에선 미국, 중국, 호주 등 다양한 곳에서 도입을 추진하고 개발에도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김병수 기자 bskim@mk.co.kr / 사진 : 박정희 기자]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1663호(12.06.27~7.03 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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