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BS노컷뉴스 김구연 기자·김미성·송영훈 수습기자
세 모자가 칼부림 끝에 모두 숨지는 참사가 일어난 가운데 큰 아들은 정신질환을 앓아온 것으로 나타났다.
남편과의 사별 후 시장에서 곡식과 고춧가루 등을 팔며 생계를 이어온 어머니는 외로움과 고민, 가족에 대한 속마음을 일기장에 기록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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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사진. |
세 모자가 칼부림 끝에 모두 숨지는 참사가 일어난 가운데 큰 아들은 정신질환을 앓아온 것으로 나타났다.
남편과의 사별 후 시장에서 곡식과 고춧가루 등을 팔며 생계를 이어온 어머니는 외로움과 고민, 가족에 대한 속마음을 일기장에 기록해왔다.
◇ 삐뚤게 누워있는 가족사진…'참혹한 현장'은 어땠나
21일 경찰에 따르면, 이틀 전 서울 영등포구 신길동의 한 다세대주택 반지하방에서 어머니 양모(54·여)씨와 두 아들 김모(25)씨, 김모(24)씨가 19일 저녁 숨진 채 발견됐다.
양씨는 작은 방에서, 두 아들은 큰 방에서 각각 피를 흘린 채 숨져있었던 것이다.
3~4평 크기의 방 2개에는 참혹했던 당시를 말해주듯 선명한 유혈 자국이 남아있었고, 시신 부패 냄새가 진동했다.
수납장과 옷장뿐만 아니라 안경이나 방향제 등 생활용품 등에도 먼지가 수북이 쌓였고, 천장 곳곳에 쳐져있는 거미줄에는 거미가 기어 다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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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건이 발생한 집의 현관 |
바닥에도 역시 옷가지와 집기류 등 온갖 살림살이와 쓰레기들이 어지럽게 널브러져 있었다.
십수 년 전에 찍은 것으로 추정되는 이들의 가족사진 한 장이 삐뚤게 누워있었지만, 지난해 2월에 숨진 아버지 사진은 수납 선반 안에 반듯이 세워져 있다.
전기밥솥에는 절반쯤 차 있는 밥이 노랗게 변색돼 굳어있었지만, 일부는 흰 밥색깔을 유지하고 있었다.
최근까지 밥을 해먹은 정황으로 볼 수도 있다. 어묵이나 멸치, 김치 등 제법 음식물이 가득 채워진 냉장고에서는 악취가 풍겼다. 변기는 따로 없었고, 샤워기와 부엌 싱크대가 두 방 사이에 함께 자리하고 있었다.
◇ 아들 중 한 명이 흉기 휘두른 것으로 추정…속단은 금물
경찰은 이들이 평소와 같이 말다툼을 벌이다 아들 중 한 명이 흉기를 휘두르기 시작하면서 참극이 벌어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현장에는 피가 묻은 흉기 2개가 발견됐지만, 외부침입 흔적이나 유서 등은 발견되지 않았다. 발견 당시 문은 잠겨있었고, 문 안쪽에서 잠금장치한 흔적이 남아있었다.
경찰은 마지막으로 쓰러진 사람이 큰 형인 것으로 보고 스스로 목숨을 끊었을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하지만 현재까지 누가 먼저 흉기를 휘둘렀고, 누가 누구를 살해했는지 등은 단정하기 어려운 상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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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지가 수북이 쌓여 있는 모습. |
경찰은 다툰 이유에 대해 정확하게 파악하지는 못했지만, 이들이 서로 자주 다퉜다는 증언을 확보했다.
동네 주민 김모(49·여)씨는 CBS노컷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두 달 전쯤 어머니와 아들이 패스트푸드점에서 햄버거를 먹으면서 다투는 걸 본 적이 있다"면서 "사람들 많은 데서도 아랑곳하지 않고 큰소리로 싸웠다"고 말했다.
이어 "싸운 이유는 각자가 서로 먹고 싶은 방법으로 먹으려고 했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 "난 외롭지 않아"…일기장 속 양씨와 정신질환 앓던 큰아들
양씨는 자택 인근의 한 시장에서 쌀과 콩 등을 팔아 생계를 유지했다.
양씨는 2011년에 일기에 "쌀 주문이 이집저집 들어온다. 쌀이 좋을 땐 나도 덩달아 좋지만, 안 좋을 땐 나도 좀 그렇다"고 적고 있다.
주변 사람들에게 다소 어눌하다는 평가를 받았던 양씨는 비뚤배뚤한 글씨로 일기장에 쓸쓸함과 고민, 가족에 대한 사랑 등에 대해 적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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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기장. |
"난 외롭지 않아. 언제나 곁에 있어 주는 곳이 있어…"
"아이 아빠가 병원에 있는데, 내가 있기를 바란다. 나도 힘들다. 아이 아빠가 나오고 내가 들어가고 싶다. 아이 아빠야, 용서해라. 내가 들어가고 싶다."
"시골에 있을 땐 저녁에 얼마나 쓸쓸한지 몰랐다. 어둑어둑한데 왠지 누가 나를 불러줄까."
"여보야, 술 먹고 남의 집에 돈을 꾼다고 뭐 달라지는 게 있어. 이젠 그만했으면 해. 당신이 힘들어하면 나도 힘들 때가 많아. 요즘 좀 어때? 열심히 살아보자."
"첫째야. 엄마는 너를 불러본다. 나 자신을 굳게 믿고 살아가야만 한다. 건강하고 씩씩하게 잘 자라다오."
이런 가운데 큰아들 김씨는 정신질환을 앓았던 것으로 확인됐다. 병원에 다니며 정신분열이나 양극성장애 등을 치료하는 약을 복용해온 사실이 밝혀졌다.
서울 소재 2년제 대학에 다니면서 제빵기술을 배워온 큰아들의 책꽂이에는 제빵관련 서적들이 가득 꽂혀있었다.
작은아들 김씨는 서울 소재의 한 공업고등학교에서 전자과를 나왔으며, 학업성적이 우수하진 않았지만 요리 등에 관심이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경찰은 이웃주민의 증언과 시신의 부패 정도를 토대로 사건이 3~4일 전쯤 발생한 것으로 보고, 국립과학수사대에 시신 부검을 의뢰하는 한편 친인척을 찾아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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