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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8 (토)

61년만의 고교졸업식…전쟁의 상흔 위로받은 할아버지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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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ewsis

【서울=뉴시스】추인영 기자 = 80대 할아버지들이 61년만에 뒤늦은 중학교(현재 고등학교) 졸업장을 받게 됐다.

송도고등학교는 25일 본교 체육관에서 졸업생 30명이 참석한 가운데 '제32회 졸업식'을 개최했다. 학교 측과 동문들이 파악한 32회 졸업대상 학생은 200명. 하지만 평균 연령 81세의 고령으로 그 중 상당수가 고인이 되어 30명만 졸업식에 참석했다.

이들은 1945년 4월 송도중학교에 입학한 후 6학년(당시 중학교 6학년은 현재 고등학교 3학년)이 되던 해인 1950년 6·25 전쟁이 발발하면서 학교가 휴교하고 학교 소재지인 개성이 북한에 점령되면서 학업을 그만둬야 했다.

학교는 1952년 인천에서 다시 문을 열었지만 학적이 모두 소실되고 학생 대부분이 실향하거나 이산하면서 생활전선에 뛰어들 수밖에 없어 졸업을 할 수 없었다.

이번 졸업생들은 6·25전쟁 당시 학도병 1세대로 참가해 나라를 지켰고 교육계, 과학기술계, 예체능분야 및 재계 등 다방면에서 대한민국 근대화에 큰 역할을 한 주역들이기도 하다.

정우개발의 창업주 민석원, 한국 빙상계를 세계정상으로 끌어올린 장명희 대한빙상연맹 명예회장, 우리나라 중화학공업 육성에 기여한 손평래 미국 듀크대 공학박사, 기독교방송사장과 대한성서공회 이사 등을 지낸 이재은 목사, 모교 송도고등학교에서 후배 양성에 힘을 보탰던 이태영, 인재혁 교사 등이 대표적이다.

권영섭 송도고등학교 교장은 회고사에서 "6·25전쟁으로 인한 학업중단으로 졸업은 못했지만 각 분야에서 국가와 사회를 위해 헌신하고 학교의 명예를 높이는데 많은 역할을 하신 32회 졸업생 분들에게 61년 만에 졸업장을 드릴 수 있게 되어 모교 대표로서 인생의 후배로서 큰 영광"이라고 말했다.

졸업생 허강씨는 "많은 세월이 흘렀지만 이제라도 졸업장을 받으니 마음이 벅차지만 고인이 되거나 연락이 되지 않은 친구들이 함께 참석하지 못한 게 너무 슬프고 안타깝다"며 "빨리 통일이 돼서 나 같은 상처가 치유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송도고등학교는 올해 개교 106주년을 맞는 전통명문사학으로 1906년 교육자이자 독립운동가인 좌옹 윤치호 선생에 의해 개성에서 개교했다. 그러나 6·25전쟁으로 개성이 북한에 점령되면서 더 이상 학교를 운영할 수 없게 됐다.

이후 송도고등학교 동창들과 교사들이 1952년 경기 및 강화지역에 거주하던 개성과 연백의 피난 학생들을 대상으로 인천에 재개교 한 뒤 지금까지 총 2만5437명의 졸업생을 배출했다. 1975년에는 개성출신 사업가인 동양화학(현 OCI) 고(故) 이회림 회장이 학교이사로 취임하면서 OCI와 인연을 맺었다.

한편 송도고등학교는 2002년 6월29일 발발한 제2연평해전에서 전사한 72회 졸업생 고 윤영하 소령에 대한 10주년 추모식을 28일 열 예정이다.

iinyoung85@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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