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화론을 과학교과서에서 삭제해 달라는 한 단체의 청원에 과학계가 술렁인다. 응대 가치가 없다면서도 막상 일부 교과서에서 관련 내용이 삭제될 조짐이 보이자 관련학회가 서둘러 해명을 내놓았다. 교과서 내 `시조새` 삭제 청원으로 촉발된 논란은 진화론 대 창조론 대결로 확대되는 양상이다. 일반인들은 기독교에 대한 비판론까지 제기한다. 시조새 삭제 청원을 둘러싼 쟁점을 입체적으로 들여다본다.학술단체를 자칭하는 `교과서진화론개정추진회(교진추)`는 지난해 12월 교육과학기술부에 고등학교 교과서를 바꿔달라는 청원서를 접수했다. 교과서에 소개된 `시조새`는 파충류와 조류의 중간 종이 아니므로 교과서에서 삭제해 달라는 내용이다.
지난 4월에도 교진추는 유사 내용의 청원서를 제출했다. 화석으로 말의 진화를 증명할 수 없으므로 이를 교과서에서 삭제해달라고 요구했다. 교진추의 청원 내용은 과학 교과서를 펴내는 출판사 7곳에 전달됐다. 교과서 집필진이 진화론 내용에서 `시조새` 화석 등을 수정 또는 삭제할 수 있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교진추는 앞으로 교과서 개정 청원을 해나갈 예정이다. 내달 `화학적 진화는 생명의 기원과 무관하다`는 청원을, 9월에는 `생물계통수가 허구다`라는 청원을 준비 중이다.
◇용납할 수 없는 일=그 동안 별다른 반응이 없던 과기계가 공식 해명에 나섰다. 확산되는 논란을 방관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한국진화학회추진위원회(진추위)와 한국고생물학회는 공동으로 교진추 청원서에 대한 공식 반박문을 발표했다. 두 학회는 교진추 청원서는 진화의 세부 과정에 대한 학계의 논쟁을 진화의 유무 논쟁인양 호도한다고 전제했다. 검증과 논박에 의한 과학적 지식체계 발전 과정조차 이해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시조새와 말의 진화 내용을 교과서에서 삭제하거나 수정해서는 안되며 최신 내용을 교과서에 기술해 탄탄한 진화의 사실을 습득토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과학교과서의 수정 절차를 감독하고 합리적으로 처리해야 할 교과부가 그 책임을 다하지 못한 결과라고 지적했다.
◇논란의 핵심은=교진추는 이 같은 활동이 종교와 무관한 순수 학술 활동이라고 주장했다. 교진추의 설립 취지에도 `진화론의 오류와 과학 발전에 따른 최신 이론 등을 학계와 교육계에 알림으로써 건전한 과학 발전 및 학술 진흥에 이바지한다`고 밝히고 있다. 이광원 교진추 회장은 “회원 대다수가 개신교 신자지만 분명한 학술 단체”라며 “창조론을 주장하는 것이 결코 아니다”고 말했다.
하지만 교진추와 교진추 활동을 순수 학술 단체나 교육개혁 운동으로 보는 시각은 드물다. 교진추의 최종 목표 `진화론의 교과서 삭제`가 이를 대변해 준다. 교진추는 진화론이 과학이 아니라 신념에 가까워 과학교과서에 다룰 사안이 아니라고 강조한다. 결국 치밀한 과학적 비판이 아니라 성경에 위배되는 진화론 자체를 부정하는 것은 종교적 배경을 깔았다는 분석이다. 창조론과 진화론을 찬반 여지가 있는 과학적 대결 구도로 끌어올리려 한다는 지적이다.
◇교과서 수정 작업은=고등학교 과학 교과서 수정·보완은 서울시 교육감의 승인으로 확정된다. 이에 대한 승인이 확정된 것은 아니며 현재 절차가 진행 중이다. 고등학교 과학 교과서는 인정 교과서로 인정 및 수정·보완 승인 권한은 서울시 교육감에게 위임됐다. 교과부, 서울시교육청(과학교과서 인정기관), 한국과학창의재단(과학교과서 감수기관)은 2013학년도 교과서 인쇄본에 대한 수정·보완 승인(9월말) 이전에 진화 과정의 증거가 되는 화석 관련 학술적 논란 등에 대해 학회와 전문가 의견을 수렴할 계획이다. 과기계에서는 이 같은 논란이 생기지 않도록 현행 교과서의 허점을 보완하자는 목소리도 높다.
네티즌까지 시조새 논쟁에 가세했다. 대부분 과학교과서 개정에 대해 격앙된 반응이다. 아이디 `더스트`는 “진화론은 기독교가 국교라 해도 과언이 아닌 미국에서조차도 교과서에 실려 있는 내용”이라며 “한국의 교육자가 종교단체 주장에 말려 교과서까지 바꾸며 국제적 망신을 샀다”고 말했다. 아이디 `송강`은 “교진추는 학문단체를 가장한 기독교 개신교단체인데 순수한 학문단체라 주장하는 것은 어이없다”고 지적했다. `안양골`은 종교와 객관적인 과학은 다른 것이라며 교진추의 청원 활동을 자제할 것을 주문했다.
윤대원기자 yun1972@etnews.com
시조새 논쟁에 대한 주장
윤대원기자 yun1972@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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