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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3 (토)

"그레이트 피칭"…강민호, '흥분' 유먼 가라 앉힌 세 마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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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SEN

[OSEN=강필주 기자]좀처럼 흥분을 가라앉히지 못하던 롯데 외국인 투수 쉐인 유먼(33). 과연 그의 감정을 추스리게 한 포수 강민호(27)의 말은 무엇이었을까.

21일 문학구장에서 열린 2012 팔도 프로야구 홈팀 SK와 원정팀 롯데의 경기가 한창이던 4회말. 2-0으로 리드하던 롯데가 갑작스런 위기의 순간을 맞았다. 3회까지 1안타만 내준 채 무실점으로 호투하던 선발 유먼이 흔들린 것이다. 유먼은 선두타자 박재상에게 우측 2루타를 맞더니 최정에게 볼넷, 이호준에게 빗맞은 중전안타를 잇따라 내줘 무사 만루 실점 위기를 자초했다.

하지만 유먼은 차분했다. 박정권을 헛스윙 삼진으로 처리한 뒤 김강민마저 루킹 삼진으로 돌려세웠다. 순식간에 무사 만루 찬스가 2사 만루로 바뀌면서 한껏 달아오른 홈구장 분위기는 싸늘하게 가라앉고 말았다. 그리고 조인성의 타석. 조인성은 1볼에서 2구째를 노려쳤지만 타구는 내야를 벗어나지 않았다. 평범한 플라이. 포수 방향으로 마운드 바로 아래로 떨어지는 볼을 본 유먼은 볼을 잡기 위해 다가서는 1루수 박종윤에게 잡으라는 사인을 보냈다. 박종윤 역시 잡겠다는 사인을 했다.

그런데 이게 웬 일. 박종윤이 떨어지는 볼을 잡으려다 말고 글러브를 뺐다. 3루수 황재균을 의식한 때문. 볼은 그라운드로 떨어졌다. 박종윤의 실책. 뒤늦게 황재균이 볼을 잡았을 때는 이미 박재상은 물론 최정마저 홈을 밟은 다음이었다. 경기는 2-2가 됐다. 경기장의 함성은 다시 뜨거워졌다.

순간 유먼은 불같이 화를 냈다. 그동안 많은 도움을 받았던 야수들의 실수에 노골적으로 감정을 드러냈다는 점에서 아쉬웠다. 더구나 냉정을 찾아야 하는 투수라는 점에서 좋지 않아 보였다.

경기 직전 양승호 감독은 유먼에 대해 "평소 말도 많고 장난도 잘치는 편"이라면서도 "그런데 이상하게 등판일만 되면 좀 예민해진다"고 살짝 걱정스런 표정을 짓기도 했다. 그래서 용덕한 대신 그동안 배터리를 이뤄 익숙한 강민호에게 포수 마스크를 씌웠다. 체력 안배를 위해 용덕한을 고려했던 양 감독이었다.

황당한 실점 상황을 겪은 유먼은 좀처럼 흥분이 가라앉지 않았다. 안치용을 볼넷으로 걸어내보내 다시 만루 위기를 자초했다. 이번에는 최윤석이 타석에 섰다. 또 볼이 2개 연속 날아들었다. 초구는 낮은 볼, 2구째는 높은 볼이었다. 그러자 강민호는 벤치 쪽을 바라 본 후 타임아웃을 걸고 마운드로 천천히 걸어올라갔다.

그리고는 포수 마스크를 쓴 채 통역도 없이 유먼에게 뭔가를 열심히 말했다. 이에 미국인 유먼은 알았다는 듯 연방 고개를 끄덕여 보였다. 결과는 대만족. 연속 스트라이크 2개를 꽂아 최윤석을 압박한 후 몸쪽 볼로 3루 땅볼을 유도해냈다. 유먼은 이후 차분하게 위기를 헤쳐나가더니 7⅓이닝 동안 2실점(비자책)으로 시즌 5승에 성공했다. 4회 이후 별다른 위기를 겪지도 않았다. 타선은 결국 5점을 더내 유먼의 어깨를 가볍게 해줬다.

그럴수록 강민호가 유먼에게 했던 말이 무엇인지 궁긍했다. 이에 강민호는 경기 후 "별다른 말은 아니었다"면서 "차분하게 던지라는 의미에서 '굿 피칭(잘 던졌다)', '이지 이지 컴다운(흥분하지 말고 차분해라)', '그레이트 피칭(정말 잘 던졌다)'이라고 칭찬을 했다"고 밝혔다. 

letmeout@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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