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인아라뱃길 |
[아시아경제 김봉수 기자]"연탄가루를 풀어 놓은 것처럼 시커먼 물이 한 눈에 봐도 심각하다. 흐르지 못하고 정체된 물속에 녹조가 많이 발생했거나 오니 등 유기 물질이 누적돼 그런 것 같다."
지난 7일 경인아라뱃길 수질 조사를 위해 시료 채취를 나선 인천 지역 환경단체 한 관계자의 말이다. 지난 5월25일 정식개통을 전후로 인근 주민들이 제기하고 있는 수질 오염 의혹이 사실일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경인아라뱃길의 수질 상태에 대한 의혹이 더욱 짙어지고 있다. 이날 인천녹색연합, 가톨릭환경연대, 인천환경연합으로 구성된 수질 조사단은 시천나루 등 15곳에서 탁도와 냄새 등을 측정하고 정확한 수질 검사를 위해 시료를 채취해 인천대학교 수질연구팀에 보냈다.
이날 살펴 본 것 만으로도 경인아라뱃길의 물 상태는 심각했다. 경인아라뱃길의 중간지점인 시천나루의 물은 매캐한 냄새가 진동했다. 한 치 앞이 보이지 않을 만큼 시커먼 물색이었다.
시민단체 관계자는 "물이 검은색을 띠는 것은 녹조가 많거나 오니(汚泥) 등의 유기물질이 바닥에 있기 때문이다"며 "녹조는 초록색을 띄고 있어 눈으로도 파악이 가능한데 이 지점은 한 눈에 봐도 녹조가 심각하다"고 말했다.
수도권 매립지 관리공사 본관 앞 강물은 연탄가루를 풀어놓은 것처럼 시커먼 물이 찰랑거리고 있었다. 특히 벽 하나를 사이에 두고 바로 옆으로 쓰레기매립지에서 흘러나온 슬러지로 인해 오염된 물 웅덩이가 보였다. 석유가 물에 흘러든 마냥 끈적한 오니 덩어리 같았다. 조사단 한 관계자는 "벽 틈으로 새나가거나 홍수로 범람할까봐 걱정이다"며 인상을 찌푸렸다.
강 중심부로 갈수록 탁도가 심했다. 아라마루밑 아라폭포가 있는 지점에는 바로 밑에 있는 암석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물색이 검었다. 유속은 전혀 없었고 잔거품이 둥둥 떠다니고 있었다. 암석주변에는 푸른 이끼가 끼었다. 중심부일수록 부유물질이 많아서 탁도가 심하고 기포가 많았다.
채집수에 코를 갖다 대니 물비린내에다 물고기 배설물과 같은 매캐하고 기분 나쁜 냄새가 진동했다. 이동을 준비하는 동안 유람선이 이곳을 통과했다. 200명 정원에 30여 남짓한 승객만을 태우고 있었다. 유람선은 움직이면서 혼탁한 황토색 물길을 만들었다.
아라마리나 요트수리소 앞은 심한 녹조현상과 함께 곳곳에 녹조 띠가 형성돼 있었다. 겉으로 보기에 끈적한 부유물질이 떠다니고 있었다.
수온도 이날 측정 결과 평균 22.9도로 다른 지역의 강물보다 높은 편이었다. 수심이 낮고 원수가 깨끗하지 못하기 때문이라는 계 조사단의 설명이다.
물을 채집한 15구간 중 12곳을 함께 다니면서 물고기 등 살아있는 생명체는 볼 수 없었다. 물고기가 살고 있는 게 맞냐는 질문에 조사단 관계자는 "물고기가 있다는 정부발표가 있으니까 강 밑에 물고기가 살고 있을 거다. 그러나 한치 앞도 보이지 않으니 확인할 방법은 없다"고 한숨 쉬었다.
바닷물이 유입되는 경인아라배길 인천터미널의 유람선 부두 쪽의 물은 색깔도 냄새도 시천교 부근과 달리 다소 수질이 나아 보였다. 바닷물이 유입돼 오염 농도를 낮췄다고 한다.
이날 채취된 물은 인천대 도시환경시스템공학과 연구팀에서 정확한 오염 성분과 농도 등을 분석할 계획이다. 특히 성분 분석 결과에 따라 쓰레기 매립지 침출수 유입 의혹도 규명할 있어 결과가 주목된다.
조사단의 장정구 인천녹색연합 사무처장은 "오늘은 탁도나 냄새로 수질오염을 판단하는 관능법에 의존했기 때문에 수질오염을 정확하게 파악하는데 어려움이 있었다"며 "분석결과를 통해 쓰레기 매립지 침출수 유입 등의 의혹을 조사할 수 있을 것이다"고 말했다.
김봉수 기자 bsk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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