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주연작 tvN ‘인현왕후의 남자’ 끝낸 유인나
드라마 ‘인현왕후의 남자’에서 첫 주연을 꿰찬 배우 유인나. 그는 “극중 희진에게서 헤어나오지 못해 아직도 가슴 한구석이 너무 아프다”고 말했다. [권혁재 사진전문기자] |
주연배우 유인나(30)의 자기선언. 드라마 ‘인현왕후의 남자’(tvN) 얘기다. 드라마의 중심축은 시간을 오가는 남자와 사랑에 빠진 여자의 이야기. 조선 숙종 시대에 살던 김붕도(지현우)가 부적의 힘을 빌려 2012년 서울로 와 무명의 여배우 최희진(유인나)을 만난다. 탄탄한 스토리, 배우들의 호연으로 줄곧 케이블 동시간대 1위를 지켰다.
유인나는 이 작품으로 첫 주연을 맡아 ‘성공적이다’는 호평을 받고 있다. 특히 젊은층의 지지가 컸다. 그를 4일 서울 여의도에서 만났다. 부쩍 핼쑥해진 표정의 그는 “마지막 촬영을 앞두고 희진에 몰입돼 너무 울었더니, 살이 엄청 빠졌다”고 했다.
-마지막 방송(7일)을 앞둔 소감은.
“희진을 연기한 게 아니라 정말 희진으로 살았다. 어제(3일) 마지막 촬영을 하며 펑펑 울었다. 스태프들 앞에서 ‘이제 유인나라는 껍데기는 어떻게 사느냐’고 떼를 쓰면서. 첫 주연작이다. 나를 믿어준 사람들에게 보답하고 싶은 마음이었고, 잘된 것 같아 행복하다.”
-시간을 오가는 이야기가 어렵지 않았나.
“생각하다 보면 머리가 터질 것 같았다.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져 끝이 보이지 않았다. 어려웠다. 그래서 희진의 감정에만 집중하기로 마음을 먹었다. 조선에서 왔다가 예고 없이 사라져버리는 붕도를 좋아하는 마음만 생각했다. 대본에서 붕도가 조선에서 활약하는 장면은 일부러 읽지 않았다. 드라마 속 희진은 붕도가 조선에서 어떻게 사는지 모르니까.”
이번 드라마에서 유인나는 유독 눈물을 많이 흘렸다. ‘지붕 뚫고 하이킥’ ‘시크릿 가든’ ‘최고의 사랑’에서 조연으로 출연했을 때는 미처 몰랐던 그의 매력이 한껏 드러난 기회이기도 했다.
-우는 장면이 쉽지는 않았겠다.
“사실 나는 우는 연기를 잘 못한다. 정말 진심으로 슬퍼야 운다. 그런데 이번 드라마에선 촬영이 끝나도 눈물이 줄줄 흘렀다. 특히 붕도의 부적을 없애려 장난치던 장면은 밝은 상황인데도 너무 힘들었다. 이 남자는 조선으로 못 돌아갈까 봐 걱정하고 있다는 걸 알아서다. 눈물 때문에 촬영도 중단했었다.”
드라마 속 희진은 유인나와 닮은꼴이다. 무명 여배우에서 주목받는 주연으로 성장하는 과정이 그렇다.
-공감이 컸을 것 같다.
“2009년 스물일곱에 ‘하이킥’으로 데뷔했다. 열일곱 때부터 가수를 준비했으니까 굉장히 늦은 데뷔였다. 그래서 극 초반 희진의 마음을 너무 잘 안다. 하지만 무명시절이 길었다는 점에 감사한다. ‘그때로 돌아가서 17살에 스타가 될래, 27살에 하이킥을 할래’라고 묻는다면 1초의 망설임도 없이 27살의 ‘하이킥’이다. 그냥 연예인이 아니라 진짜 배우를 꿈꾸게 됐으니까.”
-희진과 유인나, 얼마나 비슷한가.
“빈틈도 많고 대책 없이 밝고. 나랑 정말 비슷한 캐릭터인데 직업도 배우다 보니 더 애착이 갔다. 그래도 희진이 좀 더 강한 것 같다. 어렸을 때는 마음 강하게 하는 약이 있다면 하루에 한 알씩 먹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으니까.”
-무명시절을 버텨온 힘이라면.
“바보같이 살았다. 그냥 하고 싶은 것 하나만 생각하면서. 가수를 꿈꾸다 연기자 쪽으로 바꾼 것도 그래서였다. 노래는 한계가 보였지만 연기는 무궁무진해 보였다. 20대에 데뷔 못하면 30대에 이모 역으로, 40대에 엄마 역으로 데뷔하자는 생각으로 덤볐다. 유인나라는 껍데기를 평생 연기에 쓰고 싶다.”
-‘볼륨을 높여요’(KBS) DJ로도 인기가 많다.
“처음에는 나를 걱정해준 분들이 많았다. 이제는 큰 가족이 생긴 느낌이다. 드라마 때문에 녹음방송으로 진행한 적이 많았는데 자식에게 밥 못 챙겨주고 나온 엄마처럼 마음이 아팠다.”(웃음)
임주리.권혁재 기자 shotgun@joongang.co.kr
▶권혁재 기자의 블로그 http://blog.joinsmsn.com/shotgun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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