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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9 (수)

로스쿨 응시생 5년만에 `최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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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싼 학비·취업난…日처럼 로스쿨 통폐합 우려

MK News

대학 졸업 후 대기업 계열사에서 5년간 근무한 최 모 대리(31)는 최근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진학을 포기하고 미국 유학을 가기로 결정했다. 최 대리는 "선배들마저도 변호사 자격증이 있어 봐야 대우해주는 곳이 아무데도 없다며 로스쿨 진학을 말리더라"며 "3년이란 시간과 수억 원의 학비를 해외 학위를 따는 데 투자하는 게 훨씬 유리하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로스쿨 응시자 수가 '역대 최저' 수준으로 하락했다. 전국로스쿨협의회는 최근 마감을 끝낸 '2013학년도 법학적성시험(LEET) 모집'에 지원한 응시자가 7628명으로, 지난해(8795명)에 비해 1167명(13.3%) 감소해 역대 최저치를 기록했다고 3일 밝혔다. 현재 25개 대학 로스쿨 입학 정원은 2000명으로 실질 경쟁률은 3대1 미만이 될 것으로 보인다.

LEET 응시생은 2009학년도 1만960명, 2010학년도 8428명, 2011학년도 8518명, 2012학년도 8795명을 기록했으며, 8000명 미만으로 줄어들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로스쿨 관계자는 "올해 사법시험 합격자가 예년의 절반인 500명으로 줄고 내년에는 300명으로 더 줄기 때문에 LEET 지원자가 1만명 이상 크게 늘어날 것으로 예상했지만 결과는 정반대로 나타났다"고 말했다.

로스쿨의 인기 하락에는 지난 2월 졸업한 로스쿨 1회 졸업생들의 취업난이 영향을 끼쳤다는 분석이다. 올해 25개 대학에서 처음으로 2000여 명의 로스쿨 졸업생을 배출했지만 절반 이상이 취업난을 겪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같은 추세가 장기화되면 우리나라 로스쿨도 일본처럼 문을 닫거나 통폐합되는 경우가 속출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일본이 로스쿨을 도입한 첫 해인 2004년 지원자는 3만5521명이었으나 2012년에는 7249명으로 원년의 20% 수준으로 급감했다.

지원자 급감으로 적자가 지속되면서 지난해 히메지도쿄대학이 신입생 모집을 중단했고, 도인요코하마대학과 오미야법과대학원은 통합을 결의했다. 도쿄 메이지가쿠인대학은 2013년부터 신입생 모집을 중단할 예정이다.

미국도 2011학년도 LAST 지원자가 12만9925명으로 2년 전에 비해 24% 감소해 2001년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오종운 이투스청솔 평가이사는 "우리나라 법률시장도 변호사 수 급증으로 포화상태에 이르렀다"며 "한국 로스쿨의 미래도 밝지 않다"고 분석했다.

하지만 오영근 한양대 법학전문대학원장은 "현재 로스쿨 졸업생 1기들이 극심한 취업난에 시달리고 있고, 변호사란 직업 자체도 더 이상 '신분 상승'의 기회가 안 되면서 로스쿨의 인기가 사그라지고 있는 것은 맞다"면서도 "일단 상황을 지켜봐야 할 때"라고 말했다.

김형주 법학전문대학원 학생협의회장도 "로스쿨 제도가 자리 잡는 과정에서 나타나는 자연스러운 현상"이라며 "사법시험 중복자가 빠지고 응시 연령대가 낮아지는 등 실수요 규모가 나타나는 것뿐"이라고 말했다.

[이한나 기자 / 김동은 기자 / 조진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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