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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6 (금)

포괄수가제 강제시행에 슬며시 미소 짓는 보험업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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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apportian

제왕절개수술 등 7개 질병군 포괄수가제가 오는 7월부터 병의원급 의료기관에 한해 의무적용된다. 내년 7월부터는 종합병원급 이상을 포함해 국내 모든 의료기관으로 7개 질병군 포괄수가제가 확대된다.

포괄수가제는 환자가 전액 본인부담했던 비급여 항목 일부를 건강보험 재정으로 부담하도록 했다. 그만큼 보험자부담금은 늘어나고 환자 본인부담금은 줄어드는 셈이다.

포괄수가에 녹아든 비급여 항목은 제왕절개술에 쓰는 자궁유착방지제, 복강경수술에 사용하는 장유착방지제 등처럼 기존에 임상적 증거가 부족해 급여로 인정되지 않았던 것들이다.

복지부에 따르면 이번 포괄수가제 시행으로 인한 환자본인부담금 경감액은 연간 100억원 수준이다.

의료계는 의료의 질 하락과 의료서비스의 하향 평준화 등을 이유로 포괄수가제 강제적용에 반발하고 있지만 슬며시 반기는 곳도 있다.

환자 본인부담금이 줄어들면 지급해야 할 보험금 줄어드는 민간보험사들이다. 그 중에서도 특히 실손형보험사들이 포괄수가제에 주목하고 있다.

국내 S보험사의 한 관계자는 “보험사들이 포괄수가제가 민간보험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심층분석에 돌입한 상황”이라며 “포괄수가제 뒤에는 민간보험사가 있다는 여론 동향에도 민감하게 귀를 기울이고 있다”고 전했다.

민간보험사들은 무엇보다 건강보험 급여로 지불하지 않았던 비급여 항목이 포괄수가에 포함되는 현상에 큰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

건강보험에 의한 비급여 범위 결정은 곧 민간보험의 급여 범위를 결정하는 것과 같기 때문이다.

건강보험 비급여 항목이 포괄수가에 포함돼 줄어들면 그만큼 민간보험사들은 급여 범위를 결정하기 수월해진다.

보험연구원 오영수 정책연구실장은 ‘지불제도개편 논의와 보험산업’란 보고서를 통해 “민간의료보험이 주로 보장하고 있는 영역인 비급여 영역이 제대로 통제되지 못해 그로 인한 보험사들의 리스크가 커지고 있으므로 이에 대한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지적한 바 있다.

포괄수가제로 질병군이 묶이다 보면 민간보험사 입장에서는 비용예측도 훨씬 용이해진다.

한 보험사 관계자는 “포괄수가제는 비용 예측이 가능한 지불제도”라며 “그만큼 상품전략이나 약관 수정이 편하고 수익계산을 하는데 힘이 덜 들고 정확성을 기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다만 7개 질병군 포괄수가제가 상당히 제한적이기 때문에 현재로서는 보험사 수익에 큰 영향을 미치기는 어렵다고 본다”며 “다만 상급종합병원까지 확대되고 질병군 범위가 넓어지면 보험산업에 기회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 현 7개 질병군에서 단기 확대가 가능한 질병군이 133개에 이르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강조했다.

복지부가 내놓은 포괄수가제 중장기 로드맵에 따르면 단기적으로 병원별 진료비 및 입원일수의 차이가 크지 않고 발생빈도가 높은 수술 등을 대상으로 질병군이 확대된다.

오는 2016년부터는 현재 시범사업이 진행 중인 신포괄수가제의 비용, 질 수준, 효율화 정도, 보장성 효과 등을 비교분석해 기존 포괄수가제와 통합모형을 마련한다는 방침이다.

신포괄수가제와의 통합 모형 구축은 결국 5년 안에 전체 질병군으로 포괄수가제를 확대할 여지가 크다는 얘기다.

실제로 공단 일산병원에서 진행 중인 신포괄수가제 시범사업은 포괄수가제 7개 질병군을 포함, 총 553개 질병군(전체 입원건의 96% 수준)을 대상 질병군으로 하고 있다.

지난 18일 열린 한국병원경영학회 심포지엄에서 일산병원 강중구 진료부원장은 “1차 신포괄수가제 시범사업 결과 비급여 환자부담금은 행위별 대비 약 17%가 줄었다”며 “정상군 기간 내에서 선택진료비와 병실료차액을 제외한 비급여 환자부담금은 49%(2억9,000만원) 가량 줄었다”고 밝혔다.

선영규 일산병원연구소장은 “2차, 3차 시범사업으로 갈수록 질병군도 늘고 특히 중증질환이 포함되기 때문에 포괄수가에 포함되는 비급여 항목이 늘뿐 아니라 환자부담금도 더욱 감소할 것”이라며 “이는 민간보험사 보험지급액 감소로 이어지고 약관 개정 등 경영전략에 변화를 가져올 것”이라고 전망했다.

민간보험업계 역시 신포괄수가제 시범사업 결과와 보완 작업을 눈여겨 보고 있다.

S보험사 관계자는 “신포괄수가제 시범사업의 핵심은 상병코드의 객관성이다. 맹장수술로 코드를 기입하면 포괄수가를 받고, 복막염으로 코드를 넣으면 행위수가로 인정되는 일종의 편법 여지를 얼마나 줄이는 코드이냐가 중요한 것”이라며 “병원 수익을 위해 비급여로 빠져 나가는 방법을 원천적으로 차단해야 민간보험사에겐 이익”이라고 말했다.

민간보험사가 포괄수가제를 선호하는 또 다른 원인은 민원 감소다.

복지부도 건강보험심사평가원과 의료기관이 진료비의 적정성을 두고 서로 감정 상하는 일이 상당히 줄어든다 점을 포괄수가제의 강점으로 제시한 바 있다.

민간보험사 입장에서도 포괄수가제가 질병군 전체로 확대될 경우 건강보험 비급여 범위가 대폭 줄어들어 보험가입자가 급여 대상 여부를 놓고 민원을 제기할 여지가 줄어들기 때문에 반길 수밖에 없다.

한편 생명보험협회와 손해보험협회 자료에 따르면 실손형 의료보험 시장 규모는 2009년 2조 5,000억원 규모로 추산되고 있다.

서의규 기자 sunsu@rapport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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