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 전, 윈도우가 완전히 뒤바뀌어 모두가 혼란스러워하고 있었을 때는 스팀 머신이 나오기에 최적기로 보였다. 밸브(Valve) 창립자 게이브 뉴웰은 마이크로소프트의 신형 OS를 “파국”, “거대한 슬픔” “사용불가”라고 비판했다.
마인크래프트의 노치(Notch)와 블리자드의 롭 파르도(Rob Pardo) 역시 윈도우를 대놓고 비판했다. PC 게임 업체들은 윈도우가 점점 완전히 닫힌 플랫폼이 되어 윈도우 RT가 그랬듯, 소프트웨어가 중앙집권화된 윈도우 스토어에서만 배급되는 시나리오를 극도로 경계했다.
그래서 밸브가 리눅스용 스팀에 공을 들여 자사의 모든 게임을 오픈소스 운영 체제 상에서 실행가능 하도록 만들고, 다른 대형 게임 개발자들에게도 리눅스를 지원하도록 장려한 것도 놀라운 일이 아니다.
그러나 스팀 머신은 한 가지 치명적인 문제가 있었다. 스팀 머신은 오랫동안 출시가 지연되었고, 아직도 상용화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시간이 흐르는 동안 스팀 머신의 핵심 메시지는 일관성을 잃어버렸고, PC 제조업체들 역시 이런 혼란에 대해 불평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한편 마이크로소프트는 자체적으로 재정비를 마치고 윈도우 10를 통해 PC 게임을 흡수하고자 하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의 최근 윈도우 10 발표에는 밸브의 대 히트상품인 스팀 클라이언트를 구동하는 PC가 포함되어 있다. 마이크로소프트의 필 스펜서는 최근 폴리곤(Polygon)과의 인터뷰에서 “마이크로소프트는 밸브 측 사람들과 만나 윈도우 10에 밸브가 확실히 올라올 수 있도록 했다”고 이야기했다. 디렉트X(DirectX 12)는 훌륭해 보이고, 심지어 초저가 셋톱박스 중에서도 싸구려 제품들마저도 PC 게임의 TV로의 실시간 스트리밍이 가능해졌다.
물론, 밸브의 게이브 뉴웰은 공식적으로 리눅스에 대한 밸브의 집중을 “위험 분산 전략”이라고 이야기했다. 밸브는 여전히 스팀 머신을 개발하려고 노력할 것이고, 어떤 이들은 3월의 게임 개발자 컨퍼런스(Game Developer’s Conference)에서 새로운 발표가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하지만 마이크로소프트의 최근 회복세를 볼 때, 스팀 머신은 그들의 성공 최적기를 놓친 것으로도 보인다.
게임 스트리밍이 상품화되고 있다
윈도우 10만이 스팀 머신에 위협이 되는 것도 아니다. 스팀 머신은 기능 전쟁에서도 뒤쳐지고 있다. 거실에 설치된 리눅스 기반 스팀 머신은 모든 윈도우 게임을 돌릴 수 없을 지도 모르지만, 윈도우 게이밍 PC에서 스팀 머신으로 스팀 게임의 전체 라이브러리를 스트리밍 함으로써 이를 보완할 수 있다. 아니면 저사양의 저가형 스팀 머신을 구입하고 이를 PC에서 거실로의 게임 스트리밍 용도로만 사용해도 된다.
하지만 이 같은 방법 조차도 사용자의 관심을 끌지 못했고, 경쟁업체들은 스팀 머신의 대안을 속속 상품화했다. 마이크로소프트의 장기적인 목표는 엑스박스 원(Xbox One)으로 PC 게임을 스트리밍 하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언젠가는 350달러에 엑스박스 원을 구입면 엑스박스 원 게임을 즐기면서도 PC에서 게임 스트리밍도 함께 가능해질 것이다.
레이저(Razer)의 안드로이드 기반 포지 TV(Forge TV, 좌 사진) 콘솔은 PC에서 TV로 게임 스트리밍을 가능하게 해주는데, 머지 않아 단돈 100달러의 가격으로 판매될 예정이다. 또한 스팀에 묶여 있는 제품도 아니라서, 비-스팀 계열의 게임도 별 문제 없이 TV로 스트리밍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NZXT의 100달러짜리 도코(Doko) 박스 역시 마찬가지다.
인텔의 저렴한 “컴퓨트 스틱(Compute Stick) HDMI도 빼놓을 수 없다. 이처럼 게임 스트리밍 기능 하나만으로 스팀 머신을 파는 건 불가능해졌다. 이제 주 게이밍 PC를 거실 화면으로 옮기는데 추가 하드웨어가 더 이상 필요하지 않을 지경이니 말이다. 스팀을 실행할 수 있는 거의 대부분의 윈도우, 리눅스, 맥 컴퓨터는 스팀의 강력한 가정 내 스트리밍 기능을 실행할 수 있다.
최근 게임스팟(GameSpot)이 오리진 PC(Origin PC)의 CEO 케빈 웨실루스키를 인터뷰한 흥미로운 이야기에서 스팀 머신에 대한 한가지 긍정적인 이야기가 나왔다.
웨실루스키에 의하면 밸브는 새로운 버전의 스팀 컨트롤러를 선보일 예정이고, 곧 생산에 들어갈 것이라고 한다. 스팀 컨트롤러에는 마우스와 키보드를 염두에 두고 설계된 게임들을 TV상에서 즐길 때 더 나은 경험을 제공해줄 수많은 유망한 기능들이 포함되어 있다.
‘스팀 머신’이라는 용어 역시도 한 물 간 것으로 보인다. 웨실루스키는 “스팀 머신이라는 이름은 거의 끝난 것 같다. 마치 ‘거실 PC’를 새로운 용어라고들 하는데, 거실 PC는 사실 예전부터 있어왔고 역시 전혀 새로운 게 아니다. 하지만 거실 PC에 대한 상당한 수요와 추진이 있어왔던 것으로 보인다”고 이야기했다.
그렇다면 리눅스 기반 스팀 운영체제는 어떻게 되는 걸까? 결국 많은 PC 게이머들은 그들의 ‘거실 PC’가 그들이 스팀에서 구매해온 모든 (윈도우) PC 게임을 재생할 수 있기를 기대할 것이다. 원조 스팀 머신이 되었어야 할 에일리언웨어 알파(Alienware Alpha, 좌 사진) 거실 PC는 윈도우 기반 스팀 게이밍 거실 PC가 어떤 모습일지를 보여주는 좋은 예다. 스팀OS 개발은 여전히 진행 중이다. 하지만 밸브는 마이크로소프트로부터 핵심적인 ‘양보’를 얻어낸 이상 리눅스와 스팀OS에 집중도를 줄일 것이다.
그래도 희망은 있다
지금까지 상황에도 불구하고, 스팀OS가 영향력을 행사할 여지는 충분히 있다. 에일리언웨어 전무이사 프랭크 아조르(Frank Azor)는 작년 E3를 앞두고 PC월드에 다음과 같이 이야기했다:
“스팀OS는 분명 단일 목적을 염두에 두고 만들어진 반면, 윈도우는 우리가 에일리언웨어 알파의 콘솔 모드를 통해 하고 있듯, 특정 활용에 맞춰 가동할 수 있는 다목적 운영체제다. 하지만 밸브는 스팀OS의 개발에 훨씬 많은 통제력을 가지고 있어서 단일 활용 모델에만 초점을 확실히 집중시킬 수 있다. 바로 이 때문에 우리는 스팀이 준비되는 대로 완벽하게 지원을 할 것이다. 스팀OS는 안정적인 거실 경험을 제공하는 더욱 지속가능 한 방식이다. 우리가 에일리언웨어의 콘솔 UI를 윈도우를 기반으로 구축할 수도 있지만, 다음 버전의 윈도우가 어떻게 나올지는 알 수가 없다. 만약 예상 외의 결과가 나온다면 작업을 처음부터 다시 해야 하는 위험이 있는 것이다. 이런 점 때문에 장기적으로는 스팀OS와 스팀 게임패드가 최선의 솔루션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스팀 머신의 미래를 단정하기에는 아직 이르다. 앞으로의 진행상황을 지켜봐야 한다. 하지만 밸브의 스팀OS가 PC 게이밍을 윈도우로부터 탈피시켜 윈도우를 떼어내길 기대하던 리눅스 애호가들의 입장에서는 스팀 머신이 PC 게임을 마이크로소프트로부터 독립시킬 기회를 놓쳐버렸다는 생각을 떨칠 수 없을 것이다. editor@itworld.co.kr
Chris Hoffman editor@itworl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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