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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6 (토)

[취재파일] 비급여 진료비가 급여의 2배? 선입견이 부른 오류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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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손의료보험은 정말 손해가 막심한 상품일까

S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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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손의료보험은 고객님의 의료비 부담을 덜어드리는 제2의 건강보험입니다."

"국민건강보험으로 보장받지 못하는 비급여 항목에 대한 보장과 급증하는 의료비 부담을 덜어드립니다."


한 손해보험사의 실손의료보험 광고문구다. '제2의 건강보험', '건강보험으로 보장받지 못하는 비급여 항목 보장' 등이 눈에 띈다. "실손보험 하나는 있어야 한다"는 말은 사회 초년생이면 누구나 들어봤음직한 얘기일 것이다. 2014년 현재 실손보험 가입자는 3천 3백만 명에 이른다고 한다. 국민의 60% 이상이 가입했으니, '제2의 건강보험'이라고 할 만하다.

이 실손보험으로 인해 보험사들 손해가 막심하다고 보험사들은 주장한다. 그 원인은 고가의 비급여 진료, 이를 병원들이 부추기면서 보험사 손해로 이어지고 그러면 가입자 보험료가 오를 수밖에 없기 때문에 결국은 가입자인 국민이 피해본다는 논리 구조다. 이런 논리구조와 흡사하게 전개된, 어느 언론사의 기사 하나가 나왔다.

-핵심은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는 비급여 진료비가, 적용되는 급여 진료비의 2배"라는 것이었다. 손해보험사 4곳(삼성화재, 현대해상, LIG손해보험, 동부화재)의 자료를 인용했다. 실손의료보험은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는 비급여 항목의 진료비를 보장하는데 병원이 이를 악용한다는 것이다. 병원에선 환자에게 (당신의) 돈이 들지 않는다며 비급여 진료를 적극 권하고 환자도 기왕이면 비싼 비급여 진료를 받게 되는, 즉 '과잉 진료'가 있게 되고 보험금이 적정 수준보다 더 많이 나간다는 분석이었다. 이 때문에 최근 수년간 손해보험사의 손해율이 크게 높아지고 있다는 통계로 뒷받침했다.

비급여 진료비 비중이 높아졌다는 게 새로운 얘기는 아니나, 급여 진료비의 2배나 된다면 의미는 있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전체 의료비에서 건강보험이 보장하는 비율은 2012년 기준으로 62.5%, 보장받지 못하는 게 37.5%이다. 복지부의 이 통계가 현실을 반영하지 못하는 게 된다. (물론 자료 근거가 다르긴 할 거다. 복지부 통계는 건강보험공단 자료, 손보사 통계는 자체 실손보험 자료) 건강보험이 못 미치는 영역을 실손의료보험이 메꾸고 있다는 의미도 되겠다. 그런데 손보사들이, 비급여 진료비야 실손보험에서 보장하는 대상이니 지급액을 통해 알 수 있다쳐도, 급여 진료비 통계는 어떻게 알았을까? 고객들의 건강보험 진료 정보까지 파악하고 있다는 건가.

3시간 정도 지나 기사가 다시 업데이트됐다. 처음엔 차이를 몰랐는데 미묘하게 달라져 있었다.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는 비급여 진료비가, 환자가 부담하는 급여 진료비의 2배"로 바뀐 것이다. '건강보험이 적용되는 급여'에서 '환자가 부담하는 급여'가 됐다.

이걸 보니 의문이 풀렸다. 잘못된 기사였다.

'건강보험이 적용되는 급여'엔 '환자가 부담하는 급여'가 포함돼 있다. 즉, 건강보험 적용 급여는, 환자 부담과 환자 부담이 아닌 것-건강보험 부담으로 구성됐기에, '환자가 부담하는 급여'는 '건강보험이 적용되는 급여'보다 항상 적다. 그 비율은 때로는 5%, 많게는 50%가 되기도 하지만 적은 것만은 분명하다. 이걸 본인부담금 혹은 환자부담금이라고 부른다. 건강보험이 적용되는 진료라고 해도, 불요불급한 진료라면 무한정 받지 못하도록 일정 비율의 금액은 환자가 부담하게 한 것이다. 실손보험에서는 이 건강보험 급여에서의 본인부담금도 보장해준다.(그래서 이전엔 실손보험에서 본인부담금을 보장하지 못하게 해야 본인부담금 책정의 취지에 맞다는 주장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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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니, 결국 이 기사에서 근거로 삼은 통계는, "손보사들이 가입자가 청구한 실손보험 청구액에서 비급여 부분과, 급여의 환자 부담 부분 비중이 얼마나 되는지를 따져봤더니 비급여가 2배더라"는 것이었다. 손해보험협회를 통해 받은 해당 자료를 보니, 2011년엔 비급여 60.3, 급여의 본인부담 39.7이었는데 2014년엔 비급여 65.8, 급여의 본인부담 34.2였다. 2011년엔 비급여 진료비가, 급여의 본인부담 진료비의 1.5배였는데 2014년엔 1.92배, 약 2배란 계산이다. 손보사 자료에 따르면 물론 그 사이 손해율도 더욱 높아져 손보사 4곳이 지급한 보험금의 합계는 1조 2천 9백억 원에서, 2조 3천 2백억 원으로 크게 늘었다.

비급여 진료비가 늘긴 늘었다. 손보사 4곳이 지급한 보험금 중 비급여 진료비 부분은 2011년 7천 7백억 원에서, 2014년 1조 5천 2백억 원으로 늘었다. 참고로 2013년 건강보험 급여비(급여로 지급된 금액)은 38조 1천 2백억 원이다. 비교가 되지 않는다. 건강보험 급여 진료비가 훨씬 많다.

이렇게 장황하게 정리한 이유는, 그만큼 이 사안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처음의 잘못된 기사는 3시간여 만에 수정됐지만 그 기사를 보고 베낀 기사가 많았고 그들은 끝내 정정하지 않았다.(아직도 모르고 있을 것이다.) 한편으로는 이럴 수도 있었겠다는 생각도 든다. 건강보험 급여보다는 비급여 비중이 클 것이다 -> 비급여는 실손보험에서 보장해준다 -> 비급여 진료비는 급여 진료비보다 많을 것이다!? 이런 선입견이 작용한 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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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초 전제가 됐던 손해보험사들의 손해율도 과연 그런지 따져볼 필요가 있다.

손보사들은 지속적으로 실손보험의 손해율이 크다고 주장하고 있다. 손보사의 손해율은, 보험료 수입 대 지급한 보험금의 비율인데, 제반비용을 감안하면 75% 정도가 이익을 낼 수 있는 손해율로 알려져있다. 그런데 이미 2011년에 110%에 이르렀고, 2014년엔 손보사 4곳을 합쳐서지만 131.6% 손해율, 100만원 벌면 31만 원 적자라는 건데... 그런데도 계속 실손보험 상품을 팔고 있다는 게 이해가지 않는다. 이 정도 손해율이면 실손보험 상품 판매를 중단해야 하는 것 아닐까.

손보사 입장에선 손해를 줄일 만한 건강보험 관련 정책들이 추진되고 있다. '3대 비급여'라고 불리는 선택진료비, 상급병실료, 간병비 부담 문제가 지속적으로 제기되면서 이를 건강보험 급여로 일부나마 포함시키는 개선책이 진행 중이다. 대통령 공약사항이었던 암이나 심장, 뇌혈관, 희귀난치질환 등 4대 중증질환의 건강보험 적용 범위도 확대되고 있다. 이렇게 비급여 부분이 줄어들면 실손보험 지출도 따라서 줄어든다. 보험사들의 지출 감소분을 합치면 한해 수천억 원에 이를 것이란 추산도 나왔다. 하지만 보험사들은 여기 대해서는 별다른 입장을 내지 않는다.

손보사는 상품 판매를 중단하는 대신 그동안 동결했던 보험료를 올렸다. 올해부터 실손보험의 보험료는 최고 20% 인상됐다. 실손보험에서의 자기부담금(실손보험도 가입자의 무분별한 보험 이용을 막기 위해 자기부담금을 10% 설정해놨다)도 10%에서 20%로 올리기로 했다.

그러면서 여전히 손보사들은 실손의료보험 상품을 열심히 권하고 있다. 일부 병원은 이를 활용해 환자들에게 고가의 비급여 진료를 권하기도 했을 것이다. 병원에 굳이 안 가도 되는 걸 실손보험에서 다 나오니까 하면서 간 환자들도 일부 있을 것이다. 이 때문에 보험금 지급이 늘어나 손해를 보고 있다고 손보사는 주장한다. 그러면서 보험료를 올리고 환자들은 다시 불만이다. 이런 공모, 공생 관계는 현재 진행형이다.

누가 손해를 보고 있을까?
보험사일까, 병원일까, 환자 혹은 국민일까...

[심영구 기자 so5what@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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