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 신윤복 ‘단오풍정’ 속 여성 훔쳐보는 동자승 대신
이번엔 에스비에스(SBS)가 ‘일베’에 낚였다.
SBS <순간포착 세상에 이런 일이>가 16일 방송에서 일간베스트저장소(일베)가 노무현 전 대통령을 비하할 목적으로 합성한 사진을 내보냈다. 최근 1년 동안 SBS가 일베의 합성 사진이나 노 전 대통령 비하 사진을 내보낸 세 번째 사고다. 지난 12일엔 문화방송(MBC)의 연예정보 프로그램 <섹션TV 연예통신>이 기사와 무관한 노 전 대통령의 실루엣으로 보이는 이미지를 사용해 관심을 끌었다. (▶관련 기사: MBC 또 노무현 전 대통령 ‘일베 이미지’ 사용 논란 )
16일 방송된 <순간포착 세상에 이런 일이>는 가위를 이용해 종이 아트를 만드는 ‘신의 손’ 송훈씨의 사연을 소개했다. 프로그램은 송씨가 종이 아트로 만든 신윤복의 ‘단오풍정’을 소개하면서 원작과 비교했는데, 원작이라고 소개한 그림 왼쪽 상단에 노 전 대통령의 얼굴이 합성돼 있었다.
동자승이 목욕하는 여인들을 훔쳐보는 원작과 달리 합성된 이미지엔 노 전 대통령의 얼굴 사진을 넣어 그가 여인들을 훔쳐보는 것처럼 비하하고 있다. 이 이미지는 일베 회원이 합성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방송이 나간 뒤 일베 게시판엔 “‘세상에 이런 일이’에 노무현이 나왔다”는 글이 올랐고 1700개 이상의 댓글이 달렸다. 댓글들은 “‘세상에 이런 일이’ 피디가 일베충인가 보다”, “SBS가 방송을 막 하네” 등 놀랍다는 반응이 많았다. “일베가 해냈다”, “SBS에 지원해야겠다. 일베만 뽑나보다”등의 반응도 나왔다.
SBS는 최근 여러 차례 일베가 합성한 이미지를 사용해 비판을 받았다. 지난해 10월엔 스포츠뉴스에서 ‘ㅇㅅ’(연세)가 아닌 ‘ㅇㅂ’(일베)로 합성된 연세대학교 로고를 사용했고, 같은해 8월 <8시 뉴스>에서 노 전 대통령을 코알라와 합성한 이미지를 사용해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서 ‘주의’ 조처를 받았다. 지난 3월에도 예능프로그램 <런닝맨>에서 일베 회원이 합성한 것으로 보이는 고려대 로고를 사용해 물의를 일으켰다.
SBS는 ‘일베 합성 이미지’ 사태가 발생했을 때마다 “인터넷에서 사진을 내려받으면서 제대로 확인하지 못했다. 의도적인 사고는 아니다”는 해명을 반복했다. <한겨레>는 17일 이번 ‘방송사고’에 대한 SBS 쪽의 해명을 듣기 위해 홍보팀에 전화를 했으나 받지 않았다. <순간포착 세상에 이런 일이> 누리집 게시판엔 17일 “관련자 책임을 물어야 한다”, “항상 외주업체 탓만…방송국 이름도 외주업체 이름으로 바꿔라”, “한두 번도 아니고 국민을 바보로 아는 방송” 등의 비난글이 이어졌다.
박현철 기자 fkcoo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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