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 경제와 사람
김장중 이스트소프트 대표
코리안클릭이 내놓은 7월 첫주 국내 검색엔진별 점유율 순위 표를 보면, ‘줌닷컴’이 4위에 올라 있다. 코리안닷컴은 국내 검색사이트의 이용량(쿼리)을 주 단위로 조사해 순위를 매긴다. 순위에 들긴 했지만 점유율은 1.12%로, 네이버(71.97%)·다음(22.88%)·구글(3.8%)에 견주는 것조차 민망할 정도다.
국내 검색사이트 시장에서 줌닷컴은 3년도 안된 막내다. ‘알집’과 ‘알약’ 같은 소프트웨어 사업을 고집스럽게 벌여, 관련 업계에서 ‘뼈대 있는 소프트웨어 회사’로 통하는 이스트소프트가 줌인터넷이란 자회사를 설립해 제공하는 서비스다. 줌인터넷은 지난해 말에는 ‘스윙’이란 브라우저도 내놨다.
국내 검색 시장은 ‘네이버-다음’의 양강체제로 굳어진 지 오래 됐고, 브라우저 시장 역시 마이크로소프트(MS)의 ‘인터넷 익스플로러’와 구글의 ‘크롬’이 양분하고 있다. 한결같이 강자들이고, 확고한 1등이 있다. 하지만 이스트소프트는 아랑곳하지 않고 검색사이트와 브라우저 시장에 진출해 활발한 마케팅을 벌이고 있다. 김장중(43) 이스트소프트 창업자이자 대표는 검색과 브라우저를 “이스트소프트의 신성장동력”이라고 치켜세우기까지 하고 있다. 그는 줌인터넷의 회장도 맡고 있다.
국내 검색시장은 네이버-다음
브라우저는 MS-구글이 양분
양강체제 시장에 뒤집기 도전
검색사이트 ‘줌닷컴’ 개방성
브라우저 ‘스윙’ 속도 내세워
“이스트소프트 신성장동력”
지난 15일 서울 서초구 반포대로 이스트소프트 사옥으로 김장중 대표를 찾아가 ‘웬 무모함이냐?’고 물었다. “인력과 자금력으로 보면 (네이버나 다음에 견줘)10분의 1밖에 안되지만, 더 좋은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고 있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는 브라우저 시장 진출 배경에 대해서도 “인터넷 익스플로러는 무겁기가 천금 같고, 크롬도 닮아가고 있다. 충분히 승산이 있다”고 말했다.
줌닷컴과 스윙은 일단 시장 진입에는 성공했다. 줌닷컴은 “구글을 제치자”는 1차 목표를 향해 게걸음이지만 꾸준히 가고 있고, 스윙 역시 300만 다운로드 돌파를 눈앞에 두고 있다. 오는 3분기에는 분기 기준으로 손익분기점 돌파가 예상된다. 김 대표는 “줌닷컴과 스윙 모두 기존 검색사이트와 브라우저 사업자들의 ‘이기적인’ 사업모델에 불만을 느낀 누리꾼들의 이용으로 점유율이 빠르게 늘 것이다. 머지않아 줌닷컴은 구글을 앞질러 ‘검색 3사’에 들고, 스윙은 500만 다운로드를 돌파할 것”이라고 자신했다.
김 대표는 과거에도 이런 식으로 사업을 시작했고, 또 확장해왔다. 그리고 대부분 성공시켰다. 한양대 수학과를 졸업한 김 대표는 한글과컴퓨터의 ‘아래아한글’을 사용하다 불편을 느껴 ‘21세기 워드프로세서’를 개발했고, 여직원이 ‘윈집’을 사용하면서 영어로 된 메뉴와 사용설명서 때문에 불편해하는 것을 보고 ‘알집’을 만들었다. ‘알약’ 역시 시장을 장악하고 있던 기존 백신프로그램의 ‘한심함’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내놨다. ‘알송’, ‘알씨’, ‘알쇼’, ‘알키퍼’ 등도 다 이렇게 나온 것이다. 이런 식으로 온라인게임 시장에도 진출했다.
알집은 기존 외산 압축·해제 프로그램들을 다 몰아내고 국민 소프트웨어로 자리잡았고, 알약 역시 배포량에서 브이(V)3를 제치기도 했다. 이른바 ‘알 시리즈’를 한바구니에 담은 ‘알툴즈’는 이스트소프트의 ‘캐시카우’ 구실을 톡톡히 하고 있다.
줌닷컴은 개방성을, 스윙은 속도를 무기로 삼고 있다. 김 대표는 “네이버와 다음은 이용자들의 발목을 잡아 돈벌이는 하는 쪽으로 악해지고 있고, 구글도 닮아가고 있다. 줌닷컴은 검색만 한다. 경쟁자인 다음 포털의 블로그와 카페도 찾아준다. 네이버에 있는 정보는, 네이버가 막아서 못찾아주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스윙에 대해서는 “크롬과 인터넷 익스플로러 엔진을 함께 갖고 있다. 액티브엑스를 요구하지 않는 사이트는 크로미움으로 접속되게 해 속도를 높였다”고 설명했다.
그는 인터뷰를 마무리하며 이해진 네이버 이사회 의장한테 할 말이 있다고 하더니, “조금만 봐 주세요”라고 했다. 유효경쟁체제가 만들어져야 시장을 키우고, 업체들의 서비스 질 개선 경쟁으로 이용자 편익도 좋아지는데, 네이버가 너무 악착같이 시장을 독식하려는 자세를 가져 생태계가 파괴되고 있는 것을 이 의장은 ‘아시는지’ 모르겠단다.
김재섭 기자 jski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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