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5.01 (수)

[월드리포트] 친할머니가 꾸짖는다고…툭하면 '총질'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SBS

하루도 총성이 그치지 않는 나라는 어디일까요? 시리아 같은 중동 이슬람 국가일까요? 물론 전쟁이나 내전이 있는 나라야 당연하겠지만 아주 평온한(?) 나라에서도 매일 총성이 울리는 곳이 있습니다. 바로 미국입니다. 이곳에서 매일 뉴스를 보다 보면 정말 하루도 빠지지 않고 총질이 있었다는 기사가 나옵니다.

미국 시간으로 월요일 새벽에는 유니버설 시티 워크에서 총성이 두발 울려 퍼졌습니다. 시티 워크는 유니버설 스튜디오 안에 있는 쇼핑 몰로 식당과 바, 그리고 클럽은 물론 옷 가게 같은 상점들이 밀집해 있는 곳입니다. 총성이 울린 시간은 새벽 1시 반. 시티 워크 안에 있는 한 클럽에서 한참 DJ 경연대회가 열기를 더하던 중이었습니다. 시끄러운 음악과 DJ들의 괴성이 한데 어울려 열기가 고조되던 상황에서 몇몇 젊은이들 간에 싸움이 붙었는가 봅니다. 갑자기 총성이 두 번 울리고 여성들의 비명소리가 쏟아졌습니다. 일순간 아수라장이 됐습니다.

SBS

시티워크 근처에 있던 경찰들이 출동했고, 총을 들고 있던 청년은 경찰이 쏜 총에 그 자리에서 숨졌습니다. 총성이 울리자 클럽 안에 있던 사람들이 황급히 자리를 벗어나 밖으로 뛰쳐나오면서 몇 사람이 다치기도
했습니다. 화가 난다고 총을 꺼내 드는 나라가 바로 미국입니다. 누가 총을 소지하고 있는지 알 수 없으니 평소에도 서로를 자극하지 않으려고 애씁니다. 길 가다 얼굴을 마주치면 서로 미소 지으면서 ‘헬로우’나 ‘하이’를 하는 것도 어쩌면 이런 문화에서 비롯된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4년 전 미국 버지니아로 연수 갔을 때의 일입니다. 미국에 입국한 다음날, 특파원 선배의 초대를 받아 고깃집에서 고기를 먹던 중이었습니다. 갑자기 옆 테이블에서 한국인 젊은이들끼리 말다툼이 벌어졌습니다. 급기야 한 남성이 벌떡 일어섰고 맞은 편에서 응수하던 남성도 함께 일어섰습니다. 일촉즉발의 상황에서 제가 싸움을 말리려고 일어서려는데 선배가 제 손목을 끌어 당기면서 앉으라고 하더군요. 실제로 그 식당 안에는 많은 사람들이 있었지만 청년들의 다툼이 일자 모두 고개를 푹 숙이고 시선을 고기에만 맞추더군요. 누가 총을 들고 있을지 모르기 때문에 섣불리 간섭했다가는 되돌이킬 수 없는 봉변을 당할 수 있기 때문이라는 선배의 설명을 듣고서야 미국에 왔음을 실감했습니다.

유니버설 시티워크 총격 사건 이전인 지난 주말, 캘리포니아 주 새크라멘토에서는 공원에서 총격전이 벌어졌습니다. 한 살배기 어린아이의 생일 파티 (우리로 따지면 돌잔치)가 열리는 공원에 가족과 친척들이 모여들고 있을 때였습니다. 승용차 한대가 공원으로 조용히 접근했고, 건장한 남자들이 차에서 내리더니 공원 파티장을 향해 냅다 총질을 해대기 시작했습니다. 파티에 참석했던 사람들도 총을 꺼내 응사했습니다. 갱 영화에서 보는 장면이 그대로 연출된 겁니다. 당시 공원에는 생일 파티에 참석한 50여명이 있었고 주말 아침을 맞아 공원에 놀라 나온 일반 시민들도 많았습니다.

이 총격전으로 파티에 참석했던 20대 남성이 숨졌고 7살 소녀를 포함해 6명이 다쳤습니다. 경찰은 갱단이 연루된 총격전으로 보고 있습니다. 하기야 총을 쏘고 달아난 괴한들도 그렇지만 어린애 생일파티에 총을 갖고 간 사람들도 분명 건전한 사람들은 아닐 겁니다.

SBS

여기까지는 미국에서 흔한 총격 사건이거니 하겠습니다. 참으로 경악할 만한 총격 사건이 또 하나 있었습니다. 어제, 오클라호마의 한 아파트에서 11살 소년이 친할머니에게 총을 쏜 겁니다. 경찰이 출동해 이 소년을 격리하고 할머니를 병원으로 옮겼습니다. 다행히 할머니는 숨지지 않았는데, 머리 속에 박힌 총알을 제거하지 못해 상태를 좀 더 두고 봐야 할 상황입니다. 왜 이 11살 소년이 친할머니에게 총을 쐈는지는 아직 보도되지 않았습니다만, 이 소년은 경찰에 체포된 후에도 뭐라 중얼중얼대면서 불만을 쏟아냈다고 합니다. 할머니의 증언으로는 “학교에서 문제를 일으킨 손자와 더 깊은 대화를 나누려고 다가가려는데 손자가 방아쇠를 당겼다”는 겁니다.

지난해에는 루이지애나에서 8살 소년이 할머니에게 총을 쏜 사건이 있었습니다. 비디오 게임을 하던 중 할머니가 뭐라고 하자 총을 쐈다는 겁니다. 재판 과정에서 이 사건은 사고로 결론 났습니다. 아직 상황 파악을 제대로 하지 못하는 8살 어린이라 총이 장난감인줄 알고 발사했다는 겁니다. 뒤집어 얘기하면 아이들이 총을 장난감으로 생각할 만큼 총기가 널려 있고 관리도 허술하다는 얘기가 됩니다. 총기를 규제해야 한다는 여론이 많지만 여전히 총기업자들의 강력한 로비에 밀려 총기 규제 법안은 제자리 걸음입니다. 그래서 오늘도 미국 어디에선가는 총성이 울리고 총격전이 벌어지고 있을 겁니다.

[박병일 기자 cokkiri@sbs.co.kr]

새로운 인터렉티브 뉴스 [SBS 스마트리포트]

[SBS기자들의 생생한 취재현장 뒷이야기 '취재파일']

☞ SBS뉴스 공식 SNS [SBS8News 트위터] [페이스북]

저작권자 SBS&SBS콘텐츠허브 무단복제-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