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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7 (토)

수분 13%… 초코파이 열풍의 '매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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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년 장수·인기 비결로

연구팀 20여년간 몰두 1년에 3000개씩 시식

최적의 황금수분율 찾아 숙성기간 조절도 비법

세계의 입맛·기후 따라 "더 맛있게" 진화 노력도 올 매출 4000억 넘을 듯

한국일보

서울 문배동 오리온 연구소에서 초코파이 연구를 책임지는 문영복(오른쪽부터) 파이개발팀장, 강주진 차장, 정성훈 사원, 김종근 과장이 초코파이를 들어 보이고 있다. 오리온 제공


1974년 출시 이후 40년이 지난 현재까지도 꾸준한 사랑을 받는 '국민과자'가 있다. 이제는 국내를 넘어 세계 60여개국에 진출한 오리온 '초코파이'다.

초코파이의 국내 파이시장 시장점유율은 무려 90%. 지난해 국내외 20억개가 팔리며 3,500억원의 매출을 올린 데 이어 올해는 4,000억원을 넘어설 전망이다. 공교롭게 오리온은 26일 초코파이 12개들이 1상자 가격을 4,000원에서 4,800원으로 20% 올렸다. 원가 인상에 따른 부득이한 조치이지만 국민과자인 만큼 소비자들 입장에서는 가격 인상이 부담스러울 수 밖에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초코파이의 인기는 쉽게 가라앉지 않을 전망이다. 초코파이가 이토록 장수할 수 있는 비결은 따로 있었다. 이날 장수 비결의 열쇠를 쥐고 있는 오리온연구소 파이개발팀에서 20년 이상 파이를 연구한 문영복 팀장과 강주진 차장을 만났다.

이들이 꼽는 초코파이 맛의 비결은 바로 '수분 13%'다. 초코파이 전체에 퍼져있는 13%의 수분은 과자를 부드럽고 촉촉하게 해주며 방부제를 넣지 않아도 곰팡이 발생을 억제하는 황금비율이다.

1995년 이전까지 초코파이 수분비율은 14%였다. 문제는 그 해 중국에 진출하며 발생했다. 중국 남부지역의 고온 다습한 여름을 견디지 못한 초코파이에 곰팡이가 피어났다. 오리온은 이때 초코파이 10만개를 수거해 불 태워야 했다.

이때부터 초코파이 연구원들은 꼬박 2년간 초코파이 수분율 조절에 매달려, 촉촉한 식감을 유지하며 곰팡이 번식을 막을 수 있는 수분 비율 13%를 찾아냈다. 문 팀장은 "당시 실험실에 덥고 습한 가상 기후를 만들어 놓고 초코파이의 변화를 1년 이상 매일 분석했다"며 "연구원 1명이 1년간 먹은 초코파이만 3,000개가 넘는다"고 말했다.

이후 오리온은 세계 각국의 기후와 입맛을 고려해 초코파이를 조금씩 다르게 만든다. 러시아에서 2년간 초코파이 연구개발를 담당한 강 차장은 "러시아 초코파이는 현지인들이 좀 더 달콤한 밀크초콜릿을 선호하기 때문에 국내 제품보다 더 달다"며 "중동이나 아프리카 지역의 초코파이는 잘 녹지 않도록 초콜릿 유지 성분을 다르게 만든다"고 설명했다.

수분 다음으로 중요한 요소는 3~4일의 숙성기간이다. 숙성 기간 동안 마쉬멜로우의 수분이 바삭한 비스킷 부분으로 이동하면서 초코파이 특유의 부드럽고 촉촉한 맛을 낸다. 이를 위해 파이 연구팀은 전용 숙성창고를 두고 숙성기간과 조건 등을 조절했다.

95년 이후 초코파이는 계속 진화하고 있다. 트랜스지방 문제가 불거지자 트랜스지방 함유량을 제로화했고, 국내 소비자들이 좀 덜 달고 진한 초콜릿 맛을 선호하자 카카오 함량을 늘렸다.

세계 각국에 진출하면서 사내에'초코파이 기술 대학'도 생겼다. 생산 공장을 둔 중국 베트남 러시아의 연구원들이 1년에 한번씩 이 곳에 모여 맛을 평가하고 새로 개발한 초코파이 기술 등을 공유한다.

문 팀장과 강 차장의 꿈은 제 2의 초코파이 같은 대박신화 제품을 만드는 것이다. 이들은 "국내외에 가족들과 여행을 갔을 때 초코파이를 보면 뿌듯하다"며 "초코파이처럼 전세계에서 알아주는 제 2의 글로벌 파이를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고은경기자 scoopko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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