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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지하철 노선도(영문)./자료=서울 메트로 |
아시아투데이 김성미 기자 = “How can I go to Apgujeong Station(압구정역 어떻게 가나요)?”
3박4일 일정으로 한국 여행을 온 터키인 엘리프(35·여)씨. 얼마 전 서울 강남구 신사역에서 압구정역을 가면서 황당한 경험을 했다. 분명 지하철노선도에서 한 정류장으로 표기돼 있었다. 관광책자에는 걸어서 10분 거리라고 친절하게 표기도 돼 있었다. 책자를 믿고 길을 따라 나선 그녀는 30여분을 헤매다 결국 택시를 타고 목적지에 갈 수 있었다. 거리가 표시 안 된 지하철노선도가 그녀를 헤매게 만들었던 셈이다.
외국인 관광객 1000만명 시대! 이들에게 가장 찾기 쉬운 교통수단인 한국 지하철은 어떤 모습일까.
13일 관광업계에 따르면 수도권 지하철을 이용하는 외국 관광객들의 불편한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지하철을 타고 움직이고 싶어도 제대로 된 정보를 찾을 수 없어 길을 헤매기 일쑤이기 때문.
이날 오후 과천에서 만난 프랑스인 라파엘(42)씨는 “경기 수원시로 출장을 왔는데 지하철노선도를 보고 과천이 가깝게 보여 택시를 탔다 3만원이 넘게 나왔다”고 당혹스러움을 호소했다.
수도권 지하철노선도는 한 면에 노선을 모두 나타내기 위해 실제 지도와 상관없이 그려진 것.
외국인 입장에서 노선도만 보면 인천과 안산은 매우 가깝게 보이고 수원과 안양, 용인과 오산 등도 마찬가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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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뉴욕 지하철 노선도./자료=뉴욕 교통청(MTA) |
반면 세계적인 관광지 미국 뉴욕의 지하철노선도를 보면 뉴욕시 지도 위에 지하철 노선을 표시해 이런 혼선을 사전에 방지했다.
미국인 프랭크(26)씨는 “서울 지하철은 비교적 이용하기 편리하지만 노선도를 보고 위치는 파악할 수 없다”며 “가고자 하는 목적지가 지하철역에서 가까우면 상관없지만 근처에 역이 없는 곳은 도대체 어떻게 찾아가야 하는지 막막하다”고 말했다.
한편, 아직도 잘못 표기된 지하철 내 안내 표지판은 외국인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하기에 충분했다.
실제로 중국인 관광객들은 지하철 내 한자표기를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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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철 내 화장실 안내 표지판./사진=김성미 기자 |
대표적으로 화장실은 ‘化粧室(화장실)’로 적혀있지만 중국인들은 ‘洗手間(세수간)’이란 한자를 사용한다.
또한 구로디지털단지역은 ‘九老디지털團地(구로디지털단지)’로 한자와 한글을 혼용해 도대체 누구를 위한 표기인지 알 수 없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외국인 관광객들의 불만도 해마다 늘고 있다.
관광공사에 접수된 외국인 관광불편신고는 2009년 468건, 2010년 519건, 2011년 724건에서 2012년 987건으로 4년새 두 배 이상 늘어났다.
이에 서울메트로 관계자는 “당시 ‘디지털’을 한자로 표기하기 어려워 그렇게 표기했다”며 “얼마 전 서울시에서 ‘다국어 안내표지판 개선 계획’을 발표함에 따라 점차적으로 개선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석호 한국방송통신대학교 관광학과 교수는 “국립국어원의 로마자표기법에 따라 영어 표기가 정리됐듯이 중국어도 중국인들이 사용하는 한자로 표기 통일이 필요한 것 같다”며 “지하철노선도는 실제 방향, 거리 등을 고려해 만들면 훨씬 좋겠지만 한정적 공간에 다 표현하기는 힘들기 때문에 더 고민해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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