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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4 (수)

바이든 "반도체는 21세기 편자의 못…미국서 더 만들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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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든, 반도체·배터리·희토류 공급망 검토 행정명령

"취약점 파악, 대책 마련…美 경쟁력 위해 이곳서 투자"

미국 내 생산·투자 장려, 동맹과 공급망 단단히 할 듯

의회도 "中 의존 않도록 긴급 예산 배정해 美서 생산"

중앙일보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24일 백악관에서 반도체, 배터리 등 4개 품목의 공급망에 대한 검토를 지시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EPA=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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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못이 없어서 편자가 사라졌고, 편자가 없으니 말을 잃었다. 그렇게 계속돼 결국은 왕국이 멸망했다. 반도체는 21세기 편자의 못이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24일(현지시간) 반도체와 자동차용 배터리, 희토류, 의약품 4개 품목의 글로벌 공급망에 대한 검토를 지시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하는 자리에서 반도체를 말발굽 편자의 못에 비유했다. "공급망의 한 지점에서 작은 실패라도 발생하면 공급망 상부에 충격을 가할 수 있다"면서다.

바이든 행정부가 반도체와 배터리처럼 경제와 국가안보에 필수적인 첨단 기술 제품을 안정적으로 확보하기 위한 정책에 시동을 걸었다. 아시아로 넘어간 반도체 주권을 미국이 되찾아오겠다는 계산이 깔렸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행정부에 반도체 부족에 대한 해결책을 찾기 위해 산업계 및 의회와 협력해 향후 100일간 4개 핵심 품목의 공급망을 검토한 뒤 관련 정책을 내놓겠다고 밝혔다.

경쟁국에 뒤처진 반도체와 배터리 생산, 중국에 절대적으로 의존하는 희토류를 검토 대상에 포함한 것은 미·중 경쟁에 대비하기 위한 포석이다. 이와 별도로 국방, 보건, 정보통신, 에너지, 운송, 식량 생산 등 6개 산업 분야에 대해서는 1년간 공급망을 검토하도록 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것은 회복력에 관한 것"이라면서 "공급망에서 일어날 수 있는 취약점을 파악해 미리 대안을 마련하거나 우회 해결법을 찾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초기 개인보호장비(PPE) 부족과 최근 반도체 공급 부족으로 자동차 생산라인이 멈추는 등 공급망에 차질을 빚은 경험이 기폭제가 됐다.

바이든 대통령은 "반도체 칩 공급 부족으로 자동차 생산이 지연됐고, 그로 인해 미국인 노동자의 근무 시간이 감소했다"면서 반도체 부족이 일자리에까지 영향을 미쳤다고 지적했다. 공급망 강화를 위해 미국에 투자해 제조업을 활성화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그는 "가장 좋은 방법은 우리나라에 투자함으로써 미국의 경쟁력을 보호하고 연마하는 것"이라면서 "우리는 미국에 투자할 것이고, 미국인 노동자에게 투자할 것"이라고 말했다.

미 반도체산업협회(SIA)에 따르면 미국 반도체 회사의 세계 반도체 시장점유율은 47%이지만, 전 세계 반도체 가운데 미국에서 생산되는 규모는 12%에 그친다. 79%가 아시아에서 제조된다. 이 때문에 유사시에 반도체 공급을 받지 못하면 미국 산업과 국가안보 전반에 치명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위기감이 상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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척 슈머 민주당 상원 원내대표. [EPA=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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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바이든 대통령은 상원과 하원의 여야 의원 10여명을 백악관으로 불러 취약한 공급망 대책에 대해 초당적 협력을 당부했다. 의회는 미국 반도체산업을 강화하기 위한 입법 작업에 들어갔다. 척 슈머 민주당 상원 원내대표는 이날 "우리는 중국과 경쟁에서 앞서고 외국 자원에 대한 의존을 중단하기 위해 미국 반도체산업에 대한 투자를 강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반도체 생산 분야는 우리 경제와 국가안보에 있어서 위험한 취약 지점"이라며 "이는 바뀌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우리는 해외 제조업체에 반도체를 의존해서는 안 되고, 중국이 반도체 제조에서 우리보다 앞서게 해서도 안 된다"면서 '반도체 프로그램'에 긴급예산을 배정한다고 밝혔다.

슈머 원내대표는 입법안 목표로 ①미국의 혁신과 근로자, 제조업에 투자해 중국에 대한 미국의 경쟁력을 키우고 ②북대서양조약기구(NATO), 남아시아, 인도 등 동맹과 파트너에 투자하고 ③미국 일자리를 훼손하는 중국의 모든 약탈적 관행을 종식하는 것을 제시했다.

미국 내 반도체 산업을 강화하는 정책은 한국에도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바이든 대통령 제안대로 미국 내 투자를 늘려 반도체 생산 비중을 확대할 가능성이 있다. 세제 혜택과 연방정부 차원에서 인센티브를 줘서 미국 내 반도체 공장 설립을 유도하는 것이다.

SIA 등 관련 산업계는 지난 18일 바이든 대통령에게 보낸 서한에서 "글로벌 경쟁사들이 반도체 제조와 연구 시설을 유치할 때 유인책이 없는 미국은 반도체 제조 점유율이 꾸준히 하락했다"면서 "미국도 인센티브를 줘서 새로운 현대식 반도체 제조시설을 건설하도록 장려하고 연구에 투자할 필요가 있다"고 건의했다.

중국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동맹과 파트너 간 공급망 확충에 초점을 맞출 가능성도 엿보인다. 슈머 원내대표는 반도체 생산을 위해 투자할 수 있는 동맹으로 NATO와 남아시아, 인도를 꼽았다. 기존 반도체 제조 강국인 한국과 대만 등은 거론하지 않았다.

의회는 지난해 국방수권법(NDAA)을 통해 연방 정부가 미국 내 반도체 제조업에 보조금을 지급하고, 반도체 연구개발에 연방정부 자금을 지원할 수 있는 법적 근거를 만들었다. 이에 따라 관련 예산을 배정하는 입법안을 올봄 안에 통과시킬 계획이라고 슈머 원내대표는 밝혔다.

워싱턴=박현영 특파원 hypar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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