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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4 (수)

이슈 텔레그램 n번방 사건

조주빈 징역 40년 선고…“피해자 일상 회복은 이제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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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대위, 조씨 1심 선고 직후 법원서 기자회견

“조주빈 판결 여성에게 큰 의미…

텔레그램 성착취 끝장은 이제 시작일 뿐”

피해자도 “공범들 엄중한 처벌” 촉구


한겨레

텔레그램 성착취 공동대책위원회 화원들이 26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 동문 앞에서 텔레그램 ‘박사방’ 조주빈과 공범 5명에 대해 중형이 선고 된 뒤 기자회견을 열고 “이번 판결이 끝이 아니”라며 “성착취의 근간을 찾고 가해자들이 죗값을 받을 수 있게 법과 제도를 정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봉규 bong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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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박과 유포와 여성혐오 속에서 누군가는 파일 이름이 되고, 품번이 되고, 영상이 되어 여전히 세계를 떠돌고 있습니다. 범죄자들이 죗값을 받기 시작할 때 피해자들도 자신의 목소리를 되찾고 존엄한 시민으로 안전하게 살아갈 수 있어야 합니다.”

26일 텔레그램 ‘박사방’ 운영자 조주빈(25) 1심 선고에 여성단체들은 “텔레그램 성착취 문제 해결은 이제 시작”이라며 다른 가해자들에 대한 엄중한 처벌과 피해자 보호를 촉구했다.

한국사이버성폭력대응센터 등으로 이뤄진 ‘텔레그램 성착취 공동대책위원회’(공대위)는 이날 조주빈의 선고 직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성착취를 발본색원하고, 가해자들이 죗값을 받을 수 있게 법과 제도를 정비하고, 피해자 회복을 꾀할 수 있게 사회 인식을 갖추어나가는 일은 결코 짧은 호흡으로 해결되지 않을 것이다”라며 “텔레그램 성착취 끝장은 이제 시작일 뿐이다”라고 밝혔다.

이들은 피해자의 일상 회복을 위해 수사·재판 과정이 피해자를 보호하고 존중하는 방식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현행 성폭력처벌법 등은 피해자 진술 비공개, 피고인 퇴정 등 재판 과정에서의 2차 피해를 막기 위한 규정을 마련하고 있지만 구체적인 적용은 재판장의 재량에 맡겨놓고 있다. 판사의 ‘성인지 감수성’에 따라 피해자 보호 조처가 달라지는 경우가 많다. 텔레그램 성착취 피해자 변호인단의 조은호 변호사는 “피해자는 가해자 처벌에 기여하는 경험을 통해 피해 당시의 무력감에서 벗어날 수 있다”며 “수사기관과 법원은 피해자의 의사를 존중하고, 가능한 모든 방법을 동원해 법적 과정에서 피해자의 지위와 권리 보장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공대위는 “유포·소지는 단순 벌금형에 그치는 등 여전히 솜방망이 처벌이 이뤄지고 있다”며 디지털성범죄에 대한 양형기준 강화와 법원의 전향적인 판단도 촉구했다. 권효은 ‘성매매문제해결을 위한 전국연대’ 활동가는 “한번 유포된 영상은 가해자의 손을 떠나 2차, 3차 피해를 일으키지만 재판부는 이를 실재적 피해로 인지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기자회견에선 지난 3월 조씨 검거 이후 1년을 돌아보는 피해자의 글도 공개됐다. 그는 “(언론이) 피해사실과 가해자들의 수법을 가십거리마냥 풀어내는 모습을 보고 너무나도 마음이 답답했다”며 “다시는 기억하고 싶지 않았던 순간들을 재구성하며 반복적으로 보여주고 조주빈이 영웅이라도 된 것마냥 그의 일생을 알아야 했다”고 토로했다. 피해자에게 책임을 돌리는 2차가해성 댓글에 대해서도 “잘못된 내용들도 많았고 그 중 ‘정말 이건 아니야’라며 소리 지르고 싶던 순간도 있었다”고 털어놓았다. 이어 그는 “재판부는 이런 사회악적인 일이 두번 다시 일어나지 않도록 본보기를 보여달라”고 촉구했다.

이날 재판 결과를 접한 20~30대 여성들도 “앞으로가 더 중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대학원생 최아무개(34)씨는 “언론에서 주목하는 사건에 대해서만 이렇게 형량이 나오는 건 아닌가 하는 의구심도 든다. 미성년자, 아동청소년 성착취범에 대해서는 절대 용납할 수 없다는 것을 판결로 보여줘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여전히 성착취 영상 피해자들의 영상이 유포되고 있다는 이야기 나오는데 수사가 철저하게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직장인 최아무개(31)씨도 “피해자들이 평생을 지울 수 없는 상처를 입었다. 성범죄에 대해서는 이번 계기로 본보기가 될 수 있게 향후 재판에서도 강력한 처벌이 이뤄졌으면 하는 바람이다”고 강조했다.

남성들 역시 이번 선고가 디지털 성범죄를 뿌리 뽑는 계기가 되어야 한다는데 의견을 같이했다. 직장인 김아무개(31)씨는 “저도 어린 여동생이 있는데 사건을 접하고 굉장히 충격을 받았던 기억이 난다. 40년이란 죄의 무게가 피해자의 상처를 아물게 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인 거 같다”며 “40년의 형량이 퇴행하는 한국의 성의식에 경각심을 주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정아무개(31)씨도 “피해자들의 상처와 전 국민의 분노의 크기에 비하면 징역 40년도 턱없이 부족하다고 보지만, 이번 사건을 계기로 제2의 조주빈이 다시 없는 사회가 되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박윤경 이재호 기자 ygpar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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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www.hani.co.kr/arti/society/society_general/971590.html?_fr=mt2

n번방’ 취재 기자는 ‘박사방’에 이르러 확신했다 “이건 잡아야 한다”

http://www.hani.co.kr/arti/society/society_general/971591.html?_fr=mt2

<한겨레21>이 디지털성범죄를 정리하고, 앞으로 기록을 꾸준히 저장할 아카이브(stopn.hani.co.kr)를 엽니다. 11월27일 나오는 <한겨레21> 1340호는 텔레그램 성착취 사건 이후 1년동안 일궈온 성과와 성찰, 그리고 여전히 남아 있는 고민으로만 채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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