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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특징이 사라진 시대, 이동국의 조언 "잘하는 거 아주 잘하는 게 낫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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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1

'라이언킹' 이동국(전북현대)이 28일 전북 전주시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은퇴 기자회견을 열고 기자들의 질의에 답변을 하고 있다. 2020.10.28/뉴스1 © News1 유경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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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임성일 기자 = 이동국(41)은 스피드가 빠른 공격수로 보긴 어렵다. 활동량이 엄청난 유형도 아니며 힘과 높이를 앞세워 굉장히 거친 포스트 플레이에 능한 스트라이커와도 거리가 있다. 하지만 그는 그 누구보다 성공적인 커리어를 보냈다.

오는 11월1일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리는 대구FC와의 '하나원큐 K리그 2020'과의 은퇴경기를 앞둔 현재 그는 K리그와 각급 대표팀을 포함 무려 844경기에 출전했다. 지난 28일 마련된 공식 은퇴식에서 이동국은 "나 역시 내가 이렇게나 많은 경기에 나왔는지 몰랐다"면서 "그 어떤 기록보다도 애착이 간다"고 말했는데, 그만큼 가치 있는 발자취다.

"한 선수가 800경기 이상 뛸 수 있다는 것은 1~2년 잘해서 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10년, 20년 잘했으니 가능했던 것"이라던 뿌듯한 자평도 고개가 끄덕여지는 이정표다.

10대였던 1998년 프로에 데뷔해 불혹을 남긴 2020년까지 필드를 누빌 수 있었던 것은 이동국만의 장점이 확실했기 때문이다. 1990년대를 풍비한 스트라이커 황선홍 전 대전 감독은 "어렸을 때부터 슈팅은 확실했다. 여전히 골을 제대로 넣을 줄 아는 공격수는 동국이 정도"라고 평가한 바 있다.

'발리 장인'이라는 수식어까지 있을 정도로 임팩트 있는 슈팅이 전매특허다. 여기에 소위 '냄새를 맡는다'고 표현하는 위치선정과 박자 빠른 슈팅 타이밍은, 이동국이 마흔에 근접할 때까지도 최정상급 공격수로 활약할 수 있게 했던 원동력이다.

대표팀 마지막 발탁이 지난 2017년, 만으로 38세였을 때였다. 당시 신태용 대표팀 감독은 "그냥 정신적 지주 역할을 맡기려고 부른 것은 아니다"면서 "여전히 순간적인 슈팅 타이밍, 볼을 받으러 나오는 움직임, 2선 공격수들에게 찔러주는 패스 등은 K리그 최고 수준"이라는 설명을 덧붙인 바 있다.

다소 아쉬운 점도 있었으나 그것을 덮는 확실한 장점이 있는 이동국이었기에 프로 무대에서 23년 동안, 대표팀에서 20년 동안 활약할 수 있었다. 이제 필드를 떠나는 이동국은 자신의 경험을 빗대 후배들에게 새겨들을 충고를 전했다.

롱런의 비결을 묻는 질문에 이동국은 2가지 인상적인 답변을 내놓았다. 하나는 멘탈이다. 그는 "나는 그 어떤 선수보다 아픈 시련을 겪었다. 하지만 나보다 더 큰 좌절을 맛보고 있는 사람들이 있다는 생각으로 견뎠다. 나보다 더 고통 받는 사람보다는 내가 행복하다는 생각으로 선수 생활을 이어왔고 그래서 스트레스 없는 삶을 살 수 있었다"는 말로 강한 마음가짐을 언급했다.

이어 프로로서 당연한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자신만의 무기를 갈고 닦아야한다고 강조했다. 이동국은 "경쟁에서 이기려면 자기만의 특별한 장점이 있어야하고 그것을 극대화해야한다"면서 "단점을 보완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다른 선수들이 못 따라올 정도로 장점을 키운다면 오래도록 경쟁력을 갖출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축구인들과 만나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자주 듣는 아쉬움이 '특징이 사라졌다'는 것인데 이동국 발언이 궤를 같이 한다. '멀티능력'이 마치 정답처럼 받아들여지던 때도 있었으나 이것이 '진짜 고수'의 출현과 성장을 막았다는 지적도 심심치 않다.

이동국이 분명 걸출한 선수인 것은 사실이나 근 20년 동안 그를 넘어서는 공격수 후배가 나오지 않았다는 것은 판 전체가 생각해볼 일이기도 하다.

두루두루 평균 이상 잘하는 선수들은 많은데 정작 자신만의 확실한 무기를 지닌 이들은 사라지고 있는 시대다. 약점을 숨기느라 자신의 무기를 더 뾰족하게 갈고 닦는 노력은 뒤로 미루는 후배들이 한번쯤 곱씹어볼 필요가 있는 이동국의 충고다.
lastuncle@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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