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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주인에 코로나 감염된 고양이…"사람 전파 가능성 배제못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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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주 기도원 고양이, 주인에게 옮아 양성

"확진자 발생 시 반려동물 격리·검사 필요"

국내에서도 처음으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감염된 반려동물이 확인됐다. 경남 진주 국제기도원의 고양이로, 기도원에 머물던 모녀가 확진되면서 그들이 키우던 고양이 한 마리가 양성 판정을 받은 것이다. 동물에서 사람으로 전파될 가능성은 작다는 게 당국과 전문가들 평가지만, 아예 불가능한 것은 아닌 만큼 관련된 지침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중앙일보

국내에서 반려동물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 사례가 처음으로 발표된 24일 오후 서울 시내 한 애완동물 판매 가게에서 시민이 강아지와 고양이를 살펴보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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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일 방역당국에 따르면 국내에서 최초로 코로나19 감염 사실이 확인된 반려동물은 보호자로부터 바이러스가 전파된 것으로 보인다. 질병관리청 중앙방역대책본부는 이날 “경남 지역의 집단 발생 사례를 역학조사 하던 중 주인이 양성으로 확인된 이후 반려 고양이의 돌봄 장소를 변경하기 위해 검사한 결과 고양이의 양성 사실을 확인됐다”고 밝혔다. 방대본은 “고양이가 주인에게서 감염된 것으로 추정된다”라고도 전했다.



“19개국에서 135건 확인”…사람→동물 전파 다수



국내에선 사람과 동물 간 전파가 첫 확인 됐지만 해외에선 그간 동물 감염 사례가 잇따라 보고됐다.

질병관리청이 최근 발간한 ‘주간 건강과 질병’에 게재된 ‘동물에서의 코로나19 감염 사례’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20일 기준 일본과 영국, 미국, 남아프리카공화국 등 19개국 개·고양이·호랑이·사자·퓨마·밍크 등 6종의 동물에서 135건의 감염 사례가 보고됐다. 개는 8개국에서 52건, 고양이는 13개국에서 72건, 호랑이는 1개국에서 7건, 사자는 1개국에서 3건, 퓨마는 1개국에서 1건이 보고됐다. 밍크의 경우 7개국 321개 농장에서 집단 발생이 확인됐다.

감염 경로는 주로 ‘사람→동물’ 이었다. 개와 고양이는 대부분 코로나 감염자 가정에서 발생했는데 주인이 먼저 양성으로 판정된 이후 같이 사는 반려견과 반려묘 검사를 통해 감염 사실을 확인한 것이다. 사자와 호랑이 등도 코로나로 감염된 동물원 직원, 조련사 등과 접촉한 이후 양성 판정을 받은 것으로 보고됐다. 해당 동물은 사람처럼 무증상부터 기침과 콧물, 설사, 구토, 호흡 곤란까지 다양한 증상을 보였다. 증상이 악화해 안락사한 경우도 있었다고 한다.



동물에서 옮을 가능성은



코로나바이러스가 사람과 동물에게서 모두 발견된 만큼 동물에서 사람으로의 전파 가능성에도 관심이 쏠린다.

앞선 질병청 보고서에 따르면 반려동물은 아니지만 2020년 5월 네덜란드 밍크 농장에선 실제 근로자가 밍크로부터 감염된 것으로 의심되는 첫 사례가 보고됐다. 지난해 11월 덴마크 정부는 “밍크에 의해 코로나에 감염된 12명에게서 변이 코로나가 발견됐다”고 밝힌 바 있다. 밍크로부터 사람으로의 전파 가능성이 우려되면서 수천만 마리의 밍크가 도살 처분되기도 했다.

보고서는 이를 근거로 “동물의 종류, 동물 간 전파 형태, 동물로부터 사람으로의 전파양상 등을 이해하기 위한 지속적인 모니터링이 필요하다”고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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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 종류별 코로나19 주요 감염경로 및 증상(2020.11.20. 기준). 자료 질병관리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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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초 동물서 유래, 가능성 있지만 작아”



전문가들은 동물에게서 전파되는 게 불가능한 것은 아니라면서도 가능성이 작다고 얘기한다.

김우주 고려대 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코로나19 바이러는 종간 전파가 가능한 인수 공통 감염병인 만큼 동물에서 사람으로의 전파가 불가능한 건 아니다”라며 “사람에게서 주로 유행하니까 사람에서 반려동물로 전파가 한 방향으로 일어나는 것처럼 보이지만, 반려동물에서 사람으로 갈 수도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인수 공통 감염병은 동물과 사람 사이 종간 장벽을 넘어서 전파되는 감염병을 말한다. 과거 사스(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와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등도 여기에 해당했다.

최원석 고려대 안산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코로나19 바이러스 유래 자체가 동물에서 온 것이기 때문에 동물에서 사람으로의 전파는 가능하다”며 “다만 반려동물이 먼저 감염되고 사람으로 전파됐다는 역학적인 조사 결과는 거의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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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확진자가 무더기 발생한 진주 국제기도원 입구에 시설폐쇄 명령안내문이 붙어잇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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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진되면 동물도 격리·검사해야”



최재욱 고대 보건대학원 예방의학과 교수는 “개와 고양이의 침을 통한 감염도 가능하긴 하겠지만 사람의 호흡기로 직접 들어가는 경우는 드물지 않나”며 “감염 가능성은 있지만, 감염 위험이 높지는 않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당국도 24일 브리핑에서 비슷한 의견을 밝혔다. 손영래 중앙사고수습본부 사회전략반장은 “전 세계적으로 인간에서 반려동물로 감염된 것으로 추정되는 반려동물의 감염 사례들은 확인되고 있지만, 역으로 반려동물에서 인간으로 감염된 사례는 아직 확인된 바 없다”고 말했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도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동물이 코로나를 사람에게 전염시키는데 유의미한 역할을 한다는 증거는 없다”며 “현재로썬 동물이 사람에게 코로나를 전파할 위험은 낮은 것으로 생각된다”고 밝혀놨다. CDC는 다만 지침에서 반려동물을 공공장소에 데려가지 말고 집 밖의 사람들과 접촉하지 않도록 관리하라고 강조한다. CDC는 “확진자가 생기면 반려동물을 포함해 해당 확진자를 격리하라”고 안내하고 있다.

김우주 교수는 “우리도 향후 확진자가 나오면 반려동물이 있는지 조사해 자가격리나 검사를 하도록 지침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정세균 국무총리는 24일 중앙재난대책본부 회의에서 “사람과 동물 간 코로나 전파 가능성을 과학적으로 평가해 투명하게 공개하라”며 “농림축산식품부는 방역당국과 협의해 반려동물 관리 지침을 마련하라”고 주문했다.

최원석 교수는 “어쨌든 대부분 보호자를 통해 반려동물이 감염된 것으로 보이기 때문에 지금 하는 것처럼 보호자들이 각별히 조심하는 게 필요하다”고 말했다.

황수연 기자 ppangsh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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