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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8 (목)

[단독]러 90대, 코로나 두 변종에 동시감염…10일만에 사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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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복 후 다시 걸리는 재감염과 달라

한번 앓는 동안 두 변종 동시 검출돼

병원서 2차 감염 가능성 배제 못해

중앙일보

지난달 20일 러시아 부랴티아의 지역 수도 울란우데에 있는 병원 중환자실에서 의료진이 인공 폐 호흡을 하고 있는 환자를 살펴보고 있다. 러시아는 최근 코로나바이러스가 다시 번지면서 의료 시스템이 심각한 압박을 받고 있다. [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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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걸린 러시아의 90대 환자가 두 바이러스 변종(변이)에 동시에 감염된 사실이 학계에 보고됐다.

지금까지 코로나19에 감염됐다가 회복된 후 다시 다른 변종에 감염되는 재감염 사례는 세계 곳곳에서 다수 보고됐지만, 동일한 환자가 한 차례 병을 앓는 동안 서로 다른 변종에 동시에 감염되는, 이른바 이중 감염은 처음 보고됐다.

러시아 모스크바의 연방 중앙 역학연구소 연구팀은 지난달 29일 (현지 시각) 논문 사전공개 사이트(medRxiv)에 올린 논문을 통해 90대 환자의 이중 감염 사례 발견 과정을 보고했다.



환자는 입원 10일 만에 사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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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13일 러시아 모스크바에서 크릴라츠코예 얼음궁전의 임시 병원에서 의료진들이 코로나19 환자를 진료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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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환자는 만성 심방세동·심부전·고혈압의 병력이 있었고, 폐렴과 고열로 입원했다.

연구팀은 환자의 성별과 입원 날짜, 시료 채취 날짜를 논문에서 구체적으로 밝히지는 않았다.

입원 다음 날 면봉으로 비강-인두에서 시료를 채취해 검사한 결과, 이 환자는 코로나19 양성 판정을 받았다.

확진 5일 후 환자는 코로나19 치료 전문 병원의 중환자실로 이송됐고, 이후 상태가 점차 악화했다.

첫 시료 채취 8일 뒤에 두 번째로 실시한 면봉 시료 채취와 검사에서 다시 양성 판정을 받았다.

환자는 중환자실 이송 5일 후 코로나19 증세가 악화해 사망했다.

연구팀은 두 차례 시료에서 바이러스 유전자의 염기 서열을 분석, 2개 시료 모두에서 유전적으로 차이가 있는 두 변종이 있음을 확인했다.

하나는 GH 계통이고 하나는 GR 계통이었다.

첫 번째 시료에서는 GH가 70%, GR이 30%를 차지였는데, 8일 후 두 번째 시료에는 GH가 3%, GR이 97%를 차지했다.

처음에는 GH 변종이 우세했는데, 나중에는 오히려 GR 변종이 훨씬 우세해진 것이다.



전파에 유리한 돌연변이 확인에 도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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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모스크바 크릴라츠코예 얼음 궁전의 임시 병원에 코로나19에 의한 생물학적 위험을 나타내는 표지가 붙어있다. [로이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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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팀은 "코로나19와 관련해 많은 논문이 쏟아지고, 감염 환자 내에서 바이러스가 돌연변이를 진행했다는 사례는 보고됐지만, 코로나19 이중 감염에 대한 사례는 찾기 어렵다"고 밝혔다.

연구팀은 최초 검사 때까지 병원에서 보낸 시간은 하루뿐이기 때문에 입원 전에 이미 두 변종에 모두에 감염됐을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추정했다.

다만, 환자의 면역 체계가 약화해 병원에서 감염된 바이러스 변종이 감지 가능한 수준까지 급격히 증가했을 수도 있다며 병원 입원 후 두 번째 감염이 일어났을 가능성을 배제하지는 않았다.

연구팀은 "이중 감염은 숙주 면역 반응에 영향을 미치고 바이러스 집단의 적합성을 증가시킬 수 있다"며 "이중 감염된 환자의 급격한 증세 악화와 사망은 환자가 고령인 점도 있지만, 두 변종이 동시에 공격하면서 바이러스가 많이 생성된 탓일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연구팀은 또 "코로나19 증상이 발현되는 동안 지배적인 변종의 비율이 달라진 것은 GR 변종의 감염력이 더 강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바이러스 집단 내에서 우세한(우점하는) 변종의 변화는 한 변종이 다른 변종보다 유리한 돌연변이를 갖고 있고, 상대적으로 감염하는 데 더 적합함을 나타낸다는 것이다.

이중 감염에 대한 연구는 잠재적으로 유리한 돌연변이를 감지할 수 있기 때문에 코로나19 바이러스의 확산과 진화를 이해하는 데 중요한 요인이 될 수 있다고 연구팀은 강조했다.



국내에서도 발견되는 변종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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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바이러스 전자 현미경 사진 [미국 국립알레르기감염병연구소(NIAI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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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지난 7월 중앙방역대책본부는 국내에서 유행 중인 코로나19 바이러스의 유형은 GH 그룹이 가장 많다고 발표한 바 있다.

당시 발표에 따르면, 국내에서 검출한 바이러스 526건에 대한 유전자 분석 결과, GH 그룹의 바이러스가 63.3%인 333건으로 가장 많았고, 이어 V 그룹 바이러스 127건, S 그룹 바이러스 33건, GR 그룹 바이러스 19건, G 그룹 10건, O그룹(기타 그룹) 4건 등의 순이었다.

국내에서 발견된 GH 그룹 바이러스는 미국과 유럽 등에서 입국한 확진자들에게서 검출됐다.

당시 GR 그룹 바이러스는 부산 감천항 입항 러시아 선박 선원과 해외입국자 등에서 발견됐다.

전 세계적으로 유행하는 D614G 돌연변이는 G, GH, GR 유형의 바이러스에서 모두 발견되는 돌연변이다.

강찬수 기자 kang.chans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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