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진환의 '靑.春'일기] '통합과 소통'의 정부, 과연 믿을 수 있나

국민의힘 등 야권은 추미애 법무부 장관과 윤석열 검찰총장 간 갈등과 관련해 문재인 대통령이 입장을 밝히라고 촉구하고 있다. /청와대 제공

미리 밝혀둡니다. 이 글은 낙서 내지 끄적임에 가깝습니다. '일기는 집에 가서 쓰라'고 반문한다면 할 말 없습니다. 그런데 왜 쓰냐고요? '청.와.대(靑瓦臺)'. 세 글자에 답이 있습니다. '대통령이 생활하는 저곳, 어떤 곳일까'란 단순한 궁금증에서 출발합니다. 누구나 한 번쯤 생각해보지 않았을까요? '靑.春일기'는 청와대와 '가깝고도 먼' 춘추관에서(春秋館)에서 바라본 청춘기자의 '평범한 시선'입니다. <편집자 주>

중대 현안에 대한 '대통령 구상' 설명 필요

[더팩트ㅣ청와대=신진환 기자] "요즘 대통령은 뭐하시냐?"

최근 주변 사람들에게서 자주 듣는 말이다. 그때마다 어떤 대답을 해야 할지 난감하다. 맞장구를 쳐줘야 하나, 아니면 일일이 문 대통령의 최근 행보를 설명해줘야 하나, 이런 생각이 뇌리를 스치기 때문이다. 결국 "열심히 국정을 돌보고 계시지"라고 대답하면서도 무언가 께름칙한 기분이 든다.

위 물음은 근본적으로 대통령의 행보와 관련한 궁금증이 아닐 것이다. 현재 사회적 이슈로 떠오른 각종 현안이 해결되지 않은 답답함으로 읽힌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과 윤석열 검찰총장 간의 극한 대립과 좀처럼 잡히지 않는 집값 문제, 코로나19 재유행에 따른 잃어버린 일상 등 복합적인 문제에 대한 불만으로 이해된다.

그중에서도 법무부와 검찰의 격렬한 갈등에 분노가 큰 듯하다. 그도 그럴 것이 추 장관과 윤 총장의 대립 양상은 1년 가까이 이어지고 있다. 그렇지 않아도 미증유의 코로나19 사태로 고단한 서민의 눈에 불꽃 튀는 다툼이 비치고 있다. 최근 복수의 여론조사에서 문 대통령의 지지율이 최저치를 기록한 점은 부정적 여론이 상당하다는 것을 시사한다.

쓸데없는 망상이지만, 취임 초기로 시계를 돌려보고 싶다. 문 대통령은 2017년 5월 취임 일성으로 '국민 통합'과 '소통'을 강조했다. 실제 취임 직후 탈권위적이고 격의 없는 소통 행보를 보였다. 50년 만에 청와대 앞길을 개방하고 협치를 이루기 위해 야당과도 밀착했다. 박근혜 정부의 불통에 불만이 컸던 만큼 국민의 많은 지지와 기대를 받았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5월 10일 청와대 춘추관 대브리핑실에서 대통령 취임 3주년 특별연설을 하는 모습. /청와대 제공

더욱 인상에 남았던 것은 '대통령의 브리핑'. 문 대통령은 그해 5월 19일 직접 춘추관 대브리핑실에서 김이수 당시 헌법재판소장에 대한 인선을 발표했다. "중요한 사안은 대통령이 직접 국민께 말씀드리겠다"는 약속을 잘 실행하려는 의지가 느껴졌다. 인사 발표 직후 "질문 있으십니까?"라며 예고에 없던 질의응답까지 했던 문 대통령이었다.

집권 후반기, 문 대통령은 과연 통합과 소통하려고 얼마나 노력하는지 의문이다. 지난 1월 신년기자회견과 5월 취임 3주년 특별연설 때를 제외하면 문 대통령과 대화했던 일이 있었나 싶다. 야당은 '불통의 시대'라며 강도 높게 비판하고 있다. 물론 코로나19 3차 대유행이 확산하는 상황이라는 점을 고려하더라도, 의지와 노력만 있다면 얼마든지 소통할 방법은 많다.

마주 보고 달리는 기관차처럼 추 장관과 윤 총장의 충돌은 전례를 찾아볼 수 없는 일이다. 그만큼 바라보는 국민으로서는 큰 충격일 것이다. 윤 총장에 대한 검사징계위원회 개최를 앞두고 있기에 문 대통령이 직접 나서는 것은 바람직한 모습은 아니다. 다만 어떤 식으로든 거센 후폭풍이 예상되는 만큼 혼란스러운 정국을 수습하는 책임 있는 자세를 보였으면 한다.

부동산 문제도 마찬가지다. 주거 불안을 해소하겠다는 정부의 공약은 현재까지도 지켜지지 않고 있다. 문재인 정부는 출범 이후 24번 부동산 대책을 내놨지만, 주택 시장은 여전히 불안정하다. 수도권 집값은 지속 상승하고 있고, 전셋집이 씨가 마르는 등 정부는 번번이 '헛발질'하는 모양새다. 오히려 정부가 수차례 정책을 내놓으면서 혼란만 가중시켰다는 국민의 불만이 크다.

최악의 한해로 기록될 2020년 경자년이 곧 저문다. 문 대통령의 임기도 1년 6개월 정도밖에 남지 않았다. 국정운영 최고책임자인 문 대통령이 국민에게 주요 현안에 대한 냉정한 평가와 방향성을 명확하게 설명할 필요도 있다. 또 '추·윤' 사태에서 보듯 진보와 보수로 갈라진 국민 통합에도 더욱더 힘을 기울일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