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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8 (목)

[전문] 文, 유엔군 참전용사 훈장 수여 "역대 대통령 최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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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번째 '유엔군 참전의 날' 기념해 靑서 수여식

뉴스1

문재인 대통령. (청와대 제공) 2020.9.22/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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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조소영 기자 = 문재인 대통령은 27일 '유엔군 참전의 날'을 기념해 청와대 영빈관에서 가진 유엔군 참전용사 훈장 수여식에서 "그동안 유엔군 참전의 날에 국무총리가 (훈장을) 수여했는데, 오늘은 제가 역대 대통령 최초로 영광스러운 임무를 수행하게 됐다"고 밝혔다.

이어 문 대통령은 "저는 오늘 고(故) 카폰 신부님과 칸 장군께 우리 국민을 대표해 훈장을 수여한다. 자유와 평화를 수호한 두 분의 정신이 우리 국민의 마음속에 영원히 기억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다음은 문 대통령의 연설문 전문.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유엔군 참전용사 가족과 내외 귀빈 여러분,

오늘은 한국전쟁 정전 68주년이자, 아홉 번째 맞는 '유엔군 참전의 날'입니다. 유엔은 창설 이후 처음으로 한국전쟁에 참전해 연대와 협력이 한 나라의 자유와 평화를 지킬 수 있다는 것을 세계 역사에 깊이 각인했습니다. 코로나로 인해 연대와 협력의 소중함을 더 절실히 느끼고 있는 이때, 유엔군 참전의 의미를 되새기게 되어 매우 뜻깊습니다.

오늘 우리는 특별한 손님을 맞았습니다. 레이먼드 카폰, 리 카폰 내외, 캐서린 칸 님과 이매진 스미스 님입니다. 카폰 내외는 '한국전쟁의 예수'라고 불렸던 에밀 카폰 신부님의 조카이고, 캐서린 칸 님과 이매진 스미스 님은 한국전쟁에 참전했던 호주왕립연대 제1대대 소대장 콜린 칸 장군님의 조카 손녀, 조카 증손녀입니다. 코로나의 어려움을 뚫고 먼 길을 와주셨습니다. 깊이 감사드립니다.

조금 전 학생들로부터 에밀 카폰, 콜린 칸 두 영웅의 헌신적인 생애를 소개받았습니다. 변성문 학생은 카폰 신부님의 정신을 잇고 있는 광주 살레시오고등학교 학생이고, 원예슬 학생은 호주대사관에서 가평전투 장학금을 지원하고 있는 가평고등학교 학생입니다. 한국전쟁으로 맺어진 깊은 우정의 만남입니다.

저는 오늘 고(故) 카폰 신부님과 칸 장군께 우리 국민을 대표해 훈장을 수여합니다. 그동안 '유엔군 참전의 날'에 국무총리가 수여했는데, 오늘은 제가 역대 대통령 최초로 영광스러운 임무를 수행하게 되었습니다. 자유와 평화를 수호한 두 분의 정신이 우리 국민의 마음속에 영원히 기억되길 바랍니다.

국민 여러분,

올해 3월, 신원불명 전사자들이 안장된 미국 하와이 국립태평양기념묘지에서 70년 만에 카폰 신부님의 유해를 찾았습니다. 기적 같은 일입니다. 카폰 신부님은 부상당하고 포로가 된 극한 상황에서도 자유와 평화, 신앙을 지키는 굳건한 용기를 보여주셨고, 부상자들을 돌보고 미사를 집전하며 적군을 위해 기도하는 지극한 사랑을 실천하셨습니다. 우리 국민들은 신부님의 삶에서 희망의 힘을 지닌 인류애를 만날 수 있었고, 신부님의 정신은 대한민국 가톨릭 군종의 뿌리가 되었습니다.

1993년 로마 교황청은 카폰 신부님에게 '하느님의 종' 칭호를 수여했고, 성인으로 추앙하는 시성 절차를 밟고 있습니다. 염수정 추기경님을 비롯한 한국 천주교회에서도 카폰 신부님의 시복 시성을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신부님의 성스러운 생애는 미국과 한국은 물론 인류의 위대한 정신적 유산이 될 것입니다. 오늘의 훈장이 유가족과 신부님의 정신을 따르는 많은 이들에게 따뜻한 격려가 되기를 바랍니다.

한국전쟁 때 파병된 호주군은 영연방군과 함께 1951년 4월, 가평에서 사흘 밤낮으로 싸워 적군의 서울 진입을 막아냈습니다. 칸 장군님은 용맹한 호주왕립연대 소대장이었습니다. 1952년 11월, 심각한 부상으로 죽음의 고비를 넘기고, 전쟁 후에는 대한민국의 발전상을 호주 전역에 알리는 일에 앞장섰습니다. 이 자리에 비록 함께하지는 못했지만, 칸 장군님은 호주에서 건강하게 지내고 계십니다.

우리는 전쟁 때 함께 싸웠고, 전후 복구에도 큰 힘이 되어준 장군님과 호주 참전용사들을 오래오래 기억할 것입니다. 오늘 드리는 훈장이 장군님의 헌신에 작은 보답이 되길 바라며, 부디 오랫동안 우리 곁에 계셔주시길 기원합니다.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유엔군 참전용사 가족과 내외 귀빈 여러분,

카폰 신부님과 칸 장군님을 비롯한 스물두 개 나라 195만 유엔 참전용사들의 숭고한 희생과 헌신은 대한민국의 긍지이자 자부심이 되었습니다. 정부는 지금까지 참전용사와 가족의 한국 방문과 현지 감사 행사, 미래세대 교류 캠프와 후손 장학사업을 진행해왔으며 지난해 3월에는 '유엔 참전용사의 명예선양 등에 관한 법률'도 제정했습니다.

정부는 '참전으로 맺어진 혈맹의 인연'을 되새기며 참전용사들의 희생과 헌신에 보답할 것입니다. 국제사회와 연대하고 협력하여 코로나와 기후변화 같은 세계가 직면한 위기도 함께 헤쳐 나갈 것입니다.

카폰 신부님과 칸 장군님 두 분의 영웅과 참전용사들께 다시 한 번 깊은 경의를 표하며, 함께하신 모든 분들의 건강과 행복을 기원합니다.

감사합니다.
cho11757@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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