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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3 (화)

사흘간 '신도시 투기의혹' 직접 지시한 문대통령…상황 '엄중' 인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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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7 재보궐 선거 한 달 앞·임기 말 '최대 위기'로 대두…"발본색원" 지시

청·당 '자체 전수조사'·정부합동조사단 총출동…변창흠 질책으로 민심 달래기

뉴스1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달 청와대에서 열린 국토교통부 2021년 업무보고에 참석해 화상으로 변창흠 국토교통부장관의 보고를 받고 있다. 2021.2.16/뉴스1 © News1 이광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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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최은지 기자 = 문재인 대통령이 사흘간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들의 3기 신도시 지역(광명·시흥 지구) 토지 사전투기 의혹과 관련해 직접 지시를 내렸다.

윤석열 검찰총장 사퇴 혼란에도 직접적인 언급을 최소화했던 문 대통령이 이번 사안을 챙기면서 엄중한 인식을 드러냈다.

4·7 재보궐 선거를 앞둔 정권 말의 상황에서 터진 민감한 '부동산 문제'가 정국을 뒤흔들 수 있다는 위기감이 여실히 나타난다.

지난 2일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과 참여연대 등은 LH 직원 10여명이 광명·시흥지구 3기 신도시 지정 발표 전 약 100억원에 달하는 사전투기를 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이는 지난 2018년부터 지난해까지 LH 직원과 배우자, 지인 등 10여명은 광명·시흥 신도시 지구 내 약 2만3028㎡(7000평)의 토지를 사전에 매입했다는 의혹이다. 이들이 매입한 토지의 실거래가 총액은 99억4512만원에 달한다.

이에 정세균 국무총리는 국토부 등 관계부처에 해당 지역에 대한 사실관계를 신속히 조사하고, 필요한 경우 수사의뢰 등 철저한 조치를 할 것을 긴급지시했다.

문 대통령은 지난 3일 신도시 투기 의혹과 관련해 첫 지시를 내렸다. 정 총리가 밝힌 광명·시흥을 비롯해 3기 신도시 '전체'로 조사 대상을 확대하고, 관련 근무자 및 가족에 대한 전수조사를 지시한 것이다.

문 대통령은 "광명 시흥은 물론 3기 신도시 전체를 대상으로, 국토부-LH-관계 공공기관 등의 신규 택지 개발 관련 부서 근무자 및 가족 등에 대한 토지거래 전수조사를 빈틈없이 실시하라"고 주문했다.

이어 총리실이 전수조사를 지휘하도록 지시하고 "국토부와 합동으로 충분한 인력을 투입해서 한 점 의혹도 남지 않게 강도 높게 조사하라"며 "위법 사항이 확인될 경우 수사 의뢰 등 엄중히 대응하라"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4일 추가 지시를 내렸다. 정부에 "신도시 투기 의혹이 일부 직원들의 개인적 일탈이었는지, 뿌리 깊은 부패 구조에 기인한 것이었는지 규명해서 발본색원하라"며 더 구체적이면서 강한 메시지를 냈다.

이어 "제도 개선책도 구조적인 문제 해결을 위한 근본적인 대책이 될 수 있도록 마련하라며 "감사원 감사는 감사원이 판단할 문제다. 정부 차원에서 선제적으로 빠르고 엄정하게 조사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부는 최창원 국무조정실 1차장을 단장으로 하는 관계기관 합동조사단을 구성하고 본격 조사에 착수했다. 정 총리는 4일 정례 브리핑에서 "국토부와 LH, 지자체 소속 개발공사 임직원 전체 및 경기도, 인천 및 지자체 유관부서 업무담당자 공무원에 대해서도 조사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전·현직 공직자는 물론 배우자와 직계존비속 거래내역에 대해서도 빈틈없이 조사를 진행하겠다"라며 "국토부와 LH 전직원에 대해서는 다음주까지 조사를 끝내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합동조사단 조사 대상에는 국회와 청와대는 포함되지 않았다. 이에 문 대통령은 5일 세 번째 추가 지시를 통해 청와대 수석 및 비서관, 행정관 등 전 직원 및 가족을 대상으로 3기 신도시 토지거래 여부에 대한 전수조사를 지시했다.

이에 청와대는 조사계획을 세우고 자체조사에 착수했다. 또한 유영민 대통령비서실장이 팀장을 맡은 태스크포스(TF)를 가동하고 관계기관 합동조사단을 지원하고 대책마련 등 상황을 총괄 점검하고 있다.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당 윤리감찰단에 민주당의 모든 국회의원과 보좌진, 지자체장과 의원들 및 가족의 3기 신도시 토지 거래 내역을 정밀조사할 것을 지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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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H 직원들이 사들인 경기도 시흥시 과림동 소재 농지 일대의 모습. 2021.3.4/뉴스1 © News1 구윤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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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혹 제기 직후 당정청이 합동으로 즉각 대응에 나선 것은 그만큼 이번 사안이 '민심'을 자극할 수 있다는 우려가 팽배하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윤석열 총장에 대한 대응은 자제했던 것을 고려할 때, 부동산 문제가 4·7 재보궐 선거를 한 달 앞둔 시점에서 더 민감하다는 긴장감이다.

정부가 발표한 주택공급대책에 대한 신뢰도가 떨어지면서 '주택안정'이라는 정책목표가 뿌리째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특히 정부 합동 조사단뿐만 아니라 청와대와 민주당이 자체적으로 전수조사에 나선 것도 국민들의 '민심이반'을 신속하게 차단하기 위한 선제적인 조치다.

눈여겨볼 점은 문 대통령의 변창흠 국토부 장관에 대한 언급이다. 문 대통령은 5일 변 장관에게 "전 LH사장으로써 이 문제에 비상한 인식과 결의를 가지고 임하라"고 지시했다.

변 장관은 전날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LH 직원들의 투기 의혹과 관련해 "개발 정보를 알고 땅을 미리 산 건 아닌 것 같다"라며 "신도시 개발이 안 될 것으로 알고 샀는데 갑자기 신도시로 지정된 것 아닌가 생각한다"라고 말해 이번 사안에 대한 심각성을 인지하지 못하고 투기 행위를 두둔한 것처럼 비치면서 논란이 일었다.

문 대통령이 직접 장관에게 '질책성' 지시를 내린 것은 상당히 이례적으로, 민심과 동떨어진 주무부처 장관의 인식을 경고하고 대통령이 직접 나서는 의미를 엄중하게 생각하라는 의미로 풀이된다.

이낙연 대표는 변 장관을 국회로 불러 "본인이 누구보다도 먼저 조사받길 자청할 정도의 책임의식을 가져야 한다"라며 "추후에라도 조직을 두둔하는 듯한 인상을 주는 건 절대로 안 된다"고 질책했다.

당정청이 감사원이나 수사기관보다 선제적으로 진화에 나서면서 진땀을 흘리는 가운데 책임론이 일고 있는 당사자가 논란을 자초하지 말라는 경고다.

한편 감사원은 민변과 참여연대의 공익감사를 청구에 대해 감사 실시 여부를 논의하고 있다. 국가수사본부는 최승렬 수사국장을 수사단장으로 하는 '부동산 투기사범 특별수사단'을 대대적으로 편성해 본격 수사에 나섰다. 정부 합동조사단의 국토부·LH 직원 대상 전수조사 결과는 1차적으로 다음 주 발표될 예정이다.
silverpaper@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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