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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7 (수)

피살 알고도 왜 미적댔나…대통령과 참모진 판단·대응에 의문 증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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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측이 A씨 발견' 서면보고 받았지만 '구조하라' 지시도 없어…3시간 후 피격 사망

'피살 첩보' 靑→대통령 보고에 10시간…文, 보고받고 '북에도 확인' 지시해 발표까지 하루 이상 지체

뉴스1

문재인 대통령. /뉴스1 © News1 박정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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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구교운 기자 = '공무원 피격 사건'에 관한 보고와 지시 등 청와대 참모진과 문재인 대통령의 대응이 적절했는지를 두고 25일 의문과 비판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문 대통령에 대한 피격 첩보 보고가 지체됐고, 국민들에게 이를 공식 발표하기까지도 너무 많은 시간이 걸렸다는 비판이 주를 이룬다. 이 과정에서 참모진이나 문 대통령의 상황 판단이 안일했다는 지적이 만만치 않다.

먼저 문 대통령이 22일 오후 6시36분 '북측이 실종자 A씨를 해상에서 발견했다'는 보고를 서면으로 받은 뒤 별다른 지시를 하지 않은 것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나온다. 이 보고는 이 사건과 관련해 이뤄진 첫 대통령 보고다.

북한에는 지난 1월말 이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유입을 차단하기 위해 중국과 국경에 특수부대를 배치해 무단으로 넘어올 경우 사살하라는 명령을 내려져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따라서 A씨 역시 최악의 경우 북한군에 의해 사살될 가능성이 있음에도 지시를 내리지 않은 것은 안일하다는 것이다. 북한은 A씨를 22일 오후 3시30분 해상에서 발견했고, 군은 오후 4시30분 A씨라고 특정했다고 한다.

하지만 A씨는 오후 9시40분 해상에서 방독면과 방호복을 입은 북한군의 총격을 받고 시신은 불에 태워졌다. 군은 북한군이 A씨를 사살하고 시신을 태울 것이라고 생각하지 못했다고 한다.

군의 상황 판단이 안일했다는 비판과 함께, 문 대통령이 첫 서면보고를 받은 지 3시간 후에 A씨가 결국 살해됐다는 점에서 문 대통령이 보고를 받은 뒤 '모든 수단을 동원해 우리 국민을 구조하라'는 지시를 내렸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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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News1 이은현 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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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가 총격 사살 및 시신훼손 보고를 받고, 문 대통령에게 보고되기까지 10시간이 걸렸다는 점을 두고서는 청와대 참모진 및 관계부처에 대한 비판이 나오고 있다.

북한군이 비무장 상태의 민간인을 학살한 것은 중대한 범죄일 뿐만 아니라 남북 관계는 물론 국제사회에도 큰 파장을 미칠 수 있는 중대 사건임에도 대통령 대면보고에 이르기까지 시간이 너무 지체됐다는 것이다.

청와대는 22일 오후 10시30분 군으로부터 A씨 사건에 관한 보고를 받았고, 문 대통령은 이튿날 오전 8시30분 노영민 대통령 비서실장과 서훈 국가안보실장으로부터 대면보고를 받았다.

23일 오전 1시 청와대에서 관계장관회의가 소집돼 노영민 대통령 비서실장, 이인영 통일부 장관, 서욱 국방부 장관, 박지원 국가정보원장 등 안보라인이 모두 모일 정도로 긴급하고 중대한 사안이었지만 문 대통령에게는 회의 종료 6시간 뒤에야 보고가 이뤄졌다.

청와대는 첩보의 신빙성을 확인하는 데 시간이 소요됐다고 해명하고 있지만, 청와대에서 관계장관들이 심야회의를 열 정도로 긴박한 상황임에도 대통령이 회의 소집 사실 자체를 알지 못했다는 것은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다.

첩보의 신빙성을 분석하기 위해서였다면 적어도 회의가 끝난 오전 2시30분에는 대통령에게 보고가 이뤄졌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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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주석 청와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사무처장이 24일 오후 청와대 춘추관에서 연평도 인근 해상에서 실종된 어업 지도 공무원 A씨가 북측의 총격으로 사망한 것과 관련한 브리핑을 하고 있다. 2020.9.24/뉴스1 © News1 박정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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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A씨 피격 사건 청와대 보고 시점(22일 오후 10시30분)부터 합동참모본부가 이 사건을 24일 오전 11시 공식 발표할 때까지 36시간 넘게 소요된 점도 문제로 지적된다.

문 대통령은 23일 오전 8시30분 첫 대면보고를 받은 뒤 "정확한 사실을 파악하고 북에도 확인하라"고 지시했다. 안보라인 관계장관회의를 거쳐 대통령에게 대면보고될 만큼 신빙성 검증 작업이 어느 정도 마무리된 상황임에도 다시 사실 파악에 나서라고 한 것이다.

문 대통령의 이런 신중한 태도로 인해 정부는 하루 이상 시간을 지체해 가며 추가적인 확인 작업을 진행해야 했다.

결국 군은 23일 오후 4시35분 유엔사 군사정전위 채널을 통해 사실 관계를 파악해달라고 요청하는 통지문을 북에 발송했지만 북은 응답이 없었다. 그 이후로도 군당국의 공식 발표까지는 18시간이 넘게 걸렸다.

야당은 문 대통령의 '종전선언' 기조연설이 수정되거나 중단됐어야 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도 거세다. 청와대는 기조연설 영상은 지난 15일 사전녹화해 18일 유엔에 보냈고, 영상이 방영되는 동안 첩보의 신빙성을 분석하고 있었기 때문에 연설 수정 및 취소에 관한 판단을 할 수 없던 상황이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청와대 참모진들의 정무적 판단에 잘못이 있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서 장관과 청와대가 피격 사건 보고를 받았던 22일 오후 10시30분 사태의 시급성을 인식하고 문 대통령에게 연설 중단 혹은 수정을 건의했어야 한다는 것이다.

결과적으로 '종전선언' 메시지가 담긴 문 대통령의 기조연설 이후 피격 사건이 알려지면서 문 대통령의 야당의 거센 비판을 받았고, 메시지는 힘을 잃게 됐다.

하태경 국민의힘 의원은 이날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청와대 참모진들이 정무적으로 오판을 한 것이고, 사건의 의미를 굉장히 과소평가했다"며 "유엔연설의 의미는 지금 없다. 망한 연설이 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청와대 NSC가 "국제 규범과 인도주의에 반하는 행동으로 우리 정부는 이를 강력히 규탄한다"는 성명을 발표한 것은 청와대 '피살' 보고 40시간30분 만인 24일 오후 3시였다. 문 대통령은 42시간30분 만인 같은 날 오후 5시 "어떤 이유로도 용납될 수 없다. 북한 당국은 책임 있는 답변과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밝혔다.
kukoo@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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