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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8 (목)

[인터뷰] 임찬, 같은 마이크에서 다른 소리가 나왔던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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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로트 가수 임찬이 ‘미스터트롯2’ 종영 소회를 전했다. 사진|티에스엠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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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참가자들과 다른 마이크를 사용하신 것 아니죠?”

그를 만나기 전, 제일 먼저 묻고 싶었다. 남다른 성량과 보이스로 ‘미스터트롯2’ 첫 무대에서 마스터튿이 실제 그에게 물어봤던 질문 말이다.

임찬(30)이 최근 종영한 TV조선 ‘미스터트롯2’를 통해 대중에 그의 존재를 각인시켰다. ‘미스터트롯2’에서 그의 여정은 본선 3차 메들리 경연을 끝으로 마침표를 찍었지만, 무대 위에서 마치 그 이름(燦·빛날 찬)처럼 반짝반짝 빛난 그는 모든 무대에서 강렬한 존재감을 보여주며 ‘트로트 신성’으로 비상했다.

전술한 에피소드는 임찬이 1차 경연에서 나훈아의 ‘가라지’를 선보인 뒤 나온 마스터들의 반응이었다. 당시 그는 다른 참가자들과 차별화된 고퀄리티 음성으로 이목을 집중시켰는데, 이에 마스터들은 “다른 참가자들과 다른 마이크를 사용하는게 아니냐”, “혼자만 이펙터걸린 목소리를 듣는것 같다” 등 호평을 내놓으며 ‘올 하트’를 선사했다.

최근 매일경제 스타투데이가 던진 동일한 질문에 멋쩍은 미소를 보이면서도 손사래 친 임찬은 ‘미스터트롯2’라는 인생의 특별한 레이스를 경험한 소회를 담담하고 솔직하게 전했다.

‘미스터트롯2’와 함께 한 지난 4개월 여의 레이스에 대해 묻자 그는 ‘성장’이라는 키워드를 꼽았다.

“경쟁이라기보다는, 거쳐야 하는 성장 과정 중 하나였고 이들과 함께 할 수 있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큰 성장이라 생각했어요. 누가 더 잘 하나보다 주어진 상황에서 누가 더 매력적으로 대중에 다가갈 수 있느냐의 싸움이었죠. 순위에 연연하지 않고 이를 계기로 또 나아갈 수 있다는 데 초점을 뒀습니다.”

내적으로도, 실력적으로도 분명 성장한 시간이었지만 지난 레이스를 돌아보며 드는 후회 또한 어쩔 수 없단다. 임찬은 “누구나 아쉬움이 있겠지만, 저 역시 마찬가지”라며 “앞으로의 무대에서 어떤 부분을 채우고 보완해야겠다는 성적표를 받은 느낌”이라고 했다. 그러면서도 “그래도 몇 달 동안 사활을 걸고 준비했던 과정인 만큼 아쉬움도 있지만 후련함도 크다. 좋은 자양분이 됐다”고 덧붙였다.

‘미스터트롯2’에 나서기 전부터 이미 쌓아온 무대 경험치가 상당했던 임찬이지만 “제일 떨리는 무대였다”고 다른 무대와의 차이점을 설명했다.

“다른 무대는 나를 응원하고 호응해주는 팬이 계시지만, 이 무대는 평가받는 자리고, 살아남아야 하는 서바이벌이기 때문에 어떤 무대보다 떨리는 마음으로 무대에 올랐어요. 사실 지금까지 느끼지 못했던 떨림과 긴장감 속에서 무대를 했죠. 지금도 그 때만 생각하면 벌벌 떨려요. 하지만 기분 좋은 떨림이었고, 언제가 됐건 분명 마주할 수 밖에 없는 떨림이었을테니 그런 경험들이 나중엔 여유로 다가오지 않을까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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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찬은 남다른 성량으로 ‘미스터트롯2’ 마스터들의 극찬을 받았다. 사진|TV조선 방송 캡처


매 무대에서 후회가 남았다던 임찬이지만 1:1 데스매치만큼은 유일하게 후회가 남지 않았단다.

“손민 선배님의 ‘그물’을 선곡하고 불렀는데, 정말 많은 수확이 있었어요. ‘트롯낚시꾼’, ‘고막어부’라는 타이틀도 얻었고, ‘제2의 영탁’, ‘리듬찬’ 등 좋은 말씀을 많이 들었죠. 그 말이 가장, 저에게는 큰 임팩트가 있었어요. 매 라운드마다 이기든 지든 임팩트를 남기는 걸 목표로 삼았는데, 마스터분들께서 내가 준비했던 방향을 정확히 짚어주시고, 멋지게 표현해주셔서 감사할 따름입니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임찬은 이 ‘레전드’ 무대를 선보이고도 탈락했다가 패자부활 절차를 통해 극적으로 본선 3라운드까지 입성했다. 당시를 떠올리던 그는 “죽다 살아났다”며 혀를 내둘렀다.

“제가 패자부활 다섯명 중 다섯번째로 호명됐어요. 그 자리에 계셨던 분들이 모두 쟁쟁했기 때문에 내 자리는 없구나, 여기까지구나 생각하고 내려놓고 있었죠. 그런데 제 이름이 호명된느 순간, 기억이 날아간 것 같아요.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기분이었죠. 저도 모르게 눈물이 나왔어요. 믿어주고 소중한 기회를 주신 게 너무 감사했고, 내가 올라감으로써 함께 하지 못한 분들에 대한 미안한 감정도 들었죠.”

그렇게 본선 3라운드까지 진출한 임찬은 ‘뽕드림’ 일원으로서 최고의 메들리 무대를 완성했다. 뽕드림은 김연자 ‘밤열차’부터 이병철 ‘인생 뭐 있나’까지 다채로운 레퍼토리로 꾸며진 ‘역대급’ 퍼포먼스를 선보이며 압도적인 최고점을 받았다.

메들리 무대를 떠올리던 임찬의 눈은 어느 때보다 반짝였다. “대학 때 연기 뮤지컬 전공을 해서, 무대 위에 늘 동료들과 함께였고, 서로 의지하고 에너지 나누며 작품을 완성했거든요. 그런 부분에선 (가수 활동 하며) 동료들에 대한 그리움이 있었는데, 팀 미션을 하면서 잊고 있던 가슴뛰는 경험을 했죠. 무대를 마친 뒤엔 눈물이 날 수 밖에 없었어요. 그 무대를 준비하기 위해 우리가 함께 한 시간과 서로 나눈 에너지가 있으니까요.”

모두가 그저 감사의 존재지만, 임찬의 기억에 특히 강렬하게 남은 마스터는 이홍기였다. “이홍기 마스터는 늘 객관적으로 봐주셔서 감사했어요. 다른 트롯 현역 선배님들의 평가와 조언도 감사했지만, 이홍기 마스터는 타 장르에서 활동하기 때문에 그분의 평가를 통해 진짜 대중이 어떤 걸 원하는지 알 수 있었죠. 트롯 장르를 모르는 사람들이 내 노래를 들었을 때 부담이 없으면서도, 이게 트롯이구나 라는 걸 보여드리기 위해 매 라운드에 이홍기 마스터의 심사평을 반영해 준비했습니다.”

‘미스터트롯2’는 끝났지만, 임찬은 “이제 시작”이라며 각오를 다졌다. 그는 “‘미스터트롯2’가 끝났다고 해서 끝이 아니고, 이제 시작이다. ‘미스터트롯2’는 하나의 과정이었고, 그 과정을 통해 얻은 부분을 바탕으로 나를 잘 다듬어야 하는 시기라고 본다”며 “지금 당장 스케줄을 하나 더 하는 것보다도, 좋은 출발을 할 수 있는 동력을 다져갈 계획”이라고 다부지게 말했다. 특히 그는 “‘미스터트롯2’로 뭔가 드라마틱하게 변화된 게 아니지만, 누군가에게는 임찬을 알릴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며 “앞으로 지금보다 더 힘차게 나아갈 수 있을 거란 마음에 너무 설렌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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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찬은 ‘미스터트롯2’ 레이스를 통해 스스로 성장했다고 자평했다. 사진|TV조선 방송 캡처


어릴적부터 국악, 소리, 민요, 피아노, 클래식 등 다방면에서 음악적 재능을 발휘해 온 임찬. “7살 때부터 학교 음악선생님, 어머니와 함께 전국의 동요대회를 찾아 다녔다”는 그는 2003년 KBS 청주방송총국 열려라 동요세상 최우수상, 2004년 대전광역시 학생 음악 경연대회(피아노) 최우수상, 2004년 난계박연 국악 학생 경연 대회 금상, 2008년 충청북도 학생 국악 경연 대회 대상, 2009년 청소년 한마음축제(연예음악부문) 최우수상 등 청소년기부터 실력으로 주목 받은 ‘음악영재’였다.

2018년 제15회 추풍령가요제 대상을 비롯해 다양한 가요제에서 꾸준히 실력을 인정받은 임찬은 2018년에 ‘어머니의 트로트’로 트로트 가수로 전격 데뷔했다. 많은 음악 장르 중, 그는 왜 트로트를 선택했을까.

“어려서부터 트롯을 항상 불렀어요. 그땐 할아버지 할머니, 동네 어르신들이 좋아해주시니까(그는 충북 영동 출신이다), 그 때는 노래를 이해하고 부르는 것보다는 ‘이렇게 부르니까 좋아해주시네’ 그러면서 지금까지 쭉 불러왔죠. 어렸을 땐 트롯을 해도 항상 주변에서 박수만 쳐주시고 했는데, 스무살 정도 됐을까요. 어느 순간부터는 내가 트롯을 부르니까 좋아해주시기보다는 비아냥거리고, 왠 트롯? 이런 반응이 많았어요. 이상했죠. 어렸을 땐 분명 행복하게 바라봐주시던 시선이 왜 이렇게 변할까. 왜 우리처럼 젊은 사람은 트롯을 하면 안되지? 하는 생각이 들었고, 그런 인식을 깨보이고도 싶었어요.”

그렇게 임찬이 트로트 가수의 길을 택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트로트 서바이벌 ‘미스트롯’이 론칭되면서 본격적으로 트로트 붐이 일기 시작했다. 그 시기를 언급한 임찬은 “그땐 정말, 내 촉이 기가 막히구나 싶었다”고 너스레 떨었다.

하지만 이후 펼쳐진 상황은 예상치 못한 일의 연속이었다. ‘미스터트롯1’ 예심 탈락이라는 충격의 결과와, 전 세계를 공황에 빠뜨린 ‘코로나 팬데믹’이 함께 밀려온 것이다.

“준비가 안 된 상태에서 너무 빨리 가려고 했던 것 같아요. 뮤지컬이나 연극 무대에 설 땐 한 번도 무대에 졌다는 생각을 한 적이 없었어요. 늘 내가 최고라는 자신감이 있었는데, ‘미스터트롯1’ 무대에선 정말 많이 떨었고, 살면서 처음으로 무대에 졌다는 생각을 했죠. 깨지고, 상실감도 컸고, 좌절의 끝까지 갔어요. 나 스스로는 자신감이었던 것 같은데, 돌이켜 생각해보니 자만이었구나 싶었죠. 인생의 제일 큰 후회가 ‘미스터트롯1’이었어요.”

평생 노래만 해온 임찬이건만, 당시엔 노래하는 게 싫다는 생각까지 들 정도였다고. 엎친 데 덮친 격으로 2020년 초엔 코로나 팬데믹이 찾아왔고, 여느 가수들처럼 그 역시 활동에 제동이 걸렸다. 팬데믹 2년 여 동안 페스티벌이나 축제 등 행사는 전멸했다. 행사가 주요 활동 무대인 트로트 가수들에게 이는 직격탄이었다.

하지만 임찬에게 ‘쉼’은 없었다. 누군가에겐 그저 흘려보내는 시간이었을 지 몰라도, 그에겐 ‘담금질’의 시간이었다. 지방 방송사의 리포터 활동을 비롯해, 전국 각지 전통시장을 누비며 직접 몸으로 부딪쳐 ‘찐’ 현장의 경험을 쌓아갔다.

“‘미스터트롯1’ 이후 각 방송사에서 트로트 오디션이 많이 나왔지만 준비되지 않은 상태에서 다시 나가봐야 결과는 뻔하다 생각했죠. 트로트 가수로서의 경험치를 쌓자는 마음으로 오디션을 다 포기하고 오히려 반대로, 지방 라디오, 방송국을 찾아다니며 3년을 돌았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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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찬은 ‘미스터트롯1’ 탈락 후 초심으로 돌아가 내공을 다져왔다. 사진|티에스엠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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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니저도 없고, 정해진 스케줄도 없었다. 하지만 맨몸으로 부딪쳐 하나하나 일궈냈다. “의상 살 돈도 없어서 포털사이트에 정장대여점을 검색해 저를 소개하고 협찬을 의뢰했죠. 신인이지만, 되면 감사하고 아니면 말자는 마음이었어요. 거절도 많았지만, 해주시는 분들도 많았어요. 그렇게 해서 조그만 행사 하고 나면 정장 한 벌 맞추고, 다른 활동 할 때 의상 대여 받고 그런 식이었어요. 의상뿐 아니라 활동하는 데 필요한 게 많은데 도움을 많이 받았어요. 그분들께 보답하자는 마음이었는데, 이번 ‘미스터트롯2’ 무대를 통해 ‘내가 잘 도와줬다’ ‘그게 낙이다’라는 얘기를 해주시니 정말 그게 보답이구나 싶었습니다.”

임찬은 특유의 적극성으로 무(無)에서 유(有)를 만들어냈다. “저는 기다리는 성격이 아니고 일을 만들어서라도 해야 하는 타입이에요. 코로나 초창기엔 저도 무엇을 해야할 지 몰라 아무 것도 안 하고 놀았어요. 그러다보니 그 시간이 너무 아까웠죠. 그 시기(20대 후반)가 내 열정과, 체력이 황금기인데, 코로나 때문에 나의 이 찬란한 20대가 그냥 지나갔다는 게 너무 아쉬웠어요. 감나무 아래서 감 떨어지기를 기다리느니, 무작정 돌아다녔죠. 돌아다니다보니 조금씩 성취하는 게 생겼고, 한 번 성취감을 맛본 뒤론 저 스스로가 무서워질 정도로 더 열심히 다녔죠. 주위에선 ‘네가 가수인데 그렇게까지 하냐’ ‘네가 매니저냐’ 등 안 좋은 시선으로 걱정 혹은 우려해주시는 분도 계셨어요. 돌이켜보면 이게 맞나 하는 생각도 들고, 지금 다시 하라면 못 할 것 같지만 그래도 어디 가서도 떳떳하게 얘기할 수 있어요. 정말 후회하지 않는 시간이었고, 큰 경험치를 얻을 수 있는, 제 인생의 전환점이 된 시간이라고요.”

임찬은 “슬기롭게 극복했기 때문에 지금이 있는 것 같다. 그 때 가수를 그만뒀어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의 상실감에 빠졌었다. 하지만 여기서 져버리면 결국 패배자가 되는 것 같아서, 내가 갖고 있는 좋은 능력을 다시 한 번 되살려보자는 마음으로 다시 걸어왔고, 그에 대한 성적표를 받은 것”이라고 말했다.

처절하게 무너졌지만, 스스로 일어서 이제는 어엿한 ‘전국구’ 트로트 가수가 된 임찬. 하지만 그는 “트로트 신이 넒어지는 데 대해 솔직히 부담도 있다”며 “지금의 현실에 안주하면 안 되고 부단히 노력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고 담담하게 말했다.

어려운 시기 발매한 곡들임에도 임찬의 노래를 좋아하고 묵묵히 응원해준 팬들에게도 고마움을 전했다. “‘미스터트롯2’에 나가길 잘 했다고 생각하는 것 중 하나는, 제가 잊고 있었던 수많은 인연들을 다시 돌아볼 수 있게 됐다는 점이에요. 그동안엔 저의 꿈만 좇느라 많이 지나쳐왔던 것 같아요. 이 프로그램에 출연하면서, 잊고 있었던 분들이 연락 받았을 때 죄송하더라고요. 이분들이 계셨기에 내가 이 자리에 서 있는건데, 내가 너무 간과하고 지냈구나 싶은 마음이 들었죠. 그분들께 조금이나마 마음으로 보답할 수 있도록 더 열심히 노래해야겠다는 생각을 갖게 됐습니다.”

트로트라는 장르를 뛰어넘어, 가수로서 가장 큰 욕심이자 목표는 역시 ‘노래’다.

“결국은 노래가 남아야 한다고 생각해요. 여러 무대에서 ‘가수 임찬입니다’라고 소개하지만, 사실 그 순간이 스스로 부끄럽기도 해요. 가수는 사실, 남들이 가수라고 인정을 해주고 불러줘야 진짜 가수라고 생각하는데 스스로 내 입에서 가수라고 나오기 전엔 제가 누군지 모르는 사람이 많으니까요. 그러기 위해선 많은 사람들이 알아봐줄 수 있는 자신의 노래가 있어야 하죠. 지금은 수많은 경연 프로그램이 생기면서 히트곡이 나오기 어려운 환경이라는 생각도 들지만, 이 붐이 지나고 나면 또 좋은 히트곡이 나올 수 있는 분위기도 형성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결국 남는 건 노래고, 내가 내는 신곡들이 결국 가수 임찬의 자서전이고, 임찬이 걸어온 길이 되더라고요.”

인터뷰를 마치고 나서 비로소 그의 마이크에서 남들과 다른 소리가 나올 수 있었던 비결을 알게 됐다. 그건 시련에도 굴하지 않고 밑바닥부터 쌓아온, 임찬이 스스로 만들어낸 단단한 내공의 힘이었다.

[박세연 스타투데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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