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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박찬욱 감독 "탕웨이가 먼저였다"[SS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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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탕웨이가 먼저였다.”

24일 화상으로 만난 박찬욱 감독은 칸국제영화제 감독상 수상작 ‘헤어질 결심’을 구상하며 탕웨이 캐스팅을 최우선에 놓았다고 했다. 그는 “탕웨이 캐스팅을 위해 주인공을 중국인으로 설정했다”고 밝혔다.

“사적으로는 탕웨이를 전혀 알지 못한다. 영화 ‘색,계’와 ‘만추’, ‘황금시대’를 보며 막연히 느꼈던 그녀의 인상과 매력이 궁금해졌다. 탕웨이에게 캐스팅을 먼저 제안하고 대본을 집필했다. 실제로 만나보니 화면보다 더 장난기 있고 고집스러운 면이 있었다. 대본에 그런 이미지를 반영했다.”

영화는 등산을 간 남편이 변사체로 발견된 중국인 아내 서래(탕웨이 분)와 그를 수사하는 형사 해준(박해일 분)의 의심이 관심으로 변하는 과정을 점진적으로 보여준다. ‘올드보이’처럼 눈을 질끈 감게 만드는 폭력도, ‘아가씨’처럼 눈을 번쩍 뜨게 하는 정사도 없지만 ‘부적절한’ 두 남녀의 섹스 없는 로맨스가 에로틱하게 보이게 하는 다양한 장치를 마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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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장치의 80%는 단연 여주인공 탕웨이다. 때문에 ‘탕웨이의, 탕웨이를 위한, 탕웨이에 의한 영화’라는 수식어가 무색하지 않다. 박 감독은 “에로틱한 장면을 보여주기 위해 배우에게 어떤 표정을 주문하지 않았다. 하지만 관객이 ‘에로틱하다’, ‘섹시하다’고 느끼는 건 그 감정이 얼마나 정신적인지 보여주는 증거라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극을 이끌어가는 탕웨이의 매력은 지독한 프로페셔널 정신이다. 박 감독에 따르면 탕웨이는 단순히 한국어 대사를 흉내 내는데 그치지 않고 문법부터 시작하는 ‘공부의 정석’을 택했다.

박 감독은 “미련할 만큼 고집스럽게 공부해 자기 대사뿐만 아니라 남의 대사까지 외워왔다”며 “발음은 한국인과 비슷하지 않을지언정 단어 하나, 조사 하나, 어미 처리까지 모두 탕웨이의 의도와 해석이 담긴 대사다. 뭘 해도 우직하게 하나하나 계단을 밟고 논리적으로 이해돼야 다음 단계로 나아가는 사람”이라고 평가했다.

영화 속 탕웨이의 지분이 큰 만큼 칸 국제영화제에서 여우주연상 후보로 거론되기도 했다. 그가 일정상 폐막식 전 먼저 귀국하면서 박 감독과 주연배우인 박해일의 속도 타들어갔다.

“혹시라도 여우주연상을 받으면 어떻게 하나 싶어서 문자로 수상소감을 보내달라고 부탁했다. (폐막식까지)시간이 촉박해, 문자를 보내오면 박해일이 대리 소감을 하고, 보내지 못하면 내가 나서서 받기로 했다.(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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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는 두 사람의 관계에 집중하지만 구석구석 박찬욱표 미장센이 돋보인다. 해준이 서래를 취조하는 경찰서 사무실은 마치 고전 영화의 한 장면 같은 느낌을 준다. 박 감독은 “한국 관공서 느낌을 갖지만 전형성을 탈피하는 공간을 찾고 싶었다”며 “한국은행 건물 내부 공간을 세트로 새롭게 꾸몄다”고 설명했다.

역시 ‘박찬욱표 엔딩’이라는 탄성을 자아내게 만드는 마지막 장면의 해변 시퀀스는 동해안과 서해안을 따로따로 찍어 합성하는 등 발품을 팔아 만들었다.

대사 하나하나에도 은유와 상징이 녹아있다. 해준은 서래에게 “서래 씨는 어느 세계에서 왔나요? 당나라?”라고 묻지만 정작 두 사람은 스마트 기기를 활용해 대화한다. 첨단 기기와 대비되는 고풍스러운 문어체 대사를 통해 관객들이 두사람의 심리를 추적할 수 있게 했다는 점에서 수사극의 묘미가 돋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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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인 ‘헤어질 결심’은 끝내 헤어지지 못하는 애틋함을 에둘러 표현했다. 박 감독은 “마치 독립영화같다고 걱정해주는 분도 있어서 좀 당황했다”면서도 “나는 마음에 들었다”고 강조했다.

“보통 사람들이 ‘결심’한다고 하면 성공하기 힘들다. 대표적인 예가 ‘살 뺄 결심’이다. (웃음) 결심은 실행의 실패로 곧잘 연결된다. ‘헤어질 결심’도 끝내 헤어지지 못하거나 고통스럽게 헤어지는 게 연상된다. 관객의 능동적 참여를 유도하는 제목인만큼 바람직하다고 봤다.”

조은별기자 mulgae@sportsseoul.com

사진제공|CJ EN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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