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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4 (수)

‘초미의 관심사’ 안아주, ‘찐’ 용기와 멋짐에 박수를[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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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안아주는 세상의 편견에 맞서 용감하게 인생을, 꿈을 키워나가고 있다. 사진|안아주 S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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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스타투데이 한현정 기자]

“조금은 달라서, 여자가 반 남자가 반인 이 세상에서 단 1%로 살아가느라…그래서 힘들고 서러울 때도 많았지만 ‘나는 나니까’ 괜찮아요. 진심으로 다가가면 언젠가 닿기 마련이고 그래서 지금은 좋은 사람들을 만났으니까. 느리지만 멈추지 않고 꿈을 향해 나아가고 있으니까요. 힘들었던 세상의 편견이요? 물론 많죠. 하지만 그보단 제 스스로에 대한 편견을 먼저 깨부숴야 할 것 같아요. 다 아는데, 알면서도 잘 안 되니까.”

배우 안아주는 시종일관 밝은 목소리였다. 연기에 대해 말할 땐 열정적이고 사람에 대해 말할 땐 정감이 넘쳤다. 그리고 꿈에 대한 이야기를 할 땐 사랑스러웠다. 다만 자신에 대한 믿음은 조금은 부족한, 스크린 속 당당하고 여유 넘치는 포스와는 다른 여리고 맑은 영혼을 지닌 배우였다.

안아주의 신작 영화 ‘초미의 관심사’(감독 남연우)는 언니와 엄마의 비상금을 들고 사라진 막내를 찾기 위해 나선 극과극 모녀의 예측불허 추격전. 조민수, 김은영(치타) 등 개성 강한 주연 배우들 외에도 시선을 끄는 조연들이 많아 호평을 받은 가운데 짧은 분량이지만 빠져드는 인상을 남긴, 불현듯 나타나 본래 그 자리에 있었던 듯 자연스럽게 녹아든, 트랜스젠더 배우 안아주에 관심이 쏠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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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랜스젠더 배우 안아주(아래 가운데)는 영화 `초미의 관심사`에서 강렬한 조연 군단과 함께했다. 사진|영화 스틸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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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초미의 관심사'에서 이태원의 오랜 동네 주민이자 트랜스젠더 바를 운영 중인 ‘초미’(조민수 분)의 절친으로 분했다. 자연스러운 연기가 인상적이었는데

A. 가장 듣기 좋은 말이다.(웃음) 감독님과 조민수, 정만식 선배님이 워낙 분위기를 편안하게 이끌어 주셨고 연기 지도도 많이 해주셨다. 작은 신일지라도 배우들끼리 의논하고 맞춰가며 촬영에 임했고, 굉장히 편안한 분위기에서 진행됐다.

Q. 전작 ‘죽여주는 영화’에서도 연기력으로 주목 받았다.

A. 카메라 앞에 서면 ‘지금 잘하면 또 어떤 좋은 기회가 오지 않을까’ 하는 희망으로 최선을 다한다. 부담감보단 기대감을 가지고 서면 더 즐길 수 있으니까. 특히 ‘초미의 관심사’는 처음 소재만 듣고 그저 그런, 늘 봐오던 작품 그리고 역할일 거라 생각했는데 새롭더라. 무엇보다 메시지가 좋아 선뜻 하겠다고 했다. 현장에 가기 전에는 긴장을 많이 했는데 분위기가 너무 좋아서 정말 동네 언니들이랑 있는 기분이 들었다. 걱정 없이 즐겁게 촬영에 임했는데 그 모습이 잘 반영돼 다행이다.

Q. 스스로 만족도는?

A. 당연히 부끄럽다. (웃음) 스스로는 어색하고 단점만 보인다. ‘더 잘할걸’하는 아쉬움만 가득하다. 동네 아줌마 역할이라니 (내가 볼 땐) 어색하고 민망했는데 주변에서는 좋게 봐주셔서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Q. 메시지가 무엇보다 좋았다고 했는데?

A. 이태원을 배경으로 영화를 만든다는 얘기만 들었을 때는 늘 비슷한 소재의 그저 그런 영화 아닐까 했던게 사실이다. 그런데 대본을 읽어보니 등장인물들이 저마다 독특하고 살아 있었다. 무겁지 않은 유쾌한 전개에 메시지는 선명했다. 나의 경우는, '피는 물보다 진하다', '다른 모습 속의 하나 됨'이라는 주제로 읽혔고 그래서 더 잘 표현해내고 싶었다.

Q. 더 구체적으로 소개해달라

A. 등장 인물들을 보면, 외국인 모습을 한 한국사람 정복이, 성소수자 친구들, 범상치 않은 초미와 블루 등 겉보기엔 비범하지만 알고 보면 지극히 평범하다. 각기 다른 모습을 갖고 살아가는 방식도 다르게 섞여 있지만, 사회의 편견과 비아낭 앞에서는 그것을 박살내기 위해 하나가 된다. 소중한 존재에 대한 진심 역시 똑같고.

Q. 분량이 짧아 아쉽진 않았나

A. 항상 아쉽다. 새로운 모습, 다른 걸 많이 보여드리고 싶은데 아직은 많이 부족하다. 낙담하기 보다는 한 단계 한 단계 밟아가면 된다고 생각한다.

Q. 어떤 연기에 도전하고 싶은가?

A. 스릴러 장르물을 정말 하고 싶다. 강렬하고 센 캐릭터도 도전해보고 싶다. 그 외에도 편견을 깨는, 트랜스젠더이기 때문에 할 수 있는 게 아닌, 모든 도전을 해보고 싶다. 젠더지만 젠더스럽지 않은 연기를 하고 싶다.

Q. 최근 욕심나는 캐릭터가 있었다면?

A. 너무 많은데(웃음) 드라마를 보면서 연기 연습을 많이 하는 편인데 최근에는 ‘부부의 세계’에 빠져서 봤다. 특히 여다경 역할이 매력적이었다. .자존심은 세지만 뭔가 항상 불안에 떨고 있고, 표현은 안 하지만 은근히 부러지기 쉬운. 부잣집 딸에 예쁘고 착하고 진취적이고 부러울 게 없는데도 뭔가 완성되지 못한 그 분위기가 좋더라. 그런 표현할 게 많은 캐릭터를 만나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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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초미의 관심사`에서 존재감을 보여준 배우 안아주. 다양한 경험을 쌓으며 좋은 배우로 성장하기를 꿈꾼다. 사진|안아주 S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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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사람들의 편견에 지치거나 힘들 때, 어디에서 가장 큰 힘을 얻나?

A. 대단한 건 없다. 개인적으로는 극복을 잘한 편인데 스스로 비관하지 않는다. 뭐라고 수군거리든, 어떤 선입견을 갖든 내 자신의 의지로 당당하게 살려고 노력한다. 세상의 반은 남자고 반은 여자인데, 나만의 특별함을 믿고 가꾸려고 노력한다. 물론 쉽지만은 않다.(웃음)

Q. 그럼 무엇이 가장 어려운가?

A. 사실 내 스스로에게 용감하지 못하다. 나부터가 나에 대한 선입견을 깨지 못할 때가 많다. 오디션이나 각종 도전의 관문에서 자꾸 망설이고 움츠러 든다. 스스로 벽을 무너트려야 하는데 잘 안될 때가 있다.

Q. 그럴 때면 어떻게 다잡나

A. 한번 사는 인생, 그 소중함을 늘 인지하려고 애쓴다. 어느 곳에서나 힘듦은 없지 않은가. 꿈을 포기하지 않고 꾸지만 기대치를 무작정 높게 잡지도 않고, 스스로 과도하게 괴롭히지도 않는다. 내가 할 수 있는 범위를 조금씩 넓혀갈 뿐이다. 작은 것에, 당장의 무엇에 행복해 하려고 한다.

Q. 가장 행복할 때는

A. 가끔 케이블에서 내가 나온 영화를 볼 때? 검색창에 내 이름이 뜰 때.(웃음) 내 인생의 사진첩에 새로운 한 장르가 그려진 것 자체로 뿌듯하고 기쁘다. 조금의 스펙도 만들어진 거고. 그럴 때마다 연기하기를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Q. 앞으로 꿈과 포부는?

A. 아직은 내 안의 많은 걸 보여드리지 못해 갈 길이 정말 멀다. 연기 훈련을 더 많이 받고 나만의 색깔, 역량도 더 키워서 다양한 연기에 도전해보고 싶다. 준비된 배우로 성장하고 싶은 마음이 간절하다. 좋은 작품에 출연할 날을 항상 기다리고 있고, 나아가 방송인 혹은 배우로서 계속 꿈을 꾸고 살아가고 싶다.

kiki2022@m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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