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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심은우, 준비된 자에게 '도약'의 기회는 온다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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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투데이

심은우 / 사진=방규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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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투데이 김나연 기자] 2015년 독립 영화로 데뷔한 심은우는 화려하지는 않더라도 묵묵히 자신의 길을 걸어왔다. 그렇게 한 발짝씩 내딛던 배우의 길, '부부의 세계'라는 기회가 찾아왔다.

'부부의 세계'는 사랑이라고 믿었던 부부의 연이 배신으로 끊어지면서 소용돌이에 빠지는 이야기. 불륜이라는 파격적인 소재와 배우들의 열연으로 많은 사랑을 받으며 신드롬적인 인기를 누렸다. 지난 16일 마지막 회가 자체 최고시청률이자 비지상파 드라마 최고시청률 28.4%(닐슨코리아 전국 유료가구 기준)를 경신하며 유종의 미를 거뒀다.

심은우는 '부부의 세계'에서 남자친구 박인규(이학주)에게 데이트 폭력에 시달리다가 지선우(김희애)의 도움을 받고, 이후 지선우의 조력자가 되는 민현서 역을 맡아서 강한 인상을 남겼다.

심은우에게 민현서로 살았던 시간은 '행복하고도 치열한 시간'이었다. 그는 "굉장히 치열했고, 고민을 많이 한 작업이었지만 힘들지 않고 행복했다. 내가 배우로서 살아있음을 느꼈고, 드라마도 현서라는 캐릭터도 많이 사랑해 주셔서 감사할 뿐이다"라고 말했다.

치열한 고민 끝에 구축해낸 캐릭터였기에 시청자들의 사랑이 더 남다르게 다가왔다. 원작인 BBC '닥터 포스터'와 전혀 다르게 그려진 캐릭터에 심은우는 완전히 새로운 인물을 구축해야겠다고 다짐했다고. 그는 "워낙 다른 인물 설정이었기 때문에 원작을 보는 것이 크게 도움이 되지는 않았다. 사실 원작에 현서와 똑같은 캐릭터가 있었다면 보시는 분들이 비교를 할 텐데 그런 염려는 없겠다는 생각을 했다"고 웃었다.

이어 "민현서라는 캐릭터 구축을 할 때 제가 상상한 이미지는 추운 겨울, 앙상한 나뭇가지 끝자락에 앉아있는 새였다"며 "민현서는 절대 연약한 인물이 아니다. 제가 그린 현서는 위태로워 보이고 연약하지만 새가 나무에서 날개가 부러지지 않는 이상 떨어지지는 않듯이 강한 인물이라고 생각하고 연기했다"고 밝혔다.

그렇기에 남자친구 박인규와 지선우를 떠난 이후에도 '더 나은 삶'을 살고 있을 것이라 믿었다. 심은우는 "제가 연기한 민현서는 인규의 죽음으로 인해서 인생이 백지상태가 됐기 때문에 앞으로는 이전과 다른 선택을 하면서 나한테 포커스가 맞춰진 좀 더 나은 삶을 살아가지 않을까 싶다. 또 그렇게 살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심은우가 구축한 민현서를 더욱 완벽하게 완성시켜 준 것은 주로 호흡을 맞춘 이학주와 김희애였다. 심은우는 "학주 오빠와 첫 촬영부터 호흡이 굉장히 잘 맞았다. 서로 주고받는 게 되니까 연기하는 게 참 재밌었다"며 "독립영화 찍을 때부터 얘기를 많이 들었던 터라 같이 연기를 한다고 했을 때 기대를 많이 했다. 동질감도 느껴져서 편했다"고 밝혔다.

이학주가 편한 상태에서 낼 수 있는 완벽한 호흡이었다면, 김희애는 정반대였다. 김희애와 촬영을 앞두고 든 생각은 '긴장감' 단 하나였다. 심은우는 "누가 김희애 선배님이랑 처음 연기할 때 안 떨릴 수 있을까 싶은데 저는 심지어 촬영하기 전부터 너무 팬이었다. 김희애 선배님과 연기를 하다는 생각에 너무 떨렸다"고 말했다.

이어 "초반에 촬영할 때는 긴장하지 않으려고 연습을 많이 했는데, 그럼에도 떨리더라. 선배님 앞에 서면 좀 작아지는 느낌이 있었다"며 "근데 지선우가 민현서의 집에 찾아와서 구해주는 장면이 있는데, 그 장면이 터닝 포인트였다. 또 지선우에게 '사랑해서 그래요'라고 말하는 신에서 공기가 달라지는 느낌이 들었다. 그때 지선우와 역할과 역할로 만난 것 같다. 그 이후로는 두려움의 떨림이 아니라 기대되는 떨림으로 바뀌었다"고 설명했다.

'부부의 세계' 안과 밖으로 심은우는 김희애에게 많은 가르침을 받았다. 김희애는 조언보다는 격려와 믿음으로 어깨의 짐을 덜어줬다. 심은우는 "'너 하고 싶은 대로 해'라고 기다려 주시는 분"이라며 "제가 감정을 헷갈릴 때가 있었는데, 선배님이 '지금도 잘하고 있어. 이미 충분해'라고 격려해 주셨다. 도움이 많이 됐다"고 고마움을 전했다.

작품 외적으로도 마찬가지였다. 심은우는 "김희애 선배님에게 감독님 및 스태프들과 소통하는 태도, 상대 배우를 대하는 태도를 많이 배웠다"며 "분명히 역할을 대할 때 배우로서 예민함이 있어야 하지만, 그 예민함으로 남들을 불편하게 하지 않는다. 그런 태도들은 분명히 배울 점이고, 또 많이 배운 것 같다. 어떤 태도로 작품을 만들어야 할지 알게 됐다. 배운 것을 토대로 앞으로 더 성장해야겠다고 결심했다"고 덧붙였다.

이렇듯 '성장'은 심은우가 인터뷰 내내 강조한 키워드이기도 하다. 받은 관심과 사랑에 보답할 방법은 성장뿐이라고 생각한다. 단 한 번의 기회로 주목받은 배우가 아니기에 이 순간에 대한 고마움과 간절함은 더 크다. 자신이 천천히 그리고 꿋꿋하게 걸어온 '시간'들이 지금 이 순간을 만들었다고 믿는다.

심은우는 "드라마가 잘 되고 주목을 받으니까 지난 시간들에 굉장히 감사하다. 제가 데뷔를 하고 나서 작은 역할부터 열심히 했는데, 그런 시간들이 헛되지 않았다는 생각이 든다"며 "일찍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분들도 계시지만 저는 한 번에 주목을 받거나 잘 됐으면 지금처럼 감사하지 못했을 것 같다. 제가 쌓아온 시간이 있기 때문에 민현서라는 역할을 완성할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지금도 많이 부족하지만, 그래도 지금 민현서를 만난 게 다행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민현서라는 역할로 주목받은 심은우이지만, 이 캐릭터가 오래 박혀있기를 바라지는 않는다. 그는 "어렵겠지만, 또 다음 작품에서는 '얘가 걔였어?'라고 못 알아봐 주시는 게 배우로서는 좋다. 민현서와는 다른 모습을 보여줄 수 있는 캐릭터를 도전하고 싶다"며 "그게 재밌고, '실패하지 않을까'라는 걱정도 있지만 아직 젊으니까 도전해 보고 싶다"고 포부를 전했다.

심은우의 꿈은 명확했다. '의외성과 설득력이 있는 배우'가 되고 싶다고 밝힌 심은우는 "만약 의사 역할을 맡는다고 하면 '내가 생각하는 의사는 아니지만, 설득력이 있는 배우'가 되고 싶다"며 "무엇을 하든 신중하고, 저에게 관심을 주신 분들을 실망시키지 않는 최선을 선택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예전에 김희애 선배님과 연기하고 싶었고, '미스티' 감독님과 작업해 보고 싶었는데 생각하는 대로 되고 있다. 꿈을 크게 가져보려고 한다. 10년 뒤에는 여우주연상을 받고 싶다"는 포부를 밝힌 심은우의 향후 행보에 기대가 모이고 있다.

[스포츠투데이 김나연 기자 ent@st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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