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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종 칼럼] 관세에 증세 겹친 주가 급락·환율 급등, 불거진 불안감부터 잠재우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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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종 칼럼] 관세에 증세 겹친 주가 급락·환율 급등, 불거진 불안감부터 잠재우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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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종]


작가·칼럼니스트(현, 성북구도시관리공단 이사장 │ 전, 서울특별시자치구공단이사장협의회 회장·전, 소방준감)

정부가 법인세와 증권거래세를 올려 나라 곳간을 거덜 낸 '윤석열 표(標) 부자 감세'의 원상회복에 나선 가운데 무너진 세수 기반을 강화하는 첫걸음으로 기획재정부는 지난 7월 31일 윤석열 정부의 감세 정책을 일부 되돌리는 것을 핵심 골자로 하는 '2025년 세제 개편안'을 발표했다. 전 정부에서 허물어진 세수 기반을 강화해야 할 필요성에 비춰볼 때 불가피한 방향이다. 하지만 정부가 내년 세법개정안을 발표한 뒤 처음 열린 지난 8월 1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피지수가 3.88% 폭락했고, 코스닥 지수는 낙폭이 더 큰 4.03% 폭락했으며, 이날 서울 외환시장에 따르면 원·달러 환율도 14원 40전(오후 3시 30분) 급등하며 투자자의 불안감을 증폭시키며 '검은 금요일(Black Friday)'이 연출됐다.

한·미 관세 협상 후폭풍에 대한 우려가 가시지 않은 상황에서 기업과 투자자의 기대에 반하는 '세제 개편안'이 엎친 데 덮친 격이 된 것이다. 연일 달아오르던 국내 증시가 4%가량 급락했다. 이재명 정부 출범 이후 최대 낙폭이다. 미국 달러 대비 원화값도 두 달 반 만에 1,400원대로 추락했다. 시장에 찬물을 끼얹은 건 세제 개편안이 아닐 수 없다. 여기에 관세 협상 결과에 대한 시장의 우려도 시장을 더욱 가라앉게 했다. 지난 8월 1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피는 전날보다 3.88%(126.03포인트) 하락한 3,119.41로 장을 마쳤다. 미국발(發) 글로벌 무역 갈등이 고조됐던 지난 4월 7일(-5.57%) 이후 3개월여 만에 하락 폭이 가장 크다. 코스닥 지수는 낙폭이 더 컸다. 전날보다 4.03% 떨어진 772.79에 마감했다. 서울 외환시장에 따르면 이날 달러당 원화값은 주간 거래에서 전날 종가(1,387원)보다 14.4원 급락한(환율은 상승) 1,401.4원에 거래를 마쳤다. 종가 기준으로 원화 가치가 1,400원 선을 뚫고 하락한 건 지난 5월 14일(1,420원) 이후 처음이다. 연고점을 기록한 지난 6월 말(1,350원)과 비교하면 한 달 새 50원 넘게 떨어졌다.

정부는 지난 7월 31일 법인세와 증권거래세 인상, 주식 양도소득세 대주주 기준 강화 등을 핵심 골자로 하는 세법 개정안을 발표했다. 법인세 최고세율을 다시 24%에서 25%로 1%포인트 올리고, 주식 양도소득세 과세 대상인 '대주주' 기준도 50억 원에서 10억 원으로 대폭 하향 조정하는 한편 배당소득 분리과세 최고세율도 35%로 정했다. 연말마다 세금을 피하려는 대주주들이 주식을 팔아 치워 증시 변동성을 높이고 소액 투자자가 손해 보는 일이 재연될 것이란 우려가 클 수밖에 없다. 대주주 기준이 10억 원이던 2022년, 과세 기준일 하루에만 1조 5,000억 원 넘는 개인 순매도 물량이 쏟아진 바 있다. 증권거래세율도 현행 0.15%에서 내년부터 0.2%로 올리기로 했다. 최근 5년간 꾸준히 하락해 왔던 증권거래세가 2023년 수준으로 되돌아가는 것이다. 증권거래세는 수익과 상관없이 모든 거래에 부과되기 때문에 개인투자자들이 민감하게 반응할 수밖에 없다. 정부·여당은 소액주주 이익을 보호하고 '코리아 디스카운트(주식 저평가)'를 해소하겠다며 기업 이사의 충실 의무 대상을 주주로 확대하는 상법 개정을 강행했다. 관세 협상 결과 자동차 등 수출 주력 업종에서 교역 조건이 악화한 것도 투자심리를 얼어붙게 했다.

게다가 원·달러 환율이 하루 만에 15원 가까이 급등하면서 외환시장의 긴장감이 다시 고조되고 있다. 미국 경제지표 호조에 따른 달러 강세와 국내 증시에서의 외국인 자금 이탈이 맞물리며 원화 약세가 가속화된 영향이 크다. 그동안 미 행정부의 약달러 선호 기조와 한미 관세 협상 타결에 따른 불확실성 해소로 환율 부담 완화에 대한 기대가 있었으나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금리 인하 시점이 예상보다 늦어지고 국내 세법개정안이 시장의 기대에 부담을 주면서 환율 전망이 급격히 반전되고 있다. 특히 올 9월부터는 미국의 관세 조치가 본격화되는 데다 고환율에 따른 수입물가 상승 압력까지 더해지면서 한국 경제가 '고물가·저성장'의 이중고에 놓일 수 있다는 우려가 다시 커지고 있다. 미국이 자국의 기준금리를 동결하고, 자국에 유리한 방향으로 관세협상을 마무리해 달러값이 오른 결과다. 반면 우리나라는 이번 관세합의로 인해 대미 수출이 줄고 경상수지가 악화할 가능성이 커졌다. 원화 약세가 예상되면 한국은행이 경기 회복을 위해 기준금리를 내리는 것도 부담스러워진다.

과도한 배당소득세가 '코리아 디스카운트'의 원인이라는 점을 잘 아는 정부가 '부자 감세' 덫에 걸려 이 같은 결정을 했다거나 2,500개 상장사 가운데 14%인 350여 곳만 분리과세 요건에 해당해 '무늬만 분리과세'라는 불만이 터져 나오는 것도 충분히 이해가 된다. 양도세 대주주 기준 강화 역시 연말 주식 시장에 투매를 유발해 변동성을 키울 것도 불 보듯 뻔하다. 과감한 투자에 나서야 하는 기업 측에서 살펴보면, 법인세 인상이 여간 부담스러운 게 아닐 것이다. 내년부터 증세, 조세지출 정비를 통해 5년간 전년 대비 늘어나는 세수 8조 1,672억 원(순액법 기준) 중 기업이 법인세, 교육세 등으로 3분의 2를 감당하게 된다. 인공지능(AI) 분야 '국가전략기술'을 신설해 세제를 지원하고 금융권의 이자수익에 부과되는 교육세율을 대폭 늘리는 방안은 새롭게 등장했다. 현 정부가 추구하는 확장 재정, 미래 전략산업 육성을 위한 재원 마련에 중점을 둔 흔적이 역력하다. 이번 개편안으로 5년간 35조 6,000억 원의 세수 증대가 예상된다고 한다.


하지만 2023년 56조 4,000억 원에 이어 2024년에도 30조 8,000억 원이 예산보다 덜 걷히는 대규모 '세수 펑크'가 2년째 이어지며 지난 2년간 무려 87조 2,000억 원에 달하는 세수 결손이 발생한 가운데 올해도 내수 부진에 대외 불확실성까지 더해져 경기 둔화가 예상되는 만큼 올해도 크게는 40조 원의 세수 공백이 예상되는 등 나라 곳간의 사정이 여간 여의롭지만은 않아 보이는 상황이다. 지난 6월 19일 기획재정부가 올해 세입 결손 규모를 10조 3,000억 원으로 추계해 추가경정예산을 편성했지만, 실제 결손은 더 커질 수 있다. 안도걸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7월 1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전체 회의에서 "필요하다면 세입 경정을 더 해야 한다고 본다."라며 "올해 세수 결손을 보수적으로 17조 원까지 늘어날 수 있다고 본다."라고 말했다 참으로 엄중한 상황이 아닐 수 없다.

여기에 더해 도널드 트럼프발(發) 관세 폭탄까지 겹쳤다. 일본·유럽연합(EU)과 같은 수준으로 상호관세를 낮추는 데는 성공했다지만 15%의 관세율은 수출 의존도가 높은 한국 경제에 막대한 부담이 아닐 수 없다.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자동차를 비롯한 주력 산업의 수익성 악화는 불문가지(不問可知)다. 정부와 국회는 지금부터라도 기업들의 절박한 호소에 귀를 기울이면서 어떤 방식으로든 부담을 줄여줘야 할 것은 물론 작금에 불거진 불안감부터 잠재우길 바란다. 이재명 정부가 출범한 뒤 두 달 동안 시장 환경은 새 정부에 다소 우호적이었다. 수출시장은 성장 기조를 유지했고, 주가지수는 3,000을 넘겼다. 하지만 이제 막연한 기대가 걷히고 현실이 드러나기 시작했는지도 모른다. 미국과의 관세 협상은 최선을 다한 흔적이 역력히 보인다. 하지만 결코 한국에만 유리한 교역 환경을 보장하지 않는 것으로 결론이 났다. 고율 관세에 대한 우려가 부각이 된 데다 추후 비관세장벽 논의가 진행될 경우 한국 측에 불리해질 수 있다는 관측이 더해지면서 차익실현 매물이 출회되면서 현대차(-1.41%), 기아(-1.47%) 등 자동차주 약세가 두드러졌다. 협상 결과 한국산 자동차에 당초 시장 예상보다 높은 15% 관세가 부과되자, 수출 경쟁력 우려에 하방 압력이 지속했다.

더불어 외국 자본은 증세와 반기업 입법에 실망해 한국 시장 탈출 신호를 보내고 있음도 각별 유념해야 한다. 여당은 지난 8월 1일 증시 불안에 대주주 기준 변경을 재검토하겠다고 한발 물러섰다. 늦었지만 바람직한 대응이다. 하지만 '경제는 심리이지만 정책은 타이밍이다.' 모처럼 개혁의 신호탄이 발사된 시점에서 옳다고 판단한 정책은 고통이 따르더라도 더 의연하고 더 담대하게 밀고 나가야 한다. 당연히 불필요한 독선과 아집은 금물이다. 지금 당장 정부·여당이 유념할 사항은 시장의 심리를 통찰하고 거덜 난 재정을 정상화하는데 주안을 두되, 대주주 기준 강화 같은 다소 무리한 개정안에 대해선 무엇보다 이재명 정부가 부동산 시장에서 주식 시장으로 투자의 중심을 옮기겠다는 '머니무브(Money move)' 정책을 추진하고 있는 시점임을 감안하여 어렵사리 힘겹게 반등한 증시에 찬물을 끼얹는 개정안에 더 깊은 고민을 담고 반기업이 아닌 기업을 품고 보듬는 자세로 대지주 기준 및 시행시기 조정 등 신축적·탄력적 적용으로 시장에 도사린 불안부터 서둘러 잠재워주길 바란다. 특히나 0%대 성장률로 추락한 경제, 민생 위기, 저출생·고령화에 선제 대응을 위해서도 정부의 역할은 참으로 중요하다. 각종 세금 감면과 비과세 항목을 축소하고, 선진국과 비교해 턱없이 낮은 부동산 보유세도 정비하고, 장기적이고 종합적인 '증세 로드맵'을 마련해 국민적 공감을 얻어야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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