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故임영웅 해석 그대로… ‘고도를 기다리며’, 6년 만에 산울림 무대로

조선일보 이태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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故임영웅 해석 그대로… ‘고도를 기다리며’, 6년 만에 산울림 무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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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극장 산울림 개관 40주년 기념
7일 예매 시작… 9월10일 개막
연극 ‘고도를 기다리며’가 6년 만에 다시 소극장 산울림 무대로 돌아온다.

극단 산울림은 1일 “고(故) 임영웅 연출의 연극 ‘고도를 기다리며’가 소극장 산울림 개관 40주년을 맞아 6년 만에 다시 돌아온다”고 전했다. 소극장 산울림 무대에 오르는 것은 7년 만이다.

임영웅 연출은 1969년 노벨문학상 수상 작가 사뮈엘 베케트의 부조리극 ‘고도를 기다리며’(이하 ‘고도’)를 처음 국내 무대에 올렸다. 그는 1966년 한국 창작 뮤지컬 제1호로 역사에 남은 ‘살짜기 옵서예’를 연출하며 전업 연출가의 길로 들어섰다. 1968년 국립극단의 ‘환절기’(오태석 작)를 연출한 데 이어 신문기자 시절 일본어 번역 희곡으로 읽은 뒤 가슴에 묻어뒀던 ‘고도’를 1969년 초연 무대에 올렸다.

연극 '고도를 기다리며' 포스터. /극단 산울림

연극 '고도를 기다리며' 포스터. /극단 산울림


공연 개막 전 극작가 사뮈엘 베케트가 노벨문학상을 받으면서 연극은 개막 1주일 전에 전석 매진됐다. 300석 소극장에 매회 입석까지 400~500명의 관객이 빽빽이 들어찼다. 이후 반세기 동안 1500여 회 공연하며 22만 관객이 이 연극을 봤다. 임영웅의 산울림표 ‘고도’는 우리 연극의 전설이 됐다.

‘고도’ 초연 성공이 1970년 극단 산울림 창단의 밑거름이었다. ‘고도’ 초연 배우인 김성옥, 함현진, 김무생, 김인태에, 김용림·사미자·윤소정·윤여정·손숙 등이 창단 단원이었다. 그해 10월 극단 창단 공연 역시 ‘고도’였고, 1985년 소극장 산울림 개관 공연작도 역시 ‘고도’였다.

‘고도’는 앙상한 나무 한 그루뿐인 시골길에서 블라디미르(디디)와 에스트라공(고고)이 실없는 수작과 무의미한 행위를 반복하며 오지 않는 ‘고도’를 기다리는 이야기. 지난해 5월 별세한 임영웅 연출가의 ‘고도’는 부조리극의 명쾌한 해석을 제시하였다는 평을 받았고, 한국 극단 최초로 프랑스 아비뇽 연극제에 초청받았다. 이후 아일랜드, 폴란드, 일본 등 여러 차례의 해외 초청 공연을 통해 세계 무대에 한국의 ‘고도’를 선보였다. 베케트의 고국인 아일랜드에서도 “한국의 고도는 기다릴 만한 가치가 있었다(Korean Godot Worth the Wait)”(The Irish Press)는 호평을 받았다.


2005년 ‘고도를 기다리며’ 공연 당시 연출가 임영웅과 에스트라공 역의 박용수, 블라디미르 역의 한명구(왼쪽부터). /조선일보DB

2005년 ‘고도를 기다리며’ 공연 당시 연출가 임영웅과 에스트라공 역의 박용수, 블라디미르 역의 한명구(왼쪽부터). /조선일보DB


극단 산울림은 “고인이 생전에 연출에 대해 세부 내용까지 세세하게 기록해둔 연출 노트 등을 활용해 연출가 임영웅의 해석을 그대로 담아낼 것”이라고 했다. 산울림과 오래 인연을 맺어온 심재찬 연출가를 필두로 그동안 ‘산울림’과 ‘고도’의 역사를 함께했던 배우와 스태프들이 참여한다. 1994년부터 ‘고도’에 참여해 온 배우 이호성이 블라디미르를, 2005년부터 함께했던 배우 박상종이 에스트라공을 맡는다. 포조 역에는 2013년부터 합류한 배우 정나진이, 럭키 역에는 배우 문성복, 소년 역으로는 배우 문다원이 새롭게 캐스팅됐다. 무대 박동우, 조명 김종호, 의상 최원, 분장 김유선 등이 이번 프로덕션에도 참여한다.

공연은 소극장 산울림에서 9월 10일부터 10월 4일까지, 전석 6만원. 예매 시작은 8월 7일 오후 3시.

[이태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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