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산업연합포럼·경총, ‘노동정책 변화에 따른 산업계 대응방안’ 모색
한국산업연합포럼이 17일 서울 서초구 자동차회관에서 한국경영자총협회와 공동으로 ‘제75회 산업발전포럼’을 열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한국산업연합포럼 제공] |
[헤럴드경제=배문숙 기자]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관세전쟁과 국내 노조법 개정 등으로 국내 산업과 기업의 생존이 위협받고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제기됐다.
한국산업연합포럼(회장 정만기·KIAF)은 17일 서울 서초구 자동차회관에서 한국경영자총협회와 공동으로 ‘제75회 산업발전포럼’을 열고 이같은 ‘노동정책 변화에 따른 산업계 대응방안’를 논의했다.
정만기 산업연합포럼 회장은 “현재 한국경제는 즉각적 금융위기 징후 없지만, 구조적으론 심각한 ‘위기 직전’에 있다”면서 “25% 상호관세, 자동차와 부품 25% 등 미국의 고관세는 자동차, 철강, 배터리 등의 가격경쟁력 상실, 수익성 급감, 생산기지 미국 이전을 촉진함으로써 우리 제조업 기반을 흔드는 구조적 위협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중국의 전기차, 배터리, 태양광, 석유화학, 철강 등 과잉생산과 저가는 우리 산업을 뿌리채 위협하고 있으며 베트남, 인도 등의 빠른 공업화는 우리의 중간재 산업 입지를 지속 침식하고 있다”고 우려를 표명했다.
그러면서 “트럼프의 관세 압박 속 금년 상반기 수출은 중국 6.4%, 대만 20.6%, 멕시코 4.5%, 일본 6.0%, 베트남 14% 증가세를 보인 반면, 우리만 0.8%감소세를 보이고 있어 이런 우려를 증폭시키고 있다”고 지적했다.
정 회장은 “국내의 생산가능인구 감소, R&D 포함 주52시간 근로제, 경직된 고용규제, 기업의 생산유연성과 혁신성 저하, 대기업 규제와 기업가정신 약화, 가계와 정부 부채 확대는 우리 경제를 급성은 아니더라도 대외 충격 하나로 잠재적 위기를 현재화하는 구조적 취약성을 만들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위기를 직시하여 정면 대응해가는 용기와 결단력이 필요한 시점”이라면서 “실기(失機)하면 기회는 두 번 오지 않을 것”이라고 피력했다.
그러면서 “우리 경제는 이제 기업뿐만 아니라 근로자들의 협력없이는 한 치 앞도 나갈 수 없다는 점을 인식하고 치열한 국제경쟁 속에서 함께 살아나갈 방안을 노사가 같이 찾아내야 한다”면서 “소집단이기주의를 버리고 경제 재도약을 위해 함께 노력해야한다”고 제언했다.
이동근 한국경영자총협회 부회장은 “우리 산업은 초저출생과 초고령화라는 인구구조의 급격한 변화와 미국발 통상환경의 불확실성 등 복합적인 구조적 도전에 직면해 있다”면서 “이러한 시기에 노조법 제2·3조 개정, 주4.5일제 도입, 고령자 계속고용제도 등 노사관계의 근간을 흔드는 정책들이 논의되고 있다는 점에서 산업계의 우려가 크다”고 지적했다.
이어 “노조법 제2조·제3조 개정은 추상적 기준에 따라 사용자 범위를 광범위하게 확대하는 반면, 불법쟁의행위에 대한 손해배상 청구는 과도하게 제한하고 있어 산업현장의 교섭 질서를 무너뜨리고, 극단적 행위의 확산을 야기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노동생산성이 주요국에 비해 낮은 상황에서의 급격한 주4.5일제 도입은 산업경쟁력 저하와 인건비 부담 가중으로 이어질 수 있다”면서 “고령자 계속고용도 역시 실효적인 임금체계 개편 없이 도입될 경우 세대 간 고용 갈등을 심화시킬 수 있다”고 우려를 표했다.
또 이 부회장은 “최근 통상임금, 포괄임금제 등 주요 노동 판결들이 새로운 사법 리스크로 작용하면서 기업 경영의 불확실성을 더욱 가중시키고 있다”면서 “이러한 구조적 변화와 정책 환경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해서는 산업계 전체가 머리를 맞대고 공동의 전략을 마련해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권순원 숙명여대 경영전문대학원 원장은 ‘신정부의 노동정책 전환과 산업계 대응방안’ 주제발표에서 “신정부는 5인 미만 사업장까지 근로기준법 적용 확대, 주52시간제 안착 및 주4.5일제 도입, 포괄임금제 규제 강화 등 주요 노동정책 방향으로 제시하고 있다”면서 “이 같은 변화는 산업계 전반에 큰 제도적 전환을 요구하는 만큼, 기업 차원의 전략적 대응이 요구된다”고 말했다.
이어 “기업들은 정부의 노동정책 변화에 대응하여 적극적 수용, 제한적 수용, 적극적 반대 등으로 구분하여 전략적으로 접근해야 한다”면서 “고용연장이나 근로시간 유연화는 적극 수용하되, 임금분포제나 포괄임금제 금지처럼 현실적 어려움이 큰 정책은 제한적으로 수용하고, 사용자 범위 확대 등 노조법 개정처럼 산업 현장에 혼란을 초래할 수 있는 이슈는 적극적으로 반대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권혁 고려대 노동대학원 교수는 ‘최근 노동 판결·입법 동향과 산업현장의 대응방안’ 주제발표에서 “최근 노동법 관련 판결과 입법 동향이 급격히 변화함에 따라 산업현장에서의 혼란과 대응 부담이 증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국회에서 논의되고 있는 이른바 ‘노란봉투법’(노동조합법 개정안)은, 손해배상 책임 범위를 노동조합뿐만 아니라 개별 조합원의 기여도와 귀책사유에 따라 제한하는 내용을 담고 있어, 불법 파업을 조장할 소지가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노현승 한국자동차산업협동조합 기획조사실장은 “‘노란봉투법’은 사용자 범위를 확대함으로써 기업의 법적 책임 주체가 넓어지고, 노사관계 구조 변화에 따른 노무 관리 및 법률 대응 부담이 가중될 수 있다”고 우려를 표했다.
이어 “노동자 권리 보호라는 측면은 있으나, 사용자 측 입장표명이나 권리 행사가 제약될 우려가 있어 제도의 균형성과 현실성을 고려한 대안 마련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중대재해처벌법은 안전한 일터 조성이라는 법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특히 중소기업의 경우 전담 인력과 예산 확보가 어려워 제도 이행에 한계가 있다”면서 “최저임금 인상과 통상임금 확대는 근로자의 생활 안정에 기여할 수 있으나, 기업 입장에서는 인건비 부담 증가로 수익성 악화와 투자 여력 감소가 우려된다”고 말했다.
김은지 덴톤스리 법률사무소 변호사는 “노동 유연성은 규제가 아닌 혁신과 지속가능한 고용을 위한 기반으로, 균형 잡힌 시각에서의 제도 설계가 필요하다”면서 “노동 유연성과 인권 보호는 조화를 통해 함께 실현되어야 하며, 이것이 한국 노동정책의 지속가능한 방향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산업연합포럼은 기계, 대한의료데이터, 디스플레이, 바이오, 반도체, 배터리, 백화점, 석유, 섬유, 시멘트, 엔지니어링, 자동차모빌리티, 전자정보통신, 제로트러스트보안, 조선해양플랜트, 철강, 체인스토어, 항공우주, 화학 등 19개 단체로 구성됐다.
